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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 ozikorea@hanmail.net, facebook.com/ozikorea



[글 사진] 눌산 여행작가

누구랄 것도 없었다. 같은 시간 ‘그곳’에 있다는 이유 하나로 ‘하나’가 되었다. 어둠이 내리면 마당에는 으레 모닥불이 피어올랐고, 사람들은 하나둘 불가로 모여들었다. 각자 가지고 온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밤새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다음날이면 함께 산을 오르고, 길을 걸으며 ‘친구’가 되었다. 그게 끝이다. 요즘이야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 후로도 지속적인 관계가 유지되기도 하지만 그때는 ‘그곳’에서의 만남이 시작이고 끝이 되었다. 산장 얘기다. 여행 좀 한다는 이라면 오래전 산장의 추억을 잊지 못한다. 산장이란 산속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민박 형태의 숙소로, 등산이나 도보여행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하였다. 요즘으로 치자면 게스트하우스 같은 곳이다. 주로 혼자 오는 여행자들이 많았기에 잠자는 공간 역시 도미토리(dormitory) 형태로 운영되었다. 예약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때라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모일 때는 비좁은 공간에서 머리를 맞대고 자기도 했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 불평을 하거나 불편해하지 않았다. 하룻밤 사이에 이미 친구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이라면 산장은 ‘추억’이 되겠고, 호텔이나 콘도 같은 숙박시설에 식상한 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산중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산장 다섯 곳을 추천한다. 


▲ 강원도 정선 ‘방성애산장’의 야경. 


□ 경북 영양 ‘새방골산방’
   
   전기가 없다. 전화도 없다. 스마트폰도 잘 안 터지니 인내심이 없다면 통화는 불가능하다. 대신 맑은 공기와 숲, 문만 열고 나가면 초자연적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런 곳에 산장이 있다. 선택이 아닌 필수라 할 수 있는 물질문명과 동떨어진 세상, 그런 곳에서 한 이삼 일 아무 생각 없이 푹 쉬다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내비게이션에 알려드린 주소를 찍고 멈추는 곳에서 우회전하여 1㎞ 정도 들어오시면 됩니다”라는 산방 주인의 얘기대로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니 도로는 산중 한가운데서 끝이 난다. 계곡을 따라 난 비포장도로로 한 20분쯤 걸었을까, 멀리 외딴집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경북 내륙의 최고봉으로 산이 높아 동해에서 떠오르는 해와 달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 해서 이름 붙여진 해발 1219m 일월산(日月山) 자락에 위치한 새방골산방이다. 
   
   어디 산뜻한 이름이 없을까 고민하다 ‘산뜻한’으로 개명을 했다는 이산뜻한(46)씨가 산방 주인이다. 그는 전기도, 전화도 없는 첩첩산중 외딴 골짜기에 혼자 힘으로 집 다섯 채를 지었다. 그의 집짓기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미대를 나와 서양화를 그리던 그가 붓 대신 난생처음 톱과 망치를 들었다. 뜻하지 않은 계기로 계획보다 10년이 앞당겨지긴 했지만 도시와 사람으로부터 멀어지는 삶은 그의 오랜 꿈이었다. 9살 때 형제들과 함께 대구로 유학을 떠나 서울에서 서양화가로 활동하던 이산뜻한씨는 가장 먼저 고향집 인근에 2층짜리 흙집을 지었다. 건축자재인 흙벽돌은 부모님과 직접 찍었다. 무려 1만장이다. 골조는 철골로 용접을 했다. 전혀 경험이 없었다. 인터넷과 책을 통해 배운 게 전부다. 아직도 미완성이라는 그의 첫 집은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 2년 동안의 경험을 살려 지금의 새방골에 네 채의 집을 더 지었다. 
   
   흙집을 둘러봤다. 초보의 투박함이 보이지만 곳곳에 땀과 정성이 깃든 흔적들이 묻어 있다. 방바닥과 벽채, 천장에는 온통 흙을 발랐다. 2층에는 다락방을 만들고, 골짜기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테라스도 만들었다. 한 발자국만 나가면 산이고 계곡물이 흐른다. 있는 그대로가 자연이고 정원이다. 그런데도 빼꼼한 틈만 있으면 나무와 꽃이 심어져 있다. 자귀나무, 층층나무, 고로쇠나무, 느티나무 등. 
   
