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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꽃

얼레지 꼬리를 밟다.

by 눌산 2009.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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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는 지금 꽃을 피우기 위한 마지막 단계로 안간힘을 쓰는 중입니다.

겨우내 얼었던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이맘때면 새순이 돋아납니다.
아직 이르다는 것을 알면서 혹 흔적이라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얼레지네 집을 찾았습니다.
당연히 꽃은 피지 않았지만. 얼레지 꼬리는 밟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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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의 꽃말은 '바람난 여인'입니다.

20여 년 전 남설악 점봉산에서 얼레지를 처음 본 후
꽃말이 왜 '바람난 여인'일까 궁금했습니다.
고고한 자태와 다소곳한 몸가짐, 때론 화려한 자태를 뽐내기도 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왕비의 포스를 닮았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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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모습이죠.
아. 이 녀석은 지난해 담은 사진입니다.

20여 년 전 처음으로 만났던 얼레지 군락이 떠오릅니다.
드넓은 산자락에 쫙 깔린 얼레지 밭이었습니다.
그때 꽃봉오리는 그대로인채 바람에 흔들리는 가녀린 대궁을 보았습니다.
상상이 되시나요?
아마도 '바람난 여인'의 바람은 가녀린 대궁을 스치는 그 '바람'이 아닐까....
왠지 천박한 느낌의 '바람난 여인'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너무도 우아한 자태니까요.
궁금하시면 꽃보다 대궁을 먼저 보세요.^^


얼레지               

옛 애인이 한밤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자위를 해본 적 있느냐
나는 가끔 한다고 그랬습니다
누구를 생각하며 하느냐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랬습니다
벌 나비를 생각해야만 꽃이 봉오리를 열겠니
되물었지만, 그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얼레지......
남해 금산 잔설이 남아 있던 둔덕에
딴딴한 흙을 뚫고 여린 꽃대 피워내던
얼레지꽃 생각이 났습니다
꽃대에 깃드는 햇살의 감촉
해토머리 습기가 잔뿌리 간질이는
오랜 그리움이 내 젖망울 돋아나게 했습니다
얼레지의 꽃말은 바람난 여인이래
바람이 꽃대를 흔드는 줄 아니?
대궁 속의 격정이 바람을 만들어
봐, 두 다리가 풀잎처럼 눕잖니
쓰러뜨려 눕힐 상대 없이도
얼레지는 얼레지
참숯처럼 뜨거워집니다

- 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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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 줄 알고 얼굴을 내밀었더니.
어이쿠 추워~ 하는 표정들입니다.
아직 이르지. 아직은 겨울이지......
하지만. 열흘 만 있으면 활짝 꽃을 피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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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는 알록달록한 저 무늬 때문에 얻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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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붉은 끼를 띠다가 꽃을 피우기 직전에는 녹색으로 변합니다.
이파리가 매마른 낙엽과 구분이 안되죠. 아마도 보호색이 아닐까...
고라니란 녀석들이 다 먹어치울까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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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 밭에 빼꼼히 고개 내민 저 녀석은 또 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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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바람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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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작고 앙증맞은지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누런 낙엽 더미 속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민 표정이 말입니다.


사진은 클릭해서 보셔야 잘 보입니다. 사이즈 조정때문에 짤렸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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