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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기

30년 경력의 옷수선 가게 아저씨

by 눌산 2008.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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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에서 최소한 40년은 일해야 고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원조'가 넘쳐나고 너도 나도 '최고'를 외치는 세상에 묵묵히 한 분야에서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고개가 숙여집니다.

농담 삼아 이런 얘기를 자주합니다. 진정한 수행자는 농부라고. 산중 생활을 하면서 만난 농부들의 삶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해 뜨기 전 일어나 해가 질때까지 척박한 돌밭이 전부인 그들의 터전에서 평생을 보낸 농부야 말로 진정한 수행자가 아닐까요.

평생을 한가지 일에 바친 진정한 수행자들은 많습니다. 단지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에 충실 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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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수선할 게 있어 읍내 옷수선 가게를 찾았습니다. 당연히 중년의 여인이 앉아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보시는 바와 같이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주인입니다. 투박한 손으로 바느질을 하는 손놀림이 능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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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자동 미싱이 아닌 손과 발을 이용한 수동 미싱입니다. 미싱은 대략 30년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중고로 구입하면서 자동 모터를 떼어내고 사왔다고 합니다. 모터가 달린 미싱은 여러모로 편리하긴 하지만 평생 손에 익은 수동 미싱이 더 편해서라고 합니다.
자동차의 수동과 자동기어의 차이가 아닌가 합니다. 저도 지금은 자동기어가 달린 자동차를 타고 있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수동기어 자동차를 운전했습니다. 무릎이 시원칠 않아서였죠. 그렇지만 않다면 수동기어가 훨씬 편합니다. 익숙해서기도 하지만 오토는 운전하는 맛이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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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의 전직은 교복 만드는 일을 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유명 메이커 기성복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아저씨의 가게는 쇠락하기 시작했고. 큰 사고까지 당해 결국 가게 문을 닫고 몇년을 쉬셨다네요. 그러다 얼마전 지금의 수선 가게를 열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30년 이상 만져 온 미싱과 멀어진 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저보고 카메라를 만지지 말란 말과 같은 말이죠.
아. 저 아저씨가 입고 있는 바지를 자세히 보십시오. 고등학교 하복 바지입니다. 교복집을 하던 분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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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하죠. 무주의 중심 도로변에 있지만 아저씨의 가게는 초라하기 그지 없습니다. 하지만. 수선가게 뒤의 거대한 교회 건물보다 더 근사해 보이는 것은 30년 손때 묻은 미싱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불 두 개 수선하고 3천원 드렸습니다. 20분 간의 수고비 치고는 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열쇠 하나 복사하는데도 5천원이나 받는 비싼 무주 물가에 비해서요.


사진은 아저씨의 허락을 받고 찍었습니다. 볼품 없는 사람 뭐하러 찍냐고 하셨지만. 제 눈에는 가장 멋진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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