   “나무를 좋아합니다. 산속이라 굳이 심지 않아도 되지만, 좋아하는 나무를 심고 그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좋더라고요.”
   
   새방골산방은 분명 불편함이 많은 집이다. 전기와 전화를 마음대로 쓸 수 없다는 것만 해도 그렇다. 하지만 태양열을 이용해 간단한 샤워도 가능하고 저녁식사 시간 정도는 전깃불도 쓸 수 있으니 불편함이 곧 가장 큰 매력이 되는 집이다. 화려한 도시의 불빛에서 벗어나 오롯이 밤의 어둠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는 제격이다. 
   

여행 tip
   
   경북 영양 ‘새방골산방’
   
   장거리 운전보다는 대중교통 이용을 권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영양 가는 버스가 하루 5회 운행한다. 4시간30분 소요. 영양터미널에서는 도곡행 시내버스를 타고 마을에서 내려 30분쯤 걸어서 가거나 미리 연락해 픽업을 요청하면 된다. 
   
   •경북 영양군 일월면 도곡리 48-6.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목적지에 도착한 후 간이화장실 앞에서 우회전, 1㎞ 직진하면 새방골산방이다. 
   
   •연락처 (010)3113-3659 (전화예약만 가능하고 통화가 안 될 경우 문자를 남기면 된다.)
   
   
   주인장의 귀띔
   
   열대야 걱정은 접어두고 차가운 밤공기에 대비한 겉옷 준비는 필수다. 영양은 문학의 고장이다. 시인이자 국문학자인 조지훈의 생가가 있는 주실마을과 소설가 이문열의 고향인 두들마을의 고택 여행을 추천했다. 그 외 여행지로는 일월산 자생화공원과 수하계곡의 ‘반딧불이 생태공원’, 금강소나무림의 생태탐방로 등이 있다. 


▲ 경북 영양 ‘새방골산방’. 전기와 전화가 없고 휴대폰도 잘 안 터지는 곳이다.


 □ 경남 산청 ‘마리의 부엌’
   
   여기 ‘타샤의 정원’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며 농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가족이 있다. 마당에는 넓은 그늘을 드리운 늙은 자두나무 한 그루와 감나무가 있고 온갖 야생화들로 가득하다. 마당 끝에 놓인 의자에 앉으면 집주인이 첫눈에 반했다는 지리산 천왕봉이 눈앞에 펼쳐진다. 30년이 넘은 낡은 집이지만 정성스럽게 가꾼 흔적들로 가득해서 그런지 “예쁘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지리산의 풍경 속으로 스며든 집. 산청 ‘마리의 부엌’을 보며 느낀 소감이다. 
   
   이 집의 안주인 김랑(49)씨와 스스로 머슴이라 자처하는 이상대(45)씨 부부는 ‘마리의 부엌’이란 간판을 달고, 외갓집에 다니러 온 듯이 편안하게 쉬어가라는 생각으로 농가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했다. “창원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 틈틈이 지리산을 다녔습니다. 언젠가는 지리산에 살게 될 꿈을 꾸며 말이죠. 그러다 우연히 잡초만 무성했던 이 집을 발견하고는 주저 없이 계약을 했어요. 한 1년 동안 창원과 지리산을 오가면서 직접 수리를 했습니다.”
   
   처음부터 게스트하우스의 꿈을 갖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지리산 속에서 살다 보니 이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마리의 부엌’을 가족들만의 공간으로 두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마음에 모든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던 것이 시작이었다. ‘마리의 부엌’은 조용히 쉬어가는 집이다. 그러기 위해 까다로운 몇 가지 규칙도 만들었다. 현재 게스트룸으로 활용하고 있는 본채, 아래채, 황토방. 이 3개 이상은 늘리지 않는다는 것이 그것이다. 또한 어떤 경우에도 15명을 초과하지 않는다. 이건 부부가 정한 약속이다. 게스트에 대한 규칙으로는 술은 가벼운 반주 정도만 허용하고, 이성친구 불가, 숯불에 고기를 구워먹는 것도 안 된다. 대신 머무는 동안 읽을 수 있는 책을 비치했고, 지리산에서 생산되는 황차와 야생차, 커피를 무한제공한다. 
   
