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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여행322

[경상남도 합천] 여름 숲길 끝에, 해인사 땀에 젖은 끈적끈적한 몸을 이끌고 밥부터 먹을려고 해인사 입구 식당에 들어갔다. "소릿길 타봤능교?" 다짜고짜 식당 아주머니가 소릿길 다녀오는 길이냐고 묻는다. 산꾼들이나 쓰는 '탄다'라는 표현도 재밋고, 무조건 가봐야 한다는 듯. "소릿길요?" 아, 홍류동 계곡을 낀 길을 얘기하는구나. "아니요, 밥부터 먹고 시작할려고요." 된장찌개를 시켰더니, 기다리면서 맛이나 보라고 도토리묵 한 사발을 내 온다. 사실, 소릿길에는 관심이 없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어른들 말씀에 충실할 뿐. 촉촉한 숲길을 걷고 싶었다. 소릿길을 뒤로하고, 해인사까지 왕복 2.4km 숲길을 걸었다. 구석구석 커피집 천국이다. 절집 마당에서도 아메카노를 마실 수 있다. 좋다. 맛 있는 커페집이 많다는 것은. 2012. 7. 13.
[강원도 인제] 초록숲길 끝에, 곰배령 곰배령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겠지. 한 20년 쯤 되었나 보다. 얼레지가 한창이던 5월에 곰배령을 처음 만났다. 그후 한 100번은 더 만났다. 울고, 웃고, 미쳐 날뛰던 곳도 곰배령이고, 생각만 해도 가슴이 울렁거리고, 만나면 마음이 짠한 곳도 곰배령이다. 또, 곰배령에는 먼저 간 친구가 묻혀 있다. 바람이 되어 안개가 되어 꽃이 되어, 그곳에서 숨쉬고 있다. 다시, 곰배령을 찾았다. 3년 만이다. 늙은 노모가 계시는 고향집을 찾는 기분으로. 곰배령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때, '천상의 화원'이란 이름을 맨처음 붙여주었다. 그날도 안개가 가득했고, 키작은 풀꽃들이 바람에 일렁이고 있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이지만, 곰배령은 그대로였다. 데크가 놓이고, 관광객 같은 사.. 2012. 6. 15.
[경상남도 의령] 제25회 의령 소싸움대회 제2회 의병의 날 기념, 제25회 의령 전국민속 소싸움대회 다녀왔습니다. 이따금 신경성 두통에 시달리는데, 소싸움은 특효약입니다. 타이레놀 보다 더 효과가 좋습니다.^^ 황소인 '성난황소'와 흑소인 '환희'의 대결에서 결국 '성난황소'의 승리로 끝이 납니다.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경기였는데... 연사로 한 500장 찍고 났더니 머리가 맑아집니다. 역시 두통에는 소싸움이 최고입니다.^^ 2012. 6. 5.
[강원도 영월] 조금 높은 곳에서 보는 풍경, 영월 '선돌' 영월을 기준으로 동쪽에서 흘러 온 강을 동강, 서쪽에서 흘러 온 강을 서강이라 한다. 동강은 이미 소문난데로 한국의 그랜드캐년이니, 마지막 비경이니 하는 화려한 수식어가 많다. 물론 10년이 다 된 동강댐 건설 논란이 한창이던 시절에 나온 얘기지만 말이다. 그후 동강은 참 많이 변했다. 줄배가 다니던 강에 다리가 놓이고 국적없는 건축물들이 들어섰다. 걷는 자들 보다 래프팅 보트를 타고 강을 유람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에 반해 서강은 특별히 변한게 없는 것 같다. 본래 동강을 남성적인 강, 서강을 여성적인 강에 비유했으니, 서강은 여전히 고요하다. 물의 흐림도 느리고, 전형적인 강원도 산골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한마디로 서정적인 풍경들이다. 서강의 명물은 '한반도 지형'이지만, 여기 올리는 '선돌.. 2012. 5. 23.
[경상북도 김천] 항상 푸른 이끼가 가득하여 '청암사'라 했다. 한달에 딱 한번 공양간 문을 여는 절이 있습니다. 김천 불령산 청암사입니다. 천상의 맛이라는 청암사 절밥 한 그릇이면 임금님 수랏상도 부럽지 않겠지요. 청암사는 비구니 사찰입니다. 승가대학이 있어 산문 출입이 여러모로 제한되는 곳입니다. 특히나 공양간은 매월 첫쨋 주 일요일에 열리는 법회가 끝나고 한달에 딱 한번 일반인에게 문을 여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주문을 지나면 하늘을 향해 솟구친 소나무가 눈길을 끕니다. 가만가만 걸어도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입니다. 부드러운 초록빛이 황홀합니다. 봄과 여름사이 만날 수 있는 이런 빛은 산 깊은 절집에서나 가능하겠지요. 석가탄신일이 몇일 남지 않았는데 고요합니다. 요란해서도 안 될 일이지만, 그래도 잔칫집 분위기는 아니네요. 계곡 바위에 항상 푸른 이끼가 가득.. 2012. 5. 22.
