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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여행

죽었다 살아난 간이역, 충북 옥천 지탄역

by 눌산 2009.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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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 살아난 간이역이 있습니다.

지난 2007년, 코레일의 운영 효율화 조처로 전국 80여 곳의 다른 간이역과 함께 폐쇄됐던 충청북도 옥천의 '지탄역'이 바로 그곳입니다. 지탄역 인근 마을 주민들은 그동안 이용하던 기차가 서지 않게 되자 불편을 호소하며 백방으로 간곡한 청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전과 대구 등으로 농산물을 내다 팔아야 하는 지역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옥천까지 버스로 이동한 후 기차를 갈아 타야 하는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을 겁니다.

그 결과 주민들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코레일은 2007년 6월 1일 폐쇄했던 지탄역에 만 2년 만인 5월 1일부터 하루 두 차례 정차하기로 한 것입니다. 폐쇄된 후 다시 부활하는 경우는 지탄역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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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옥천을 지나, 영동 가는 19번국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흐르는 금강입니다. 지탄역은 이 금강변에 있습니다. 여울 '灘'자가 붙은 것을 보면 강마을임을 짐작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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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 너른 들판 한가운데 자리한 폐쇄된 간이역을 찾는 손님은 바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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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대합실 문은 2007년 6월 1일 이후 굳게 닫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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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여행자 한명없는 간이역은 쓸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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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연출해봤습니다. 연출사진은 역시 어색합니다.
의도는 쓸쓸한 여행자인데. 사진은 집나온 머슴이군요.^^

아무튼. 얼마 안있으면 이런 쓸쓸한 여행자 한명 쯤은 만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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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지고 서울행 기타를 탔을 어머니들, 자식들은 그 어미의 마음을 알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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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KTX 한대가 지나갑니다. 간이역은 더 슬퍼집니다. 더 빨리, 더 빨리를 외치던 이 나라는 자빠져서 코가 깨져부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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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덜 서운했겠군요. 서지 않는 화물열차라도 간간히 볼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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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간이역에도 봄이 왔습니다. 기름때 찌든 잡석 틈바구니로 별꽃이 피었습니다. 비집고 올라오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요.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어도 이땅의 어머니들은 그렇게 서울행 기차를 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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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앞은 더 황량합니다. 그나마 저 노란 꽃다지가 한걸음 더 내딛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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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바로 앞에 사는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기차가 다시 선다는데 좋으시죠?"
"좋긴... 내야 머 기차탈일이 있어야지유~"
"자주 나다니는 동네 사람들은 좋것지유~"
"장에도 안나가세요?"
"만날 집에서 이러고 살아유~ 몸이 안좋아서..."
"네~"
"오가는 사람들 귀경하는 재미는 있지유~"
"맞습니다. 사람사는 동네에 사람 왕래가 많아야지요."
"죽었다 살아났응게 또 죽는 일은 없것지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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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대전에서 이곳으로 이사왔다는 할머니의 집은 주막집이었습니다. 바로 옆집도 주막집이었고, 그만큼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얘기죠. 지난날의 영화는 누리지 못하더라도 어르신의 말씀처럼 또 다시 문을 닫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효율적인 운영도 좋지만. 기차가 사라지면 사람도 떠나게 됩니다. 기차는 단순한 이동수단만이 아닌 마을과 마을,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였으니까요.

이 나라는 아이들이 적다고 학교를 문닫는 나라입니다. 농촌을 떠나란 얘기지요. 단 한명의 아이를 위해서라도 학교를 문닫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이 나라가 그정도 능력도 없는 나라는 아니니까요. 만약, 만약에 말입니다. 아이들이 줄어도 학교를 계속 유지한다면 떠났던 사람도 돌아오지 않을까요? 농촌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가 아이들 교육문제니까요.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주민들의 청을 뿌리치지 않고 받아들인 코레일에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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