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칼럼

[주간조선] 이야기가 있는 소읍(小邑) 기행 16 / 충북 영동 도마령과 우두령

눌산 2017. 12. 8.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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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한번 내리면 보름은 갇히는 심심산골서 사는 법

충북 영동 도마령과 우두령 산촌마을

 

바람이 차다. 코끝이 시리다. 슬슬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계절, 12월이다. 만산홍엽(滿山紅葉)으로 불타던 산하에 눈꽃이 피었다. 늦가을 정취를 염두에 두고 떠난 여행길에 눈을 만난 것. 하나 첫눈은 생명이 짧다. 아스라이 매달린 단풍잎이 애처롭다. 충북 영동의 두 고개 도마령과 우두령 자락 산촌은 이미 겨울 채비가 한창이다. 강원 영서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고갯길과 첩첩산중 한가운데 자리한 오지마을들. 산 아랫동네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서너 시면 해가 떨어지니 기운 또한 서늘하다. 옷깃을 여미고 고샅을 걷다 만난 촌로는 뭐 볼 거 있다고 여기까지 왔냐며 타박이다. 그래도 산촌 인심은 여전하다. 낯선 여행자에게 뜨거운 커피 한 잔에 말랑말랑한 곶감 두어 개는 기본으로 내놓는다. 해 떨어지면 험한 길 위험하다며 당부도 잊지 않는다. 오가는 사람이 드문 산촌의 인사법이다.

 

 

지명부터 산촌, 상촌면(上村) 임산리(林山)

골골마다 사람이 안 사는 곳이 없으니 우리나라, 참 넓다. 정확히는 깊다는 표현이 맞겠다. 충북 영동의 두 고갯길 도마령과 우두령 아래에는 오롯이 들어앉은 오지마을이 많다. 보통 해발 600~700m 이상 높이에 1000m급 봉우리를 머리에 이고 있으니, 순간 강원도 어디쯤 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다.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금강산·설악산·태백산·소백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큰 산줄기인 백두대간을 이해한다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우두령에서 삼도봉 구간은 백두대간이 지나고, 삼도봉에서 석기봉~민주지산~각호봉~도마령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역시 해발 1000m를 오르내리는 고산지역이다. 이런 지형적인 조건만 놓고 본다면, 충북 영동이 대전 이남에 있다는 것이 의아할 수밖에 없다. 그것도 경북 김천과 전북 무주가 등을 맞댄 국토의 정중앙에 있다니 다소 생뚱맞은 느낌마저 든다.

도마령과 우두령 모두 영동군 상촌면()에 있다. 산 하나만 넘으면 경북 김천 땅이고, 또 다른 고개를 넘으면 전북 무주 땅이다. 이 세 도()가 만나는 지점에 삼도봉이 있다. 매년 1010일이면 경북 김천시와 충북 영동군, 전북 무주군의 삼도(三道) 주민들이 삼도봉(1176m) 정상에서 삼도봉 만남의 날행사를 갖는다. 1980년대 정치적으로 지역 간 대립이 극심해지면서 3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역감정을 없애고 화합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19891010일 처음 시작했으니 올해로 29회째다. 대외적으로는 그렇고, 삼도의 주민들은 지역의 경계가 없다.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영동 사람이 김천, 무주로 장을 보러 가고, 유학을 가기도 한다. 접경 지역이다 보니 예전부터 그렇게 살아왔던 것. 경북과 인접한 상촌면 같은 경우 충청도 사투리에 경상도 사투리가 묘하게 뒤섞여 있다.

 

 

상촌면소재지가 있는 임산리. 매달 16이 들어간 날은 임산 장날이다. 면사무소와 농협, 우체국을 빼면 대부분 단층 건물뿐인 면소재지는 그야말로 작은 영화세트장이다. 임산장터에서 상촌삼거리까지 600m 남짓한 거리에는 미용실과 중국음식점, 구멍가게, 철물점, 건강원, 이발소 등 웬만한 점포들이 다 모여 있다. 대부분 산촌으로 구성된 상촌면에서 그나마 가장 번화한 곳이다 보니 평소의 한산했던 거리도 장날이면 작은 변화가 일어난다. 다른 곳은 몰라도 미장원과 중국음식점은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다.

여긴 찍을 사람도 없는데 뭘 찍어요? 내 커피 한잔 타 줄 테니 몸이나 녹이고 가요하는 소리에 돌아보니 건어물과 마늘, 새우젓을 파는 아주머니가 부르는 소리다. “이런 산골이니까 아무에게나 커피 타 주는 인심이 있는 거 아니겠어요?” 하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일회용 커피를 건넨다. 그러고 보니 이 아주머니의 좌판이 장터 사랑방이다. 연탄난로 위에 주전자를 올려놓고 하루 종일 물을 끓인다. 주변 상인들은 죄다 여기에 앉아 있다. 손님이고 지나가는 객이고 맘 내키면 한 잔씩 타 주는 재미가 있다는 아주머니는 알고 보니 임산장터의 터줏대감.

