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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기

욕심과 게으름의 차이

by 눌산 2009.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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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나무하러 갔다가 손가락에 약간의 골절상을 입었습니다.
제목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무리해서 일어난 일입니다.

하나 만 더 하고 내려가자 하다가
통나무에 손가락을 쿵 한거죠.
적당히 하고 산을 내려왔으면 아무 일 없었을텐데 말입니다.

상황만을 본다면 무리까지는 아니었고.
운이 좀 없었구나 하겠지만.
제 마음 속에서는 이미 욕심이 시작되었던 것이죠.

문제는.
과한 욕심은 이런 불행한 일을 불러오지만.
반대로 너무 느긋하면 게으름이 된다는 것입니다.

시골생활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이런 욕심과 게으름을 넘나드는 생활이 아닌가 합니다.
똑같은 하루 24시간이라도
적당히 조율만 잘하면 더없이 여유로운 생활이 될테고.
그렇지 않다면 빡빡한 도시생활 보다 더 못할테니까요.

펜션을 하다보니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책도 보고 산책도 하면서 혼자서도 잘 노는 분도 계시고.^^
반대로 이따금 무료해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혼자 오신 분들이 이런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여럿이 함께 오신 분들 중에 그렇죠.
무주의 주요 명소를 다 둘러봤으니 그 다음은 갈데가 없다는 얘기지요.

그럴때 농담 삼아 한마디 합니다.
뒷집에 혼자 사시는 어르신이 계시는데.
어르신의 일과를 한번 지켜보라고요.
뒷집 어르신께는 대단히 죄송한 얘기지만.
그 어르신의 하루 일과를 지켜보면
도인이 따로 없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어르신은 나름의 규칙이 있습니다.
겨울에는 주로 지게를 지고 나무하러 가시고
여름에는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밭을 오가며 농사를 짓는게 주요 일과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한낮이면 돌담 위에 누워 낮잠을 주무십니다.
이른 아침과 한낮 더위가 한풀 꺾인 시간에만 농사 일을 하시는 것이지요.

계절에 따라 일어나는 시간과 자는 시간이 다르고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이 다릅니다.
이 모두가 해가 뜨고 지는.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생활이지요.

보통의 사람들은 어떤 일이 주어지면 후다닥 해치우고 쉴려고 할 겁니다.
물론 저 또한 아직은 그렇습니다.
그러다보면 일에 지칩니다.
지치게 되면 일이 힘들어 지고 게으름을 피우게 되겠지요.

빨리빨리가 없었으면 IT 강국이 될 수 없었고.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물음에 그랜져로 대답했습니다. 삑~
이런 광고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말도 안되는 논리라고 하겠지만.
결국은 사람 사는 세상 아니던가요.

욕심과 게으름은 결국 종이 한장 차이라는 것.
이렇게 잘 알면서.
그 놈의 욕심때문에. 어제 또 당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본문과는 아무 상관없는 사진입니다.
바람난 여인이라는 꽃말을 가진 얼레지랍니다.
오매불망 이 녀석 만날 생각만 하고 있는데.
손가락이 이렇게 됐으니 셔터는 누를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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