   “마당이 없는 아파트 생활을 하는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들이 많이 옵니다. 아이들과 마당을 거닐며 꽃과 나무 얘기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지리산에 대한 추억이 많은 50대도 많이 오시죠. 처음에는 여기저기 많이 둘러볼 계획을 갖고 오지만 결국은 하루 종일 집안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자연스럽게 고요한 산골의 정취에 스며드는 것이지요. 사실 우리 부부가 원했던 분위기예요.”
   
   이 집의 또 하나의 자랑은 안주인 김랑씨가 차려주는 밥상이다. 저녁과 아침 기본 2식을 제공하는 마리의 부엌에서는 사전에 의논하면 취사도 가능하긴 하지만 무조건 김랑씨의 밥상을 받아야 한다. 음식 재료의 대부분은 직접 재배한 채소와 산나물로 ‘자연밥상’이다. 
   

여행 tip
   
   경남 산청 ‘마리의 부엌’
   
   소박하지만 정갈한 음식, 그리고 정성이 담긴 밥상은 어릴 적 방학을 이용해 찾았던 시골 친척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최대 인원을 15명으로 제한하는 것도 바로 이 음식 때문이다. 더 많은 인원은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경남 산청군 시천면 지리산대로 1007번길 24(경남 산청군 시천면 동당리 176)
   
   •블로그 http://blog.naver.com/lsd0135
   
   •연락처 (010)5065-7687
   
   
   주인장의 귀띔
   
   종일 뒹굴며 보내기, 음악 듣고 책보기, 텃밭 풀매기, 동네 산책, 집앞 계곡에서 물놀이, 지리산 둘레길 걷기. 주인장이 추천하는 마리의 부엌에서 즐기기 팁이다. ‘마리의 부엌’에 발을 내딛는 순간 지리산 여기저기를 둘러봐야 한다는 여행 계획이 자연스럽게 ‘마리의 부엌 백 배 즐기기’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시길…. 



▲ 주인장의 정갈한 아침밥상이 인상적인 경남 산청 ‘마리의 부엌’.


□ 전북 무주 ‘무주구천동 게스트하우스’
   
   호남의 대표적인 오지를 일컬어 ‘무진장’이라 한다. 남한에서 네 번째로 높은 산인 덕유산을 중심으로 인접한 무주와 진안, 장수는 예로부터 오지로 소문난 곳이다. 하지만 덕유산에 대형 리조트가 들어서고 도로의 발달로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무진장’은 이제 소문난 관광지 중의 하나가 되었다. 
   
   “여름에는 물놀이 하는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겨울이면 스키어들로 가득하고요. 이런 곳에서 ‘혼자 여행 와도 좋은 집’을 내걸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는 것은 사실 모험이었어요.” 무주구천동 게스트하우스 이관배(44) 대표의 말이다. 무주구천동은 이관배씨가 나고 자란 고향이다. 더구나 무주문화원 사무국장을 하면서 지역문화 발굴 사업과 문화행사 등을 진행했다. 그는 ‘지역문화 전문가’의 경력을 살려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이들에게 유명 관광지보다는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명소나 한여름 피서객을 피해 호젓하게 즐길 수 있는 숲길이나 계곡을 알려준다. 
   
   ‘무주구천동’ 하면 계곡이 깊고 좋아 여름 피서지의 이미지가 크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대부분은 그와는 상관없는 이들이다. 주로 옛길 산책을 하거나, 이관배씨가 안내하는 반딧불이 탐사, 아니면 빈둥대는 게 전부다. 정 따분하다 싶으면 이관배씨가 던지는 미션을 수행하는 것으로 또 다른 재미를 경험한다. 예를 들어 마을 주민들에게 야생닭과 산나물, 약초 등의 재료를 구입해 가마솥에 삶아 게스트들이 함께 나누어 먹는 것이다. 물론 재료 손질부터 불을 지피는 일 모두 게스트들이 스스로 알아서 한다. 
   
