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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이 내려다보이는 첩첩산중에 정착한 김대환·도연 부부


산을 하나 넘고, 또 하나 넘었다. 그러고도 길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분명 첩첩산중이라 들었는데 내리막길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독특한 지형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봉화 땅이 그렇다. 태백에서 발원한 낙동강이 굽이쳐 흐르다 산을 만나면 강은 먼 길을 돌아 흐른다. 이런 강을 사행천(蛇行川), ‘뱀처럼 구불구불한 강이라 한다. 낙동강이나 한강 상류 동강이 그렇다.



 

나이 사십이 되면 산으로 가리라.

나지막한 둔덕을 서너 번은 넘었나 보다. 골짜기 틈새로 낙동강이 보인다. 더 이상 오를 곳도 내려갈 곳도 없어 보인다. 그때, 멀리 흙집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골짜기 하나를 통째로 내 집 정원으로 쓴다는 김대환·도연 부부의 집이다.

국문학을 전공한 김대환 씨는 대전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로 갔다. 순서를 밟듯 직장생활을 했고, 그 가운데에서도 막연히 꿈 하나를 가슴 깊이 간직하고 살았다.

저는 남들처럼 어떤 직업을 갖고, 얼마만큼 돈을 벌고 하는 그런 바람은 없었어요. 하지만 대학을 다닐 때부터 갖고 있었던 생각이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산에 들어가 사는 것입니다. 서울 생활을 하면서부터 그게 꿈이 되었죠. 제 생각에도 저는 서울 체질이 아니거든요. 사람은 콘크리트 더미 속이 아닌 산이 보이고, 강이 보이고, 들이 보이는 곳에 살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눈앞에 닥친 현실 때문에 서울생활을 하긴 했지만, 내 나이 사십이 되면 반드시 산에 가 살리라, 라고 마음먹었죠.”

김대환 씨가 봉화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은 2009년이다. 땅값이 저렴하고 산이 깊은 곳을 찾아 다녔다. 충청북도 영동과 경상북도 영양, 그리고 봉화의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 마침 직장을 그만두고 우연치 않게 부동산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다 찾아낸 곳이 지금 살고 있는 경상북도 봉화군 법전면의 멀골이라는 곳이다.

서울 이태원에 살 때인데,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게 되어 막노동을 다녔어요. 그런데 아내가 힘들어 하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다른 일을 하길 원했죠. 마침 동네에 연세 많으신 어르신이 하던 부동산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재개발 붐을 등에 업고 돈도 좀 벌었었죠. 그러다 갑자기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서 그만 뒀어요. 돈 벌 팔자가 아닌 거죠.(웃음) 기회다 싶어 아내와 의논 끝에 봉화 땅을 사게 된 겁니다.”



 

그때는 마을길이 대부분 비포장 도로였다. 김대환 씨는 오히려 그 길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산이라는 게 다 비슷비슷하잖아요. 근데 길이 참 예쁘더라고요. 먼지 폴폴 나는 불편함은 있지만 산 속이라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그러다 지금은 90% 정도 포장이 되었어요. 마을 사람들이 동원되어 부역을 했죠. 우리는 자력사업이라고 하는데, 관청에서는 자재만 대주고 마을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에요. 포장이 되고 별로 안 좋아요. 낙동강이 있다 보니 물놀이 하러들 많이 찾아오거든요. 잘 놀고 가면 되는데, 먹고 남은 쓰레기를 그대로 버리고 가다보니 환경이 나빠졌어요.”

2009년에 땅을 사고 집을 짓기 시작했다. 인터넷 카페 활동을 하며 혼자서 집짓는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주저 없이 시작했다. 그가 선택한 방식은 흙부대집이다. 쌀자루에 흙을 담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요즘 혼자서 집짓는 사람들이 주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말이 쉽지 전혀 경험이 없는 사람이 혼자서 집을 짓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작은 순조로웠지만 시간이 갈수록 지지부진해지면서, 특히 다음해 열린 월드컵 경기를 응원하느라 밤잠을 설치기까지 하면서, 집이 완성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혼자서 집을 지었다는 얘기는 다 거짓말이에요. 처음에는 저도 쉽게 생각했죠. ‘혼자서 일주일 만에 집짓기란 책도 있는데, 집짓는 일을 너무 쉽게 얘기하는 거예요. 혼자서도 얼마든지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기를 너도나도 해서 고민 없이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 난관(難關)이 하나둘이 아니더군요. 내가 할 수 있는 부분까지만 직접하고, 나머지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더 효율적입니다. 비용은 더 들겠지만, 공기(工期)를 단축하는 것도 경제적이니까요.”



