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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칼럼

[산이 좋아 산에 사네] 산골 매력에 풍~덩 빠진 사람들, 공정여행 풍덩

by 눌산 2014.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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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여행을 떠나면 평소와 다른 일탈적인 행동과 낭비로 오로지 즐기기만하는 여행을 지향하는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각 여행지에서는 환경오염과 문명 파괴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런 이유로 공정여행은 이런 기존 여행 방식을 개선하고 여행자와 여행지 간 평등한 관계 속에서 생생할 수 있는 여행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산골 매력에 풍~덩 빠진 사람들

전라북도 진안 사회적기업 (주)공정여행 풍덩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를 벗어나 진안 방향 30번 국도에 접어 들었다. 규정 속도 이상을 달리기에는 부담스러운 굽이길과 고갯길이 이어진다. 속도는 느리지만, 한결 여유로운 운전을 할 수 있어 필자는 이런 길을 더 선호한다. 연이어 나타나는 조금재와 불로치재를 넘자 탁트인 조망이 시원스러운 용담호다. ‘바다를 닮은 호수’. 용담호의 또 다른 이름이다. 첩첩산중 한가운데 자리한 진안 땅에서 이만한 넓은 호수라면 바다에 비유할 만해 보인다.




 

마을공동체를 중심에 둔 공정여행 풍덩

 

전라북도 진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귀농·귀촌이다. 고등학교 교과서에까지 진안의 마을만들기사업이 소개될 정도로 진안은 귀농·귀촌 1번지가 된 지 오래다. 그 이유를 속 시원히 풀어 줄 수 있는 답은 없지만, 다른 고장에 비해 다른 것이 하나가 있다. 바로 마을 만들기사업이다. 일반적으로 기관이 주도하는 단기간 성과 창출 위주의 하향식 사업이 아닌, 그 정반대의 주민 스스로 자발적인 모임에 의한 사업인 것이다. 진안에는 이러한 마을 만들기사업의 일환인 주민 주도의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있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공정여행 풍덩이 그것이다. ()공정여행 풍덩의 박종석 대표 외 모두는 진안에 뿌리를 둔 지역 주민들이다.

 

좀 더 명쾌한 해답을 듣기 위해 부귀면 황금리 옛 수항초등학교를 찾았다.

공정여행 풍덩. 알 듯 모를 듯한 입간판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먼저 이 모임의 리더인 박종석 대표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공정여행이 뭔가요?”

 

지역민들과 공정하게 분배하고, 소통·교감하며, 떠나는 자와 오는 자의 중간 매개자 역할을 하는 게 공정여행입니다. , 주민 스스로가 자발적인 참여를 하고, 여행자들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서 마을공동체를 목표로 하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 공정여행은 생소하지만, 이 공정여행은 여행은 소비가 아니라 관계라는 주제로 새로운 여행을 모색하는 운동으로 80년대 유럽에서 시작되었다. 보통 여행을 떠나면 평소와 다른 일탈적인 행동과 낭비로 오로지 즐기기만 하는 여행을 지향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로 인해 각 여행지에서는 환경오염과 문명 파괴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 이유로 공정여행은 이런 기존 여행 방식을 개선하고 여행자와 여행지 간 평등한 관계 속에서 상생할 수 있는 여행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공정여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수칙이 있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와 식당을 이용하고, 지구온난화 예방을 위해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등 저탄소 이동수단을 이용하며, 일회용품 사용을 하면 안 된다. 또 대형마트 보다는 재래시장 같은 지역 상가를 이용하고, 동물을 혹사시키는 투어에 참여하지 않으며, 그 지역의 문화, 역사, 경제, 사회적 상황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에 이러한 공정여행을 주제로 운영되는 곳은 십여 곳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곳은 풍덩이 유일하다. 이는 공정여행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지역과 주민 중심주의 원칙에 가장 충실하다고 할 수 있겠다.

 

“8년 전 지역 주민들과 함께 지역사회연구회란 모임을 만들었어요. 15명이 모여 1주일에 한번 도시락을 싸들고 지역에 대한 공부를 했죠. 또 진안 문화원장님을 모시고 향토사 강의를 듣기도 했는데, 그게 지금의 공정여행 풍덩의 시작이라 할 수 있죠.”

 

박종석 대표는 강원도 춘천이 고향이다. 여행을 좋아해서 전국을 다니다 진안에 정착한 지 8년째다. 진안을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물었다.

