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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덕유산 능선에 잔설이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봄기운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다. 대개는 4월까지 눈이 쌓여 있어 산촌의 봄은 멀고도 험하다.


볕 좋은 날이면 몸이 먼저 반응을 한다. 자연스레 집 밖으로 내몬다는 얘기다. 어디를 갈까 단 1초도 고민할 이유가 없다. 긴 겨울의 끝자락에 갈 곳이라고는 남도 땅 말고 또 어디가 있겠는가. 


순천에서 2번 국도를 탔다. 고속도로가 목포까지 시원스럽게 뚫렸다는 얘기를 익히 들었지만, 봄마중 나온 여행자에게는 한시가 급한 게 아니라 눈에 담을 풍경 하나가 그리운 법이다. 남는 건 시간 밖에 없으니 굳이 고속도로를 탈 이유가 없다. 국도도 빠르다는 생각에 고흥 어디쯤인가에서 좁고 굽은 길로 들어선다. 아니나 다를까 고질병인 안구건조증이 순식간에 사라질 만큼 시원한 보리밭이 펼쳐진다. 




해질 무렵 붉은 빛으로 서서히 물들어가는 보리밭을 만났다. 봄을 시샘하는 매서운 바닷바람이 몰아쳤지만 청보리밭 한가운데 들어서니 언제 추웠냐는 듯 몸은 더 가벼워진다. 





멀리 저녁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뜨거운 보리애국 생각이 간절하다. 





땅도 숨을 쉰다. 땅이 들썩인다. 이즈음이면 남도 들녘은 몰아쉬는 땅의 숨소리로 요란하다. 









고흥반도 끝에는 섬과 섬을 다리로 연결해 놨다. 우주센터가 있는 나로도 근처를 지나다 해초를 채취하는 어르신을 만났다. 바닷바람이 매서운데, 그저 포근해 보이는 풍경이다.





장흥 묵촌마을 동백 숲이다. 붉은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한 동백의 처연한 몸부림은 만나지 못 했다. 아쉬울 게 없다. 동백 숲에 서 있다는 것으로 만족하니까.





사진을 막 배우던 시절, 밤새 달려 묵촌마을 동백꽃을 보러 가곤 했었다. 동백으로 유명한 곳이야 많지만, 보리밭 한가운데 섬처럼 떠 있는 이 묵촌 동백숲만의 매력이 있었으니까. 





묵촌마을 동백숲





장흥 언저리에서 뜻밖의 붉은 바다를 만났다. 땅에서는 매섭게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바다는 고요했다. 

 




순천에서 2번 국도를 타면 벌교 고흥 보성 장흥 강진 완도 해남 영암으로, '봄의 나라'들이 이어진다. 눈에 보이는 풍경 하나하나가 다 진국이라 여유있게 일정을 짜면 좋다. 





발길을 남도로 돌린 건 역시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겨울도 봄도 아닌 이즈음에는 남도여행이 제격이다. 동백이 피고 유채꽃이 핀다. 바야흐로 봄이 왔다는 증거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숲으로 들어가면 복수초와 변산바람꽃이 빼곡히 피어 난다.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촘촘하게 피어나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어느 사진가가 이 신비스러운 장면을 온전히 사진에 담을 수 있을까. 단지 흉내만 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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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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