말하기도 부끄럽네요. 40년째예요. 영동장부터 황간장, 추풍령장, 용산장, 여기 임산장까지 장날 맞춰 한 바퀴 돌아요. 장사 안 된다고 안 나오면 40년 단골도 있는데 얼마나 서운하겠어요. 커피 한 잔씩 나눠 마시는 재미에 꼬박꼬박 나옵니다.”

단골손님 실망할까봐 쉬지도 않는다는 아주머니는 이름은 커피아줌마이고 나이는 낼모레면 7학년이라고 했다. 아주머니는 철마다 갖고 나오는 물건이 다르다. 요즘은 주로 김장용 새우젓이나 마늘 등 산골에 없는 것들을 주로 내놓는다.

집집마다 곶감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영동 하면 곶감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 심지어 가로수까지도 감나무다. 곶감은 10월 중순부터 깎기 시작해 이즈음이면 먹기 좋게 맛이 든다. 1215일부터 3일간 영동읍에서는 곶감축제도 열린다. 집집마다 내걸린 곶감이 단풍만큼이나 곱다. “더 마르면 딱딱해서 말랑말랑한 지금이 제일 맛 좋을 때입니다라며 임산리 뒷골목에서 농가맛집을 운영하는 강정희(62)씨가 맛이나 보라며 곶감과 감잎차를 내온다. 감과 곶감을 재료로 한 음식을 개발해 2년 전 농가맛집을 연 강정희씨는 부산 출신이다. 그녀가 20대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첫 발령을 받은 곳이 상촌면사무소였다.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올라와 영동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들어오는데, 그때는 비포장도로였잖아요. 얼마나 눈물이 나는지. 평생 처음 이런 곳을 와봤으니까요. 출근해서도 몇 날 며칠 울었어요. 그때 남편을 만나 이렇게 주저앉아 버렸네요.”

부모님 모시고 열심히 농사짓고 사는 남편 남백현(65)씨 모습에 반해 결혼까지 하게 됐다는 강정희씨는 여기 지명이 상촌(上村)에 임산(林山) 아닙니까.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어요. 영동에서도 제일 산촌이지만,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이런 산촌은 없을 걸요한다. 부부는 20여년 전 상촌면에서 처음으로 6600(2000) 밭에 감나무를 심었다. 그때만 해도 마당에 한두 그루 정도의 감나무가 전부인 시절이라 본격적인 감나무 농사의 시초인 셈이다.

도마령과 우두령은 상촌삼거리에서 갈라진다. 49번과 901번 국가지원지방도 번호를 기억하면 쉽다. 도마령은 49번 무주방향 직진이고, 우두령은 901번 김천방향 좌회전이다. 여기서 고갯길에 붙는 의 의미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은 지역 간 통행의 중요한 통로를 형성하고 있는 큰 고개를 말하고, ‘고개는 그보다는 좀 더 낮은 의미를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도마령이나 우두령은 제법 큰 고개란 뜻이 되겠다.

 

충북의 최남단 우두령과 도마령 산촌기행

먼저 우두령으로 향한다. 우두령(牛頭嶺)은 백두대간이 지나는 삼도봉(1177m)과 황악산(1111m) 사이에 위치하는 고개로 해발 720m의 충북 최남단 고갯길이다. 고개 바로 아랫마을인 흥덕리 설보름 역시 충북의 최남단에 있는 마을로 독특한 설보름이란 지명에 대해 마을에서 만난 나병욱(74)씨가 얘기했다.

해발고도가 높아 겨울에는 워낙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입니다. 옛날 어떤 대사가 우리 마을을 지나게 됐는데, 그때가 아마 설 즈음 됐나 봐요. 그런데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나가지 못하고 보름이 돼서야 나갔대요. 설에 들어와 보름에 나갔다고 해서 설보름이 된 겁니다.”

재밌는 지명이다. 나병욱씨는 흥덕리 본동인 설보름 외에도 새마을·사업장·송정·분교마을 등 골짜기마다 들어앉은 마을의 유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설보름 자체로도 오지에 속하지만 오래전에는 더 깊은 골짜기에 마을이 있었다. “화전민 이주정책에 의해 산 아래로 이주시키고 살 터를 마련해줬어요. 새로 생겨서 새마을, 이주민 공동 작업장이라는 뜻으로 사업장, 분교가 있어 분교마을로 불렸지요.” 손가락으로 골짜기 하나하나 가리키며 그의 어릴 적 기억을 끄집어냈다.

