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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지금 가면 딱 좋습니다. 해인사 소리길

by 눌산 2017.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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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문 닫고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걷는 해인사 소리길

제대로 듣고자 한다면, 말문을 닫아야 한다. 그때서야 비로소 귀가 열린다. 허나 온갖 소음과 자기주장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말문을 닫고 귀를 열리게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소음의 공해에 묵직해진 어깨의 무게를 내려놓고 오로지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최적의 길이 여기에 있다. 그곳은 바로 가야산 해인사 소리길이다.

 

 

천년고찰 해인사를 품은 가야산(1430m) 최고봉은 상왕봉이다. 낙동강의 지류인 가야천의 발원지로 가을 단풍이 계류에 제 몸을 비춰 냇물이 붉은 빛을 띤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홍류동(紅流洞) 계곡을 품고 있다. 해인사 소리길은 이 홍류동 옛길을 복원한 길이다. 옛 사람들은 홍류동 계곡을 넘나들며 해인사를 올랐겠지만 계곡 옆으로 도로가 나면서 옛길은 사라졌다. 그랬던 것을 가야산국립공원과 합천군이 대장경테마파크에서 해인사 입구 영산교까지 6km, 2시간 30분 코스의 걷는 길을 만들었다. 영산교부터 해인사까지의 산사 가는 길까지 포함한다면 약 7.2km로 소요시간은 3시간 정도다.

 

 

4차선으로 확장된 광주~대구고속도로(88고속도로) 덕분에 해인사 가는 길이 한결 수월해졌다. 해인사IC를 빠져 나오면 곧바로 소리길들목인 대장경테마파크가 나온다. 소리길 주차장은 도로 아래에 있다. 소리길은 계곡 옆으로 난 농로에서부터 시작한다. 길은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논 사이를 거쳐 추수를 앞둔 들깨 밭을 지난다. 말랑말랑한 흙길의 촉감을 느끼기도 하고, 나무다리를 교차하며 계곡을 건너다니기도 하며, 마을 안길로 접어들기를 반복한다. 주말이면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지은 농산물을 가지고 나와 파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가을빛의 들녘을 가로질러 무릉교 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며 길은 숲으로 들어간다. 계곡은 더 깊어지고, 소리는 더욱 웅장해진다. 이쯤에 이르면 말문은 저절로 닫힌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에 취해 걷다보면 이 길이 왜 소리길이라 이름 붙였는지를 알 수 있다법보종찰 가야산 해인사현판이 걸린 홍류문에서 입장료 3천원을 내고 지나간다. 신라의 대표적인 유교학자 고운 최치원(孤雲.崔致遠) 선생이 은둔하면서 바둑과 차를 벗하며 살다 신선이 됐다는 전설이 남아 있는 농산정(籠山亭)에서 잠시 쉬어 간다. 영산교에서 소리길은 끝나지만, 길상암부터 해인사까지의 2.2km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추천한 무장애길이다. ‘무장애길은 장애우와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도 휠체어에 몸을 싣고 이동하기 좋은 길을 이르는 말로 평탄한 길이 길상암부터 해인사까지 줄곧 이어진다.

 

 

['해인사 소리길' 길안내]

대장경 테마파크를 찾아간다. 소리길은 영산교까지 6km지만, 해인사까지 다녀오길 권한다. 자가용 운전자는 해인사까지 걸은 후 해인사 터미널(055-932-7362)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주차장까지 되돌아오면 된다. 대중교통 이용시, 서울에서는 합천까지 직행버스로 이동한 후 해인사행 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대구와 대전에서는 해인사까지 버스가 운행된다.

 

<글·사진> 눌산  [주간조선 기고 원고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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