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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철 변하는 자연의 색감이 그리웠어요.

- 전북 순창 정윤하 -

 

 

한동안 인터넷에 귀촌에 대한 환상을 깨는 글이 떠돌아 다닌 적이 있었다. 오랜 바람이었던 전원생활의 꿈을 이룬 부부가 넓은 잔디마당이 딸린 2층 주택을 짓고 자연 속에서의 여유로운 삶을 기대하며 입주했다. 그런데 주말마다 찾아오는 지인들 뒤치다꺼리에, 여름이면 풀과의 전쟁에 지친 나머지 결국은 다 포기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야 했다는 어찌보면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씁쓸한 이야기다. 과연 문제가 뭘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시를 떠나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고들 하는데……. 전북 순창에서 만난 정윤하 씨를 통해 그 답을 찾아보았다.

 

 

콘크리트 숲에서 나무 숲으로

 

정윤하(41) 씨가 부산을 떠나 전북 순창으로 가겠다고 했을 때 그의 지인들은 대부분 걱정의 말을 한마디씩 했다. “여자 혼자서?” “무섭지 않아” “아는 사람도 없잖아” “뭐 먹고 살려고?” 등등. 그에 대한 정윤하 씨의 답은 간단했다. “부산에서도 혼자였고”, “아는 사람은 만들면 되는 거고”, “오히려 낯선 땅이니까 아는 사람 만들기가 더 쉽지 않을까”, “무슨 일을 하던 밥을 굶기야 하겠어?” 라고.

 

도시가 싫었다. 인파와 차량이 뒤섞인 아수라장 같은 도시를 떠나고 싶었다. 도시가 아닌, 적당히 감싸주는 산이 있는 시골이면 족했다. 그동안 도시에서 누렸던 편리함을 포기하고 불편함을 감수할 자신이 있었다. 마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15년을 사는 동안 흙을 밟아 본 기억이 거의 없었다. “아파트에서 승강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를 타고 또 다른 건물로 들어가는 생활을 반복하는 일상이 도시생활이잖아요. 도시는 모두가 각지어진 직선으로만 이루어졌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직선들이 나를 짓누르기 시작하는 것 같았어요. 직선보다 곡선을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 같아요. 사시사철 변화하는 자연의 색감이 그리웠어요. 그림과 사진을 하면서 시각이미지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라고 말하는 그의 눈빛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순창은 처음부터 귀촌을 염두에 둔 곳이라기보다는 우연이었다. 순창에 있는 한옥 게스트하우스에 여행을 왔다 알게 된 주인의 도움으로 지금의 집도 구했다. 오랜 시간 준비했던 것도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결정된 일도 아니다. 마침 집을 옮겨야 할 타이밍이었고, 변화의 시기에 딱 맞아 떨어졌을 뿐이다.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는 모습이 좋았어요.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마음을 나누는 모습이 말이예요. 도시라면 꿈도 못 꿀 일이잖아요. 도시를 떠나 그곳이 어디든, 시골로 가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시골에는 마음을 나누는 정()이 있는 곳이니까요. 그에 반해 도시는 삭막해요.”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여행자들과 순창 사람들에 반해 읍내에서 조금 벗어난 한갓진 마을의 빈집을 보고는 덜컥 계약을 하고 말았다. 몇 군데 집을 보긴 했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보는 순간 그가 찾던 집의 조건을 대부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100% 만족은 없다고 생각해요. 10개 중에 다섯 개만 충족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이 집은 특별한 흠이 없을 만큼 좋았어요. 뒤로는 금산(禽山 432.9m)이 있고, 오래된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맨 끝집이라는 점도 맘에 들었어요. 그리고 집안에 텃밭과 무엇보다 나무가 많아 좋았죠.”

 

 

자연 속에서 사람과 동물이 어우러지는 집

 