까마귀 떼가 이 골 저 골 날며 먹잇감을 찾고 있다. 겨울이 시작됐다는 얘기다. 날갯짓을 따라 눈길을 돌리면 어디 한 군데 모난 곳 없는 부드러운 산세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산꼭대기나 다름없는 곳에 자리한 마을은 겨울이 일찍 찾아온다. 집집마다 쌓인 장작이 산더미 같다. 한겨울을 나려면 그마저도 부족하단다. 한때는 40여가구가 살던 큰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10여가구에 대부분 80대 노인들이다. 빈집이 더 많아 쓸쓸한 분위기지만 골목마다 집집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 풍경 덕분인지 그나마 쓸쓸함이 덜하다.

다시 상촌삼거리로 되돌아 나왔다. 49번 도로를 따라 도마령으로 향한다. 중부지역 가장 큰 계곡이라는 물한계곡 입구를 지난다. 삼도봉이나 민주지산 등산로가 있는 물한리는 여름 휴양지다. 제법 규모가 있는 펜션과 민박집이 더러 있고, 등산객들을 위한 쉼터나 식당도 여럿 보인다. 협착한 골짜기를 따라 쭈욱 이어지는 마을은 회색빛 호두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 멀리서 보면 거대한 하나의 회색빛으로 보인다. 상촌 지역은 곶감 못지않게 호두의 주산지다. 김천에 이어 전국 생산량 2위를 자랑한다. 특이하게도 삼도봉을 중심으로 영동과 김천, 무주가 호두의 주산지라는 것. 이는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큰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영동 호두는 껍질이 얇고 살이 많아 그 품질이 매우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도대와 상도대 마을을 지나 도마령 바로 아랫마을인 둔전리와 고자리에 이르기까지 온통 감나무와 호두나무 숲이다. 미처 따지 못한 감은 나무에서 그대로 홍시가 돼 새들의 먹이가 되고 있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이 감나무 홍시는 한겨울 요긴한 먹거리가 되기도 했다는 것은 산촌 출신이라면 다 아는 일. 출출할 때 하나 따서 먹으면 그 맛이 설탕 덩어리를 씹는 느낌이다. 둔전리와 고자리는 도마령 정상까지 도로를 기준으로 좌우에 자리 잡은 마을이다. 굳이 따지자면 고자리가 더 높은 곳에 있지만, 두 마을은 한 마을이나 다름없다. 지역 주민들이 만든 마을기업이 그것을 말해준다.

주민들은 십시일반 비용을 모아 마을기업을 설립하고 고랭지 미나리 재배와 각자의 특성을 살린 농특산물을 개발해 공동 판매하고 있다. 마을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카페 ! 도마령에서 도마령 영농조합법인윤여생(55) 대표를 만났다. 6년 전 귀촌한 윤 대표는 카페와 민박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가도가도 고자리래요. 그래서 고자리 아닙니까.” 워낙 깊고 높은 곳에 있는 마을이라 예전부터 그런 우스갯소리가 전해진다고 했다.

고자리와 둔전리 일대는 원주민보다 이주민이 더 많다. 1년 전 부산에서 이곳으로 이사를 온 젊은 부부는 블루베리 농사를 지으며 호두 비스킷과 빵을 만들어 마을기업 카페를 통해 판매를 하고 있다. 이런 곳까지 누가 올까 싶지만 도마령은 이미 드라이브 코스로 소문나 있어 한겨울을 빼고는 찾는 여행자들이 종종 있다. 등산을 하고, 고개를 넘어 무주 쪽까지 드라이브를 즐기기도 한다.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고. 마을 카페 옆 비닐하우스에는 초록 미나리가 한창 자라고 있다. 3월쯤 수확하는 겨울 미나리다. 일단 물이 좋아야 하고, 적당한 기온차와 실내온도 유지가 중요한 이 겨울 미나리를 먹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특히 현지에서 삼겹살과 함께 먹는 쌈채소로 인기가 높다.

 

도마령으로 향한다. 차량에 설치된 내비게이션 지도를 보니 구절양장(九折羊腸)이 바로 이 길이다. 실타래처럼 꼬인 굽이가 얼마나 될까. 영동군청 자료에 보니 무려 24굽이란다. 해발 800m 고개 정상에는 주차장과 전망데크가 설치돼 있어 사철 풍경을 담기 위한 사진가들이 찾는다. 등산로 쪽으로 계단을 오르면 팔각전망대도 있다. 멀리 덕유산 향적봉과 스키장 슬로프가 선명하게 보인다. 평일에는 통행하는 차가 거의 없다. 여기까지 왔다면 왕복 3.2, 두 시간 정도 거리인 각호산 등산도 좋겠다. 때론 넘실대는 파도처럼, 때론 파노라마처럼 빙 둘러 펼쳐진 마루금 풍경이 두 시간 걷는 수고치고는 과분하다.

