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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칼럼

[산이 좋아 산에 사네] 포항 선류산장

by 눌산 2010.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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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수석봉 자락에 산장 짓고 사는 김인구 장양숙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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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취재간다는 말에 무주 산골 사는 후배가 동행하겠다고 했다. 아마도 바닷물에 발이라도 적셔볼 요량이었을게다. 포항하면 으레 동해바다를 떠올릴 수 밖에 없으니까. 도톰한 자켓만 하나 챙겨오라 했더니 의아해 한다. 가보면 안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의 후배와 함께 연일 기승을 부리던 불볕 더위를 피해 포항으로 달렸다. 포항가는 길은 의외로 가까웠다.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덕분이다.

평범한 직장인이 산장 주인이 되다

김인구(49), 장양숙(45) 부부와 그의 딸 야운이의 보금자리가 있는 포항시 죽장면 일대는 산악지역이다. 보현산(1124m), 향로봉(930m), 천령산 (776m), 수석봉(821m)등 해발 1천 미터급 고봉이 즐비하다. 덕분에 산 깊은 골짜기가 수두룩하다. 구석구석 사람이 살지 않은 곳이 없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떠나고 그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효산 김인구 씨가 터를 잡은 배고개 역시 옛날에는 화전민의 터전이었다. 우연이 산아래를 지나는 31번 국도에서 멀리 보이는 골짜기를 눈여겨 봐두었다 땅을 매입하게 된 것. 평범한 직장인이 이런 산골 오지에 터를 잡은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삼십대의 젊은 나이에 말이다. 누구나 전원의 삶을 꿈꾸지만 김 씨 부부처럼 경제적인 이유와, 자녀 교육 문제로 쉽게 도시를 떠나지 못한다. 김 씨 가족이 과감히 도시를 버리고 산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분명 믿는 구석이 있지 않았을까.

서울에서 직장인이던 시절 뻔질나게 드나들던 강원도에서 만난 산장은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산장하면 산악인들의 쉼터 역활을 하던 일종의 주막집이다.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며 오가는 사람들과 만남이 이루어진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어느 CF처럼 대화의 중심에는 오로지 자연만이 존재한다. 그런 산장을 꿈꿨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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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류산장이란 당호를 걸고 손님을 받기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네요. 찻집으로 쓰는 본채와 민박채인 운휴당을 짓고 소위 말하는 ‘강원도식’ 산장을 시작한 것이죠.”

지금은 민박채가 하나 더 늘었다. 규모의 확장이라기 보다는 공간의 효율성을 높인 것이다. 그의 호를 딴 효산정과 초여름 숲이 우거진 매실나무는 산장을 찾는 이들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한다. 유유자적 자연의 소리에 귀귀울이며 쉴 수 있는 공간들이다. 건물은 모두 흙과 돌, 나무로만 지었다. 그것도 부부의 손으로만. 그럼 이런 건축 경험이 있었던 것일까. 그렇지 않았다. 도저히 믿기지 않지만 전문가의 도움없이 부부의 손으로 집을 지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 방법은 바로 우리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인 흙과 나무, 돌을 이용한 집을 짓는 것이었다. 나무와 돌을 얹고 그 사이 사이에 흙을 채우는 방식이다. 게으른 사람이 흙집 짓는다는 말이 있듯 특별한 기술을 요하기 보다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방식이다. 그의 아내 장양숙 씨의 말을 들어 보지 않을 수 없다. 분명 어렵고 힘든 시절이 있었을테니까.

“왜 다툼이 없었겠어요. 남들 처럼 우리 부부도 수없이 싸웠죠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으니까요.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컸고, 이 깊고 넓은 골짜기에 오로지 우리 가족만 있다는게 한편으로는 좋으면서도 큰 두려움이었으니까요.”

자연은 부부의 터전이자 스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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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을 하면 각자 캔맥주 하나 씩 들고 산으로 갔다. 그리고 스스로 삭혔다. 자연은 그들을 너그럽게 만들었다. 그때마다 부부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자연이 좋아 자연 속에 둥지를 틀었으니 모든 문제 또한 그곳에서 풀어야 한다는 것이 부부의 공통된 생각이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정신적 경제적 안정도 이루었다고 자평한다. 5년 후 쯤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 갈 꿈도 갖고 있다.

부부에게도 고민은 있다. 어찌 보면 인고의 세월을 잘 견뎌 왔다고 할 수 있지만, 뜻대로 할 수 없는 아이 문제가 그것이다. 중학교 2학년이 된 야운이는 매일 먼 길을 통학한다. 초등학교 다닐때만 해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중학생이 되면서 아이의 미래를 고민하게 된 것. 도시 아이들처럼 학원을 다닐 수도 없는 상황이라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5살 때부터 산장에서 자란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분명 달랐다. 이른 봄 매화향을 음미할 줄 알고 풀벌레 새소리에 귀귀울릴 줄 아는 아이를 보면서 일찍 산에 들어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학교 성적은 좀 뒤떨어지더라도 인성교육 하나만은 어느 아이들 못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산장에서는 가끔 서예전이나 작은음악회가 열린다. 언제나 열린 공간을 추구하는 김 씨 부부의 배려때문이다. 김인구 씨 또한 서각가로 다수의 입상경력을 자랑하지만 절대 드러내지 않는게 그의 성품이다. 그의 작품들은 산장 구석구석에서 만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전시를 하는 셈이다. 요즘은 서각가로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주로 실용서각을 한다. 산장 현판이나 건물마다 걸린 당호 또한 그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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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자적 살려고 해요. 여기 들어올때도 그랬지만 버릴 수 있는 것은 버리며 사는게 마음편하잖아요. 누가 알아주길 바라기 보다는 가족에게 인정받고 사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산장 문을 연지 10년 째인 올 가을에 부부는 작은 잔치를 열 생각이다. 그동안 산장을 다녀간 인연들을 초대해 고마움을 표시하는 의미에서, 그리고 10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 함께한 가족이 자축하는 의미에서 막걸리 파티를 할 생각이다.

간밤에 매실주를 좀 과하게 마신 것 같은데 아침에 일어나니 말끔하다. 아마도 구들방의 효과인 것 같다. 한낮 30도를 웃도는 날씨지만 해발 400m인 산장은 군불을 지펴야 잘 수 있다. 낮과 밤의 큰 일교차는 정신을 맑게 한다. 이 맛에 사람들이 산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필자 또한 산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상북도 포항시 죽장면 지동리 784-1 선류산장 http://www.sunryou.co.kr

<글, 사진> 눌산 여행작가 http://www.nulsan.net/

월간 산사랑 7,8월 호 
http://sansarang.kfc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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