   “이런 미션은 수시로 바뀝니다. 미리 계획해서 한다기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놀잇거리를 제공하는 것이죠. 반딧불이 탐사도 ‘밤길 걷기’의 의미가 더 커요. 물론 반딧불이의 불빛을 보면서 신기해하기도 하지만, 처음에는 칠흑같이 어둡게 느껴지던 밤이 조명 없이도 서서히 밝아오는 것을 느끼거든요. 달빛 아래라면 더욱 좋고요.”
   
   게스트하우스 건물은 지은 지 50년 된 낡은 상가 건물이다. 1층은 식당, 2층은 민박을 치던 어머니의 집을 혼자서 수리했다. 침대를 만들고,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듣고, 식사를 하는 공간을 따로 만들었다. 게스트룸보다는 이런 휴식공간이 더 넓다. 모두가 여행자를 배려하는 마음에서다. 그러다 보니 이제 2년 차 게스트하우스지만 ‘나 홀로 여행객’들이나 ‘외국인 여행자’들에게는 꽤나 알려진 숙소가 되었다. ‘관계’의 힘듦에서 벗어나고픈 사람이라면 무주구천동 게스트하우스에서 ‘나 홀로’의 여유를 즐겨볼 만하다. 
   

여행 tip
   
   전북 무주 ‘무주구천동 게스트하우스’
   
   간단한 조리도구는 준비되어 있지만 원칙적으로 취사는 금지다. 1층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할인된 금액인 5000원에 식사가 가능하다. 된장찌개를 먹고 눈물을 흘렸던 게스트가 있을 정도로 어머니가 손수 담근 장맛이 일품이라고. 달짝지근한 흔한 된장찌개 맛이 아니라 딱 옛날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바로 그 맛이다. 
   
   •4인 도미토리 1만5000~2만1000원 / 8인 도미토리 1만2000~1만5000원
   
   •전북 무주군 설천면 삼공리 416-6
   
   •홈페이지 http://spygrom.blog.me
   
   •연락처 (010)3948-1355
   
   
   주인장의 귀띔
   
   무주는 반딧불이의 고장이다. 8월 27일부터 축제가 있지만 고요히 즐기고 싶다면 이관배 대표가 안내하는 탐사에 참가하면 된다. 비용은 1인 7000원. 5월 말과 8월 말, 운문산반딧불이와 늦반딧불이 두 종류가 약 15일 정도씩 활동한다.



   

▲ 전북 무주 ‘무주구천동 게스트하우스’. 무주문화원 사무국장을 지낸 주인장이 숨겨진 명소를 알려준다.


 □ 강원도 정선 ‘방성애산장’
   
   오지여행자들의 아지트다. 산장 주인 방성애(69)씨는 21년째 같은 자리에서 산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여행자들을 위한 산장이 아닐까 싶다. “힘들 때는 이제 그만할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지만 오랜 단골손님들이 이제는 가족같이 느껴지니 그만둘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게 한 해 한 해 보낸 게 벌써 21년이네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이유에 대해, 내 집에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필자 역시 오지여행에 한창 빠져 있던 시절, 이 집 단골이었다. 군불을 지피는 아궁이 앞에 둘러앉아 감자를 구워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고, 긴 산행 후 뜨끈뜨끈한 아랫목에서 하룻밤 지지고 나면 몸이 개운해졌다. 몸살 기운을 느낄 때 일부러 이 집 아랫목을 찾아간 일도 있었다. 음식 솜씨 좋은 주인장의 밥상 위에는 산나물이 전부였지만 구수한 된장찌개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술기운이 오르고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이면 주인장은 슬그머니 더덕주 한 병을 꺼내 온다. 어머니 같은 포근함으로 혹여라도 잠자리가 불편할까 아궁이 앞을 지키던 모습은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처음에는 정선 땅 깊숙이 들어앉은 마을 풍경에 반해 들어왔다가 계곡에 놀러 온 사람들에게 빈방을 민박으로 내놓기 시작하면서 방성애산장의 문을 열었다. “이 집이 한국전쟁 때도 있었대요. 얼마나 손때가 묻었는지 토방마루가 맨질맨질했어요. 그게 얼마나 좋았던지….”

