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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강원도 인제] 야생화의 보고, 천상의 화원 곰배령

by 눌산 2010.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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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오브 뮤직'의 알프스 초원을 연상케하는 곰배령 평원


해발 1099미터. 산꼭대기 수천 평 초원이 있습니다. '천상의 화원'이란 이름이 붙은 곰배령입니다.

곰배령은 점봉산 자락으로 이른봄 복수초, 얼레지를 시작으로 8월 말까지 온갖 야생화가 피고 집니다. 6월은 야생화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시기입니다. 봄꽃이 지고 여름꽃이 피기 직전이지요. 많은 야생화는 만나지 못했지만 초록 숲길과 푸른초원을 만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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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마을을 뒤로 하고 산으로 들어갑니다. 모두 다섯 번의 개울을 건너게 되는데, 첫 번째 개울입니다. 커다란 호박돌 징검다리가 놓여 있습니다. 전에 없던 인위적인 구조물들이 하나 둘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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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봉산 일대는 국내 최대 원시림 지역입니다. 눈부신 초록빛이 할 말을 잃게 합니다. 걸음은 더 느려집니다. 나무를 보고 풀을 보고 꽃을 보며 걷다 보니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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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갈나무 군락입니다. 국가장기생태모니터렁 장소라는 푯말이 붙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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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피밭에서 강선마을까지 2km, 다시 곰배령까지는 3km, 총 5km 거리입니다.

이 푯말이 붙은 곳에서 곰배령 천사 얼레지 군락이 시작됩니다. 4월이면 수천, 수만 평에 걸친 숲은 보랏빛 얼레지 천국이 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여린 대궁의 춤사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수도 없이 그 꿈을 꾸었습니다. 얼레지의 바람 말입니다. 꿈을 꾼 날이면 달려와 보듬고 뒹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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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 씨앗입니다. 꽃이 지고 난 후 또 다른 잉태를 위한 씨앗을 날리고 있는 중입니다. 꽃은 보지 못했지만 꽃보다 더 고귀한 생명을 만난 셈입니다. 다 좋습니다. 얼레지라면 꽃도 대궁도 씨앗도 다 좋습니다. 얼레지가 피고 난 자리도 좋습니다. 다 신비스럽고 고귀하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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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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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갈나무와 전나무, 주목 군락을 지나면 하늘문이 열립니다. 서서히 열리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고개를 들면 탁 트인 파란 하늘이 나타납니다. 아니 머리가 먼저 뜨거워 집니다. 그러면 곰배령 정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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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을까요. 자동차 바퀴자국 같은 길이 생겨버렸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곰배령에 올랐으니 더없이 좋습니다. 영화 '사운드 오므 뮤직'에서 마리아와 폰트랩 대령 일가가 알프스 초원을 넘던 그 장면이 떠오릅니다. 훌러덩 벗고 뛰고 싶어 집니다. 십 수 년 전에는 그랬습니다. 텐트를 치고 별구경을 했습니다. 달빛에 비친 고라니를 보고, 벌러덩 누워 바람을 어루만지며 놀았습니다. 다 옛날 말이지만 말입니다. 지금은 그랬다간 벌금 뭅니다.

곰배령은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 자리한 평원입니다. 작은점봉산과 호랑이코빼기봉 사이 수천 평 초원입니다. 곰배령이란 이름은 '고무래(곡식을 그러모으고 펴거나, 밭의 흙을 고르거나 아궁이의 재를 긁어모으는 데에 쓰는 ‘丁’ 자 모양의 기구)'의 강원도 방언인 '곰배'로 긁어 놓은 듯하다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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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보이는 저 산은 설악산입니다. 눈 높이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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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곰배령은 '천상의 화원'이라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여전히 야생화로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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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배령 서북방향입니다. 귀둔쪽으로 멀리 운이산과 한석산, 가리산 자락이 펼쳐집니다. 예전에는 귀둔을 통해 곰배령을 오르기도 했습니다. 귀둔은 필례약수 길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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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합니다. 아쉽지만, 내년 봄에는 얼레지를 꼭 보러오겠다는 다짐을 하며 내려갑니다. 수십 번도 더 오른 곳이지만, 맘만 먹으면 올 수 있는 곳이지만, 눌산은 지난 5-6년 동안 그리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오기 힘들어서가 아니라 그냥 마음 속에 두고 살았습니다. 아껴두고 싶은 마음에서, 숨겨둔 애인마냥 가슴 깊이 묻어두고 싶어서. 그래서 아팠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아파서 이젠 보듬고 어루만지고 싶습니다. 더 아파도 할 수 없습니다. 사랑은 아픔이고 상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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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마을과 곰배령 길목에 멋진 폭포가 있습니다. 물이 깊지 않아 알탕하기 좋은 곳이었습니다. 눌산폭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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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취쌈으로 곰배령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tip] 양평-홍천을 지나 인제까지 가서 31번 국도를 타고 기린면 소재지 현리까지 내린천을 끼고 갑니다. 현리에서 진동계곡을 따라 길이 끝나는 곳까지 가면 강선마을 입구 설피밭입니다. 인제국유림관리소에 반드시 입산신고를 먼저 하고 가야 합니다. 여름 휴가철이라면 지금 입산신고를 해야 갈 수 있을 겁니다. 인원제한을 하기 때문에 미리 마감이 되면 갈 수 없으니까요.

설피밭에서 곰배령 가는 길목에 있는 강선마을까지는 지난 포스팅 참조하십시오. 눌산은 사실 곰배령 보다는 이 강선마을 가는 길을 더 좋아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 http://nulsan.net/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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