그녀의 집은 30년이 넘은 구옥이다. 빈집이라 잡초만 무성했고, 성한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낡은 집이었다. 이 역시 그가 꿈꾸는 집의 조건 중 하나였다. 새집 보다는 낡은 집을 취향에 맞게 수리해 살고 싶었던 것. 문제는 내 마음을 알아 줄 건축업자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더욱이 그녀을 더 힘들게 했던 것은, 좋은 뜻이겠지만 집 안에 나무가 있으면 안 되니까 베어버려야 한다.”는 등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는 등 다들 한마디씩 던지는 조언(?)들이었다. “집수리를 하면서 걸리적거리는 나무뿌리 한 줄기를 조금 잘라냈어요. 그런데 봄이 되어도 그 뿌리와 연결된 가지에만 잎이 돋아나지를 않는 거예요. 다른 가지들은 초록 잎을 틔워내는데 그 가지만 앙상한 겨울 그대로인 거예요. 얼마나 미안하던지.... 나무에게 미안해 미안해 하며 매일 사과를 했어요. 저의 사과를 받아들인건지 여름을 지내며 보니까 나뭇가지에서 느지막이 새순이 돋아나더라고요. 다시는 함부로 베거나 가지를 꺾지 않겠다고 다짐했죠.”라고 말하는 그의 눈에는 나무에 대한 미안함으로 가득했다.

 

집수리에도 적잖은 비용이 들었다. 그렇다고 100%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낯선 땅에서도 여기저기 도움을 주는 고마운 분들을 만날 수 있어 하나 하나 집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집수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마음 고생도 했지만 이제는 담담해졌다. 통이 커졌다고 하는 게 맞겠다. 당황하지 않고 천천히, 하나하나씩 문제를 풀어 가면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앞으로 남은 공사는 손수 할 계획이다. “마당에 작은 덱을 깔고 있는데, 전동공구 하나면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못 하나 박는 것도 쉽지 않아요. 하지만 내 손으로 내가 살 집을 꾸민다는 생각에 힘들어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답니다.”라고 했다.

 

 

여름은 풀과의 전쟁이라는 말이 있듯이 자고 나면 한 뼘씩 자라는 풀들로 인해 여유부리기 힘든 게 전원생활이다. 정윤하 씨는 현재 이 풀들과 눈치 싸움 중이다. 잘 자라는 풀이 있고, 더디게 자라지만 뿌리나 씨앗을 통해 빠르게 번식하는 풀도 있다. 1년 동안은 관찰을 하면서 어떻게 할지 고민할 생각이라고 했다. “제가 이런 얘기하면 남들이 다 웃어요(웃음). 하지만 도시에서만 자라서 풀이나 나무에 대해 아는 게 없다보니 일단 알고 보자는 생각이죠. 그러다보니 무조건 없애는 건 방법이 아닌 것 같아요. 흔히 잡초라 불리는 애들의 특성을 좀 알고 나면 무슨 방법이 생기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냥 놔두고 보는 재미도 있답니다.”

 

부산에 살면서 취미로 그림을 배웠다. 호기심이 많아 눈으로 보고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시각 이미지에 관심이 많았다. 그림의 소재로 사진을 찍게 되면서 사진의 세계에 발을 내딛게 된다. 신세계였다. 사진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자연을 보는 눈이 생겼고, 자연을 대하는 자세를 배웠다. “전시회를 할 때마다 제 시선이 독특해서인지 제 사진 작품은 잘 팔렸어요. 아직은 집이 어수선해서 엄두가 안 나지만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카메라를 다시 들 생각이에요. 아마도 그 때는 부산에서 찍었던 사진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겠죠. 좀 더 솔직한 느낌의 표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

 

정윤하 씨가 꾸미는 집은 애견이나 고양이를 동반할 수 있는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다. 그렇다고 거창한 애견 카페는 아니고, 누구든 동물들을 데리고 와서 함께 차를 마시고 수다 떠는 공간 정도. 2층 다락방은 애견과 함께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다. 방은 딱 하나.

 

이쯤에서 궁금한 게 있었다. “그토록 절실히 원했던 시골살이의 꿈을 이루었는데, 지금은 행복한가요?” 답은 짧았다. “가슴이 뻥 뚫렸어요.”

 

끝으로 자신처럼 시골살이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했다. 특히 여자 혼자라는 이유로 망설이는 이들에게. “단 하나, 여자이기에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것 외에는 아무 문제도 없답니다. 단지 감성적인 환상을 갖고 있다면 반드시 도시에 버리고 와야 한다는 것, 그리고 한 살이라도 덜 먹었을 때 내려오라는 것, 그 정도면 돼요.”라며 얼마 전 부산에 3일 정도 다녀왔는데 빨리 순창으로 가고 싶어 안달이 나더란다. 그녀는 이미 순창사람이 다 돼 있었다.

 

·사진 눌산 http://www.nulsan.net

 

한국산지보전협회 산사랑 웹진 16호 9+10월호-->>   http://kfca.re.kr/sanFile/web16/02_01.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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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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