▲ 방성애산장에서 내려다본 ‘구미정’. 


방성애산장은 한강 최상류인 골지천변 언덕 위 사을기마을에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낙천리에 속하는 사을기마을은 정선에서도 손꼽히는 오지마을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남한강 수계를 통틀어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구미정(九美亭)을 조망할 수 있다는 유명세 덕분에 외부에 알려졌다. 
   
   현재 네댓 가구가 농사를 짓고 있는 사을기마을에서 방성애산장은 특별히 돋보이지 않는다. 낡고 허름한 옛집을 그대로 민박으로 내놓고 좌우로 별채를 하나씩 더 지었다. 주변의 경관과 자연스럽게 조화되는 외관 덕분이다. 집 안팎에는 방성애씨가 하나씩 모았다는 옛날 생활도구들이 박물관 못지않게 많다. 앉아서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도록 낮은 창문을 낸 것이 이 집의 특징이다. 덕분에 고추밭, 옥수수밭, 그리고 사람 키보다 훨씬 큰 수숫대가 빼곡히 자라는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원한 그늘에 앉아 마시는 방성애씨가 직접 솔잎과 오디 등을 발효시켜 만든 냉 발효액차 맛 또한 일품이다. 
   
   방성애산장에는 20년 단골도 수두룩하다. 20대 처자가 남자친구와 오고 그러다 결혼을 해서 아기를 안고 찾아오기도 한다. 주로 휴식을 목적으로 오는 나 홀로 여행자나 가족들이 많이 찾는다. 긴 생각이 필요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들도 간간이 찾는다. 이들은 주로 며칠씩 머무르며 주변 산책을 하고 고요를 즐긴다. 대부분 알음알음 찾아오는 손님이 많기 때문에 굳이 광고는 하지 않는다. 방성애씨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도 모른다. 홈페이지도 없고 오직 전화로만 예약을 받는 이유다. 
   

여행 tip
   
   강원도 정선 ‘방성애산장’
   
   4인실이 4개, 6~7명이 잘 수 있는 복층이 하나 있다. 비용은 4만원부터 10만원으로 연중 동일하다. 미리 부탁하면 아침식사만 가능한데 된장찌개와 산나물, 지천으로 널린 야생초를 오디 발효액으로 버무린 샐러드 상차림이 5000원이다.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낙천리 750
   
   •연락처 (011)9738-5652
   
   
   주인장의 귀띔
   
   골지천과 구미정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산장 바로 앞에 있다. 정선 임계면 미락숲에서 시작해 여량면 아우라지까지 이어지는 ‘걷는 길’ 산소길 1구간(23.3㎞)이 사을기마을 아래 구미정을 지난다. 코스가 너무 길다면 방성애산장에서 고개 하나를 넘는 미락숲으로 이어지는 옛길 산책도 좋다. 아침식사만 가능한 이유는 정선의 맛을 보라는 이유에서다. 정선오일장 주변에는 콧등치기국수나 황기족발, 곤드레나물밥을 내는 식당이 여럿 있다.


▲ ‘구미정’을 조망할 수 있는 방성애산장. 오지여행자들의 아지트다.


 □ 경북 포항 ‘선류산장’
   
   김인구(55)씨는 산장지기가 꿈이었다.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던 20대 때부터 등산을 즐겼던 김인구씨는 산꾼들의 쉼터 역할을 하던 산장의 매력에 푹 빠졌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어느 CF 내용처럼 대화의 중심에는 오로지 자연만이 존재하는, 그런 산장을 꿈꿨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었다. 
   
