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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대구를 걷다. '근대로의 여행'

by 눌산 2013.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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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장소에는 의미가 없다. 세상사 다 그렇고 그렇듯 길도 거기서 거기란 얘기다.
요즘 지자체에서 앞다투어 '걷기 좋은 길'이란 이름의 길을 만들고 있다. 물론 정부시책이다. 자발적이 아닌,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강제적으로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한 둘이 아니다. 표지판부터 잘못 된 곳도 있고, 가장 중요한 뒷 관리가 안되다 보니 개통만 한채 방치 된 길도 있다. 낙동강 자전거 길을 가 본적이 있는데, 강을 따라 잘 나가던 길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그러다 어느 순간 길은 거짓말 처럼 다시 나타난다. 급조한 결과인 것이다. 무주에도 그런 길이 있다. 백두대간 마실길이란 거창한 이름이 붙었지만, 요즘 그 길을 걷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길은 사람의 발자국을 먹고 산다. 사람이 없는 길은 죽은 길이다.

눌산은 요즘 도심 뒷골목에 관심이 많다. '죽은 길'이 아닌 살아 있는 길을 따라 걷다보면, 사람 냄새가 난다. 길에도 급수가 있다면, 뒷골목은 A++이다.



비오는 날 대구를 갔다. 출발 전 꼭 찾아보고 싶은 몇 곳을 염두해 두고 떠난 길이었지만, 결국은 서문시장 언저리만 맴돌다 왔다.


네비게이션에 서문시장을 찍었다. 주차를 어디다 할까 고민을 했는데, 규모가 상당한 실내 주차장이 있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관광안내소. 이곳에 가면, 그곳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관광안내소에서 맛집을 추천 받아 간 곳은 시장 뒷골목에 자리한 허름한 식당이다. 소문이 났는지 궂은 날씨에도 손님이 많다. 메뉴는 매운 양푼갈비찜. 마늘이 듬뿍 들어간 양념이라 첫 맛은 솔직히 별로였지만, 먹을수록 맛이 괜찮았다.










사진에 보이는 것이 상차림의 전부다. 딱 내스타일이다. 다 먹지도 못할 음식 잔뜩 내는 식당보다 훨씬 낫다.
전라도 음식에 비해 경상도 음식은 맛이 없다? 보통 사람들이 하는 소리다. 하지만 그것은 뭘 모르고하는 소리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란 얘기다. 이해한다. 관광지 식당에만 가 본 사람이라면 그런 소리 할 수 있다.
어느 지역이든, 그 지역의 맛집은 도심 깊숙히 숨어 있다.










서문시장 구경에 나선다. 내가 본 가장 큰 시장이다. 그도 그럴것이 '삼남 제일의 시장'이란다. 조선 중기부터 형성 된 시장으로 옛 이름은 '대구장'이다. 평양장, 강경장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장터 중 한 곳이었다고 한다. 1지구, 2지구, 4지구, 5지구, 동산상가, 건해산물상가, 명품상가, 아진상가로 나뉘어져 있다. 규모가 얼마나 큰지 두어 시간을 돌았는데도, 볼거리가 넘쳐 난다. 한마디로 없는게 없더라.










대구 도심 골목투어에 나선다. 이름하여 '근대의 여행'이다.

서문시장에서 육교를 건너면 동산의료원이다. 주차장을 끼고 우측 골목으로 들어서면 '근대路의 여행'은 시작된다. 처음 길을 잘못들어 역순으로 걸었다. 이 일대에는 도심을 걷는 몇개의 코스가 있는데, 무시하고 발길 닫는대로 걸었다.










이상화 고택.
도심 한가운데 주상복합 빌딩 옆에 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인 이상화 선생이 머물렀던 집이다.










이상화 고택에서 뒷골목을 따라 도심으로 이동하면 약령시가 나온다. 한약방과 한의원, 한약 도매상, 제탕원 등이 즐비하게 늘어선 약전골목이다.










구 제일교회










대구의 명동, 동성로를 구경하고, 다음으로 찾은 곳은 계산성당.
이상화 고택과 서상돈 고택, 청라언덕, 3.1만세 운동길, 선교사 주택이 모두 근처에 있다.










계산성당은 100년이 넘은 고딕식 성당이다.










웨딩촬영하는 팀도 보인다.










다음 목적지는 청라언덕 위에 있는 제일교회.










청라언덕.
동요 '동무생각'의 노랫말 배경이 된 곳이다.




















지금은 의료박물관으로 쓰이는 선교사 주택










의료박물관






























그동안은 대구하면 떠오르는 것이 대백, 동성로였는데,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멋진 곳이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다시 서문시장으로 갔다. 먹을거리가 참 많더라. 시장 한가운데 커피집도 있고,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길거리 음식들로 가득하다. 그중 사람들이 가장 많은 집을 갔다. 콩나물과 함께 먹는 매운 어묵과 군만두를 먹었다. 야채가 듬뿍 들어간 군만두는 진짜 맛있었다.



서문시장 -> 이상화 고택 -> 서상돈 고택 -> 3.1만세 운동길 -> 대구 약령시 -> 동성로 -> 구 제일교회 -> 계산성당 -> 청라언덕 -> 의료 선교 박물관, 선교사 주택 -> 서문시장 (총 4시간 정도 걸었다)



대구 근대문화 유산에 대한 공부를 좀 하고 올걸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걸었기에 오히려 좋았다. 너무 많이 알면 머리 아프잖아. 



대구 도심 '근대路의 여행', 끝. (대구 골목길 투어 2편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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