 

1년 동안 혼자서 지은 흙부대집

 

서울생활 딱 10년 만이다. 막연히 동경하던 꿈을 이룬 셈이다. 다행이었던 것은 그의 아내 도연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도연은 무속인이다. 남편 못지않게 두메산골에서 사는 꿈을 꾸었고 강이 보이는 곳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 어릴 적에 늘 강을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낙동강의 하류 지역인 대구광역시 달성군의 현풍에서 나고 자란 아내는 서울생활 중에 자궁암에 걸려 수술을 하게 되었다. 수술 후유증으로 인한 우울증을 심하게 앓기도 했으며, 무속인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쓰레기를 버리면 우리 집 것만 안 가져가요. 재활용 봉투에 잘 담아서 내놓는 데도요. 맨 처음에는 무슨 이유인지 몰랐는데, 집과 멀리 떨어진 곳에 갖다 놓았더니 비로소 가져가더라고요. 우리 쓰레기인 줄 몰랐겠죠. 여기로 이사를 오고 나서는 그런 게 전혀 없어요. 근처에 사시는 목사님이나 스님하고도 잘 어울려 지내고 있으니까요. 동네 어르신들하고도 친하게 지내고요.”

1년 동안의 집짓기가 마무리 된 후 김대환 씨는 서울에 있는 아내를 불러 내렸다. 귀촌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기에 마을 분들이 하는 대로 고추도 심고 콩도 심었다. 몸은 고달팠지만, 눈에 보이는 세상이 다 내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고 산 생활에 차츰 적응이 되어갔다. 그의 아내 역시 42~3kg 수준이던 몸무게가 6kg나 늘어나면서 건강도 많이 회복되었다. 또한 산골 생활은 무속인으로서의 삶도 도움이 되었다. 자연이 주는 힘이 위대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나날들이었다.



 

김대환 씨는 마을에서 새마을지도자로 활동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산골생활에 도움을 주신, 특히 농사일의 스승인 마을 어르신들에 대한 보답으로 시작한 것이 마을을 위한 봉사활동이다. 요즘은 체험마을 사업 때문에 집을 비우는 일이 잦다. ‘된장은행사업인데 도시인들이 장을 만드는 전 과정을 참여하여 메주를 담그고 간장과 된장을 만들면 마을은 보관 숙성을 담당한다. 또 숙박 시설과 마을 식당도 만든다.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먹을거리도 개발하는 중이다. 화덕에 굽는 봉화 한약우피자, 송이피자, 그리고 유기농 농산물로 만드는 쿠키 등 모두가 도시인들이 찾아오면 제공할 것들이다. 그리고 마을 옛길을 복원해 트레킹 코스도 만들었다. 낙동강을 따라 걷는 길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 보다는 농산물 직거래를 통한 지역민들의 소득 증대와 도시인들의 휴식을 위한 공간 조성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봉화에 내려오면 좀 여유로울 줄 알았는데 마을 사업에 참여하면서 바빠졌어요.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다녔던 낚시를 요즘은 1년에 한 번도 제대로 못 갑니다. 다들 열심히 일하는데 저만 놀러 다닐 수 없잖아요. 또 마을 사업을 하다 보니 배울 게 많더라고요. 우리보다 먼저 시작한 전국의 여러 마을로 답사도 가고 회의도 나가고 하다 보니 너무 바빠서 작년에 비해 농사일도 많이 줄였어요. 사실 그래서 요즘은 집에 먹을 것 정도만 하고, 콩농사도 옆 동네 주민들과 같이 짓고 있어요.”


 

얘기를 듣고 있던 아내가 한마디 거든다.

밖에 일도 좋지만 집안일에 조금만 더 신경써주면 좋겠어요. 하지만 마을 분들이 너무 좋으셔서 그분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저도 반대하지 않아요.”

마침 춘양 장날이라면서 도연은 장을 보러 가고, 김대환 씨는 점심에 먹을 거라면서 상추를 뜯는다. 바람과 햇볕을 받고 자란 상추라 그런지 사각거리는 소리부터가 다르다. 멀리 유유히 흘러가는 낙동강을 바라보면서 직접 기른 쌈채소로 점심을 대접 받았다. 할 일이 없다면 한나절 뒹굴거리며 여유를 느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길을 나섰다. 멀골에 들어올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골짜기를 빠져나가면서 보니 길이 참 예쁘다. 직선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곡선의 길은 멀리 낙동강 물줄기를 슬쩍슬쩍 보여 준다. 확 트인 공간보다 이런 은밀한 공간이 주는 편안함이 더 아름다운 모양이다.


·사진 여행작가 눌산 최상석 (http://www.nulsan.net)


한국 산지보전협회 격월간 산사랑 7+8월호 원고 (http://kfca.re.kr/sanFile/web9/sub2-1.html)


Posted by 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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