   경상북도 포항시 죽장면 지동리 ‘배고개’ 중턱에 ‘신선이 노니는 곳’이라는 선류(仙遊)산장이 있다. 오래전 화전민들의 터전이었지만 지금은 모두 떠나고 오롯이 산장뿐이다. 골짜기 하나를 통째로 쓰고 있는 셈인데 흙과 돌, 나무를 켜켜이 쌓아 올린 흙집이다. 분위기만 봐서는 마치 ‘산적의 소굴’을 닮았다. 산장지기 김인구씨 내외가 손수 지었다. 전문성은 좀 부족해 보여도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만은 최고다. 이름만 들어서는 강원도나 경상북도 내륙 한가운데쯤 있겠거니 했는데 동해의 푸른 바다가 먼저 떠오르는 포항 땅에 있다는 것이 의외다. 그 연유가 궁금해진다. 
   
   “포항 시내와는 불과 30여분 거리지만 이곳은 보현산(1124m)과 면봉산(1113m), 향로봉(930m), 수석봉(821m) 등 1000m급 산에 둘러싸인 전형적인 산악지역입니다. 산장 뒤편의 수석봉에 오르면 동해 바다도 보이지요. 덕분에 매년 1월 1일에는 산장을 찾는 손님들과 함께 수석봉에 올라 일출을 맞이합니다.”


▲ 경북 포항 ‘선류산장’. 산장지기가 꿈이었던 주인장 내외가 서울 생활을 접고 내려와 흙집을 지었다.


1년 동안 본채 공사를 했다. 본채는 살림집 겸 찻집이다. 다락방을 만들고 벽난로도 손수 만들었다. 천장과 벽에는 서각공예가로도 활동 중인 김인구씨의 작품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10여년 동안 민박채 두 동을 더 지었다. 산장 문을 연 지는 올해로 16년째다. “지금도 손볼 곳이 많아요. 여전히 미완성이죠. 두 번, 세 번씩 또는 16년째 오는 분도 있는데 올 때마다 산장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좋아해요. 손님들에게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생각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곳을 아내와 함께 가꾸어간다는 것이 더 큰 재미입니다.”
   
   민박채는 동굴처럼 꾸며졌다. 설계도 한 장 없이 공사를 하다 보니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표현했다고 한다. 거실 한가운데는 커다란 바위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거실 공간을 막고 있는 바위를 깨지 않고 그대로 둔 채 집을 지은 것인데, 공기정화와 습도조절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복도에는 하늘창도 만들었다. 문을 열면 그대로 밤하늘의 별들을 볼 수 있다. 이 모두가 그가 꿈꾸던 ‘자연과 가장 가까운 집’이다. 특히 민박채인 ‘구름도 쉬어 간다’는 운휴당(雲休堂) 2층의 효산정은 매실나무와 활엽수림에 둘러싸여 있어 앉는 순간 더위가 사라진다. 대숲에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소리는 덤이다. 
   

여행 tip
   
   경북 포항 ‘선류산장’
   
   본채 찻집에서 전통차와 간단한 식사가 가능하다. 음식 솜씨 좋은 장양숙씨가 봄에 채취한 산나물과 직접 재배한 표고버섯 등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활용한 음식들이다. 특히 산나물이 들어간 산채전과 표고버섯탕수 맛이 일품이다. 
   
   •2~3인이 묵을 수 있는 황토방 4개와 두 가족 정도가 머물 수 있는 7~8인용이 있다. 1박 2인 기준 10만원부터.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지동리 784-1
   
   •홈페이지 http://www.sunryou.co.kr
   
   •연락처 (054)262-2263
   
   
   주인장의 귀띔
   
   무더위를 피하는 장소로 산장 입구 자호천에서 물놀이도 가능하지만 산장 정자인 효산정이 더 시원하다고 한다. 단골손님들은 이곳에 앉아 책을 읽거나 바둑을 두기도 한다고. 해발 1000m까지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보현산 천문대를 들러 두마계곡과 하옥계곡을 한 바퀴 돌아 나오는 드라이브 코스도 추천했다. 


주간조선 [2417호] 2016.07.25 발행

-->>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9&nNewsNumb=002417100017

Posted by 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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