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여행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 이야기

눌산 2008. 4. 25.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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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을 했습니다.

목포에서 뱃길로 1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안좌도란 곳입니다.

더불어 연육교로 이어진 팔금도, 암태도, 자은도까지 다녀왔습니다.

 


7-8년 전 지인이 그곳에서 병원을 할때 두어 번 다녀 온 곳입니다.  그땐 안좌도와 팔금도만 다리로 연결 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안좌-팔금-암태-자은도까지 다리가 놓여 있더군요.





 섬사람들에게 있어 바다는 삶의 터전입니다.


말 나온 김에 안좌도에서 병원을 하던 지인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직업은, 병원을 했으니까 의사입니다.  지금은 아마 남아프리카공화국이란 나라에서 역시 병원을 하고 살 겁니다.  제가 강원도에 살 때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  전국 팔도를 순회하며 병원을 운영하는, 아주 독특한 사람들입니다.  여행하다 맘에 들면 그곳에 그냥 눌러 앉아 버리는 식이죠.


당시 초등학생이던 아들 왈,  "제발 한군데서만 살아주세요." 할 정도니까요.  툭하면 전학을 해야 하니 친구 하나 제대로 사귈 수 없다는 얘기죠.  부모를 잘못 만난 건지, 아님 잘 만난 건지 그 아이가 어른이 되면 알게 되겠죠.  아무튼 강원도에서 서로 한동네 살다 어느 날 갑자기  섬으로 간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사라져 버렸습니다.  덕분에 안좌도란 섬여행도 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남아공으로 이민가." 하더니 또 사라져버렸습니다.  그 후 소식은 모릅니다.  아마 잘 살고 있겠지요.


그 가족의 가훈인 '잘 먹고 잘 살자.' 처럼요.





 

 해당화랍니다. 해~당~화 피고 지~이~는~~..아시죠?^^


어젠 그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분과 오랜만에 연락이 되 냅다 튀었습니다.  마지막 뱃시간이 오후 5시.  정기 여객선은 아니고 농협에서 운항하는 배랍니다.  뱃시간을 맞추기 힘들 것 같아 다음으로 미룰까 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달렸습니다.  열 받아 오버히트를 해도 '난 섬으로 간다!'  요즘 제 차 상태가 별로 안 좋거든요.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요.  목포 북항에 도착하니 3분 전 다섯 십니다.  과속+신호위반+끼어들기의 효과지요.  차가 아니라 제가 숨이 차 헐떡거립니다.





 

 추포 갯벌입니다. 안개 너머 저 길의 끝이 추포입니다.


그런데! 배는 5시를 훌쩍 넘겨도 출발 할 생각을 안합니다.  아, 글쎄 얼마 전부터 뱃시간이 5시 30분으로 늦춰졌다지 뭡니까.  배에 타서 기다리는 30분은 왜 그렇게도 길게 느껴지는지. 그 허무함이란……. 

바람에 날릴 머리카락은 없지만 뱃전에 서서 폼도 잡아보고, 
사진도 몇 컷 찍었습니다. 영화 제목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 영화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제주도로 향하는 배에서, 저와 똑 같이 바람을 맞으며 사진을 찍는 남자 주인공, 어느 결에 다가와 말을 거는 긴 머리의 여인. 아마 그 남녀 주인공은 그날 하얀 밤을 보냈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탄 배에는 할머니 몇 분이 전부였습니다.





 

 섬마을이지만 들이 넓습니다. 양파꽃이죠.





 마늘밭입니다.


그렇게 안좌도에 무사히 당도했습니다. 지인의 안내로 우선 일몰 포인트를 찾아 나섰습니다. 암태도의 추포란 곳입니다. 눈에 보이는 사방 풍경이 죄다 개펄입니다.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연결 되어 있지만 추포 역시 섬이었습니다. 섬 속의 섬인 셈이지요. 그림 같은 초등학교 분교장이 있고, 아담한 해수욕장도 있습니다. 해무 때문에 사진을 담진 못했습니다.





 

 보리밭입니다. 가을 느낌이 나는군요.





 삐비꽃입니다.  남도 출신이라면 다 아실 겁니다.  계속 씹으면 껌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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