 

인연이죠. 사람과 지역에 대한 인연. 지역사연구회 활동을 하면서 진안의 11개 읍면 구석구석을 다 다녀봤어요. 그러다보니까 외지에서 지인들이 찾아오면 자연스럽게 지역 소개와 안내를 하게 되더라고요. 때론 단체 안내를 하면서 수고비를 받는 경우도 있었고요. 이런 경험을 통해 회원들과 자연스럽게 일상과 여행이 분리되지 않고, 삶이 묻어나는 여행을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죠.”

 

그렇게 시작된 풍덩의 공정여행은 1년 더 지역공부를 하면서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진안의 지역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독 많은 천주교 공소를 찾아다니며 지역문화의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또한 마을 숲의 보존율이 전국 최고라는 것도 알게 되면서 진안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세상에 알리는 여행 전도사로서의 길을 넓히는 계기가 된다.

 

공정여행 풍덩은 주민 주주회사에요.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기까지 어려움도 많았죠. 현재는 상근직원 6명과 주주들이 부정기적인 여행안내를 담당하고 있어요. 소 키우고 농사지으면서 그때그때 수고비를 받고 있죠. 마을 이장님도 안내를 하고 있고 부녀회에서는 식당을 운영하는 방식이죠.”

 

지금의 사무실인 옛 수항초등학교에는 1년 전에 입주했다. 농림수산부 농어촌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지원을 받아 황금리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던 곳이었는데, 서로 뜻이 맞아 함께 하게 된 것이다. 숙소와 식당, 세미나실 등이 갖춰져 있어 하드웨어는 어느 정도 완성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등의 소프트웨어는 박종석 대표와 상근직원들이 수시로 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하는 등 지금도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주민 주도의 지역공동체 실현이 목표

 

매년 풍덩을 찾는 여행자들도 증가 추세인데, 지난 한 해 5천여 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박종석 대표는 이렇게 빨리 여행객들이 증가한 배경으로 여행자의 특성에 맞춘 프로그램을 꼽는다. 수학여행과 기업연수, 생태 여행, 로컬푸드 여행 등 다양한 고객들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다. 최근 기획한 구곡순담 건강여행은 직원들이 발품을 팔아가며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전라도의 대표적인 장수마을인 구례·곡성·순창·담양을 하나로 묶어 지역 특색에 맞는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를 체험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지난 2012년 서울 성미산학교 아이들이 저희 마을을 찾아 며칠 동안 에너지 없이 사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인데요, 처음에는 전기 없이 사는 생활을 상상도 못했던 아이들이 점차 산골마을 생활에 녹아들며 에너지를 바라보는 관점이 전환되었던 것입니다. 특히 집으로 돌아간 아이들이 엄마에게 전기를 아끼라는 말을 하루에도 수차례씩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나름대로 보람과 책임감도 느꼈어요. 작은 시작이 지구 환경에까지 영행을 미칠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프로그램 하나하나가 더 신중해지더라고요.”

 

박종석 대표의 말처럼 지금은 비록 시작에 불과하지만 이곳을 다녀간 이들의 좋은 반응들을 들으면서 풍덩 가족은 힘을 얻고 있다. 그저 즐기는 여행이 아니라 재미와 의미를 둘 다 잡을 수 있는 알찬 프로그램 개발이 우선이라는 것도 그동안의 경험으로 느꼈다. 그런 의미에서 풍덩이 위치한 지구마을학교를 단순한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도농 간 교류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주말에만 잠시 들르는 여행지가 아닌 1365일 언제든 열린 공간으로서 도시와 농촌의 징검다리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마을과 지역공동체를 살리는 데 있어서 농촌은 그 자체로 경쟁력을 갖는다고 생각해요. 이미 갖춰진 농촌의 자원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이니까요.”




 

풍덩에는 귀농·귀촌에 관심이 많은 도시민들이 이따금 찾는다. 그럴 때면 이들에게 박종석 대표는 꼭 해주는 말이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그러므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간다면 길이 보인다.”라고.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전원생활을 꿈꿉니다. 하지만 순서와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살 것인가를 정하지도 않은 채 땅부터 사고 집부터 짓거든요, 그리고 명당자리를 찾아 경치 좋은 터를 고릅니다. 저는 명당이 따로 없다고 생각해요. 정붙이고 살면 그곳이 명당이죠.”

 

산골에 사는 필자도 공감이 가는 말이다. 결국 귀농·귀촌의 성공여부는 나 자신에게 달렸다는 애기다. 주민들과의 교류와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원만한 적응을 할 수가 있고, 지역에 대한 애착도 가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땅도 집도 아닌, ‘내 마음이니까...

 

<사진여행작가 눌산 http://www.nulsan.net



 

사회적기업 ()공정여행 풍덩  http://blog.naver.com/poongdoongc

전라북도 진안군 부귀면 노래재로 2번지





- 산사랑(한국산지보전협회) 가을호 기고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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