[경상북도 성주] 왕버들 노거수림, 성주 성(城)밖 숲 천연기념물 제 403호로 지정된 성주 경산리의 성(城)밖숲은 풍수지리사상에 따라 성주읍성(星州邑城) 밖에 조성한 숲으로 300~500년생 왕버들 57주(株)가 자라고 있다. 녹음이 우거진 숲은 어르신들의 쉼터가 되고, 성주를 찾는 여행자들에게는 추억의 명소가 된다. 마을의 풍치(風致)와 보호를 위한 선조의 전통적 자연관을 느낄 수 있는 숲으로 노거수 왕버들로만 구성된 단순림(單純林)이라는 학술적 가치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뿐만이 아니라 마을의 풍수지리 및 역사·문화·신앙에 따라 조성되어 마을 사람들의 사회적 활동과 토착적인 정신문화의 재현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다양한 전통문화 공연의 장이 되기도 한다. 성밖숲 일원에서는 오늘까지 2012 성주 생명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참외만큼 성주를 대표하는 .. 2012. 5. 20.
[경상북도 김천] 5월의 청암사계곡 사람마다 좋아하는 계절이 있다. 눈을 좋아한다면 겨울이 좋다 할 것이고, 뜨거운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한겨울의 텅빈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초록이 물든 5월의 숲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계곡도 그렇다. 계곡하면 한여름의 시원함이 먼저 떠오른다. 요즘처럼 초록과 연둣빛이 어우러진 싱그러운 5월의 계곡은 자주접하지 못한다. 아마도 이계절에 계곡을 한번이라도 만나본 사람이라면, "난 여름보다 5월의 계곡이 좋아"하지 않을까. 누군가 내 앞에 있었다면, 아마도 슈렉을 보았다는 착각을 하고 말았을 것이다. 나무도 물도 바위도 사람도 모두 초록물이 드는 5월의 청암사계곡이다. 성주를 다녀오는 길에 청암사로 향했다. 고즈넉한 절집 아래 송림에 누워 낮잠이나 자려고. 한데, 계곡의 싱그러움에 스며들고.. 2012. 5. 19.
[경상북도 성주] 2012 성주 생명문화축제 참외의 고장 성주에서 지난 17일부터 20일(일)까지 생명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성주하면 참외, 참외하면 성주라 할 수 있을 만큼 성주참외는 참외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생명문화축제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해보인다. 취재 목적으로만 세번을 다녀와서 그런지, 이젠 성주가 친근하다. 참외만큼 성주를 대표하는 것은 생(生)활(活)사(死)라 할 수 있는데, 말그대로 인간이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의 문화가 모두 모여 있는 곳이 바로 성주이다. 그래서 축제의 이름도 생명문화축제가 된 것. 성주참외 진상의식 참외의 대명사가 된지 오래인 ‘성주참외’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시기인 5월의 성주는 온통 ‘노랑’ 일색이다. 비옥한 토지와 정감 넘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참외의 달콤한 맛과 ‘삶의 본질’을 되새겨 .. 2012. 5. 19.
[강원도 태백] 귀족, 여왕, 가인(佳人)의 칭호를 받는 자작나무숲 숲속의 귀족, 숲속의 여왕, 나무의 여왕, 가인(佳人), 자작나무숲 바다보다는 산이 좋고, 나무 보다는 숲이 좋다. 여자보다는 꽃이 좋고, 술보다는 담배를 사랑한다. 칼 같은 성격은 아니지만, 고집스러운 취향이다. 덕분에 승질머리 드럽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인정한다. 모 아니면 도를 택해야 맘이 편하니까. 그런 이유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너무 분명해서 탈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멋진 길도 이미 소문난 곳이라면 가지 않는다. 산을 좋아하고 숲을 좋아하지만 이 또한 마찬가지다. 일단 유명세를 탄 곳이라면 가기 싫어진다. 대신 맘에 드는 곳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면 꼭 가고야 만다. 인제 자작나무숲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었다. 눈 내린 후 가야겠다 맘 먹은지 오래되었지만 아직 가보지 못했다. .. 2012.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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