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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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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버스정류장 옥천-보은 간 37번 국도는 현재 4차선 확장공사 중이다. 대청호를 끼고 구불구불하게 달리던 도로가, 허리를 곧게 폈다. 덕분에 안내면 현리에 있던 버스정류장은 문을 닫았다. 간판은 정류장이지만, 37번 국도를 지나는 직행버스가 잠시 정차하는 터미널이었다. 어느 영화 속에서 한 번쯤 본듯한 풍경이다. 큰 가방을 둘러멘 청년이, 아니면 이 동네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차림의 여인이 버스를 기다리는 그림. 허무한 봄날의 꿈처럼, 그 여인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주간조선] 걷기 좋은 봄길 best 3 좁은 굴 지나 벚나무 흐드러진 가로수길 따라 따뜻한 봄날 걷기 좋은 길 세 곳 ▲ 금강마실길의 종점 서면마을 벚꽃길. 무주읍까지 약 4㎞에 이르는 벚꽃나무 가로수길이 장관이다. 봄은 뭐니 뭐니 해도 꽃이다. 긴 겨울 숨죽이며 보낸 시간들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사람들은 꽃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선다. 산속에 피는 키 작은 복수초와 얼레지, 노루귀, 바람꽃을 대면하기 위해 땅바닥을 기기도 하고 좀 더 가까이 바짝 엎드려 사진에 담기도 한다. 겨울 끝, 봄. 이 얼마나 소중한 만남인가. 무리 지어 강가를 걸으며 오매불망 기다렸던 봄을 맞는다. 매화와 산수유꽃, 배꽃, 벚꽃, 복사꽃이 앞다투어 꽃을 피운다. 이 땅의 3, 4월은 온갖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화려한 봄날의 꽃 잔치를 벌인다. 장소불문, 어딘..
눈 내리는, 금강 마실길 산촌 무주에도 금강(錦江)이 흐른다. 그 강물 위로 봄눈이 내린다. 강 건너로 보이는 길은, 강을 따라 걷는 옛길 ‘금강마실길’이다. 누군가는 가마타고 시집온 길이라고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매일 지게 지고 나무하러 다니던 길이라고 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질 즈음, 이 묵은 길은 사람의 길로 다시 태어났다. 보름만 지나면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걷는 자’들의 천국이 될 터. 이 길에 담긴 사람들의 발자취를 잠시만이라도 기억해줬으면.
장인의 손 "스무 살 때부터 가죽을 만졌어." 20년은 구두를 만들었고, 40년은 구두 수선을 하고 있다는 어르신. 한 평 남짓 되는 가게에서 60년 세월을 보냈다. 81세의 연세지만, 안경을 쓰지 않고도 눈곱만큼 작은 여러 종류의 못을 단박에 구분한다.
春雪 지난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날씨가 한 달 가까이 지속되고, 한낮에도 영하의 날씨가 계속됐으니.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라고 하지만, 좀 심했다. 허나,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다. 절기 얘기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새싹이 움을 틔우기 시작한다는 경칩 날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무지막지한 봄눈이 내렸다. 산촌에 사는 사람들은 봄눈을 무서워한다. 무거운 습설에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긴 겨울 동안 얼어붙었던 땅이 녹으면서 지반의 흔들림으로 인한 재해를 겪기도 한다. 대신 봄눈은 순식간에 녹아 흐른다. 그래서 산골에는 봄 홍수라는 말이 있다. 눈 녹은 물이 여름 홍수 못지않게 계곡은 넘쳐흐른다. 겨울을 아쉬워하는 마음이지, 봄을 재촉하는 마..
[주간조선] 이야기가 있는 소읍(小邑) 기행 19] 경남 거창 풍요의 땅에서 봄 볕을 맞다 / 경남 거창 입춘과 우수가 지나도록 꼼짝 않던 동장군의 기세가 경칩을 앞두고 한풀 꺾였다. “하이고 말도 마이소 징글징글합니더.” 경남 거창군 북상면의 산촌에서 만난 노인은 지난 겨울 추위에 고생깨나 했던 모양이다. 어디 산촌뿐이랴. 길고도 지루한 추운 겨울이었다. 새해 첫 절기인 입춘이 겨울 속에서 봄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드러낸 것이라면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우수(雨水)부터는 추위가 누그러진다고 볼 수 있다. 경칩에 이르면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새싹이 움을 틔우기 시작한다. ‘비로소 봄의 시작’이라는 경칩을 며칠 앞두고 경남 거창을 찾았다. 긴 추위의 끝자락 바람은 여전히 차가워 봄기운을 논하기에는 이르지만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서서히 봄이 가까워졌음을 느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