도마령을 내려온다. 도마령은 영화 집으로의 첫 장면에 등장했던 고갯길이다. 먼지 풀풀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날아다니는 닭, 그걸 잡으려 허둥대는 아낙, 촌아낙네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이윽고 마주한 산촌 풍경들. 2002년 개봉했으니까, 15년 전 수많은 사람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던 영화의 첫 배경이 되었던 곳이 이곳 도마령이다. 그때와 달리 도로는 말끔히 포장되었고 영화 속 풍경도 대부분 사라졌지만, 산촌의 정취만은 그대로다.

고개 아래는 용화면 조동리다. 영동군에서 운영하는 민주지산 자연휴양림이 들어서 있고, 몇 가구 안 되는 마을은 온통 호두나무에 둘러싸여 있다. 겨울로 접어든 이즈음의 휴양림 풍경은 어떨까. 계곡은 이미 살얼음으로 덮였다. 낙엽은 두 겹 세 겹으로 쌓여 만추의 낭만을 즐기기에는 딱 좋은 풍경이다. 걷기도 힘들 만큼 경사진 언덕에 산막이 있어 이런 곳에서 하룻밤 묵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밤중이면 낙엽 구르는 소리까지 들려요.” 휴양림 관리소 직원의 말처럼 산중의 정취를 누리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

조동리를 지나면 도로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안정리 마을이다. 휴양림보다 더한 경사진 언덕배기에 집이 들어서 있다. 마을로 들어서자 도마령과 그 옆으로 이어지는 천마령 고개가 한눈에 보인다. 옛날 소장수들이 이 천마령을 넘어 무주 대불리를 지나 김천까지 드나들었다는 옛길이 남아 있다. 마을 주민 홍상옥씨는 요즘 옛길 만들기 많이 하잖아요. 옛길은 만드는 게 아니라 찾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 마을에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저 천마령길을 복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충청도에서 전라도를 지나 경상도까지 이어지는 삼도길이거든요.” 이제는 그 길을 아는 주민도 그리 많지 않다며 잊혀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홍상옥씨 댁은 늦은 김장 준비가 한창이다. “배추꽃 봤어요?” 하며 가리킨 곳을 봤더니 반으로 뚝 잘라 놓은 배추가 영락없는 꽃이다. 왕대추와 곶감, 고사리를 재배한다는 홍상옥씨가 요기나 하라며 말린 대추 한 줌을 쥐여준다. 바삭하고 달달한 게 과자맛이 난다.

고개를 다 내려서면 여정의 끝인 용화면소재지. 201712일 기준 거주인구가 1058명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면 단위 중 하나다. 면사무소만 없었다면 흔한 도로변 마을쯤으로 여겨졌을 법하다. 코앞에 있는 남대천을 건너면 전북 무주 땅이고, 우회전하면 도덕재를 넘어 영동읍으로 가는 길이다. 상촌면소재지에서 용화면소재지까지 30, 우두령 아래 설보름마을까지는 10, 이렇게 총 40거리를 이동하며 산촌기행을 했다. 이 마을 저 마을 기웃거리며 겨울로 접어든 산촌 풍경에 취하다보니 어느덧 해가 저물고 있다. 산촌은 해가 일찍 떨어지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는 것을 잠시 잊었다. 정 많은 산촌 사람들 때문일까. 기온은 뚝 떨어졌지만, 등 뒤로 전해오는 느지막 햇살이 따스하다.

 

여행 Tip

상촌면은 경부고속도로 황간IC, 용화면은 대전~통영 고속도로 무주IC가 들목이다. 어느 한 곳으로 들어가 반대편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택하면 된다. 도마령 서쪽 민주지산 자연휴양림(www.cbhuyang.go.kr/minjoojisan)과 도마령 동쪽 둔전리 마을 주민들의 마을기업에서 운영하는 민박 별빛산방’(산방지기 윤여생·010-4482-3131)에서 숙박이 가능하다. 마을에는 식당이 없다. 음식을 준비해 가면 취사가 가능하다.

상촌면소재지 임산리에는 상촌자연산버섯 음식거리가 있다. 민주지산과 물한계곡 등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자란 송이·능이·싸리·밤버섯 등을 재료로 한 음식을 내는 식당이 10여곳 문을 열고 있다. 면사무소 뒷골목의 감과 곶감을 재료로 한 음식점 상촌감이야기’(043-743-3746)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는 한정식 전문점이다. 곶감죽, 감식혜, 감약과, 곶감샐러드 등 강정희 대표가 직접 개발했다는 음식이 한 상 차려져 나온다.

121517일까지 3일간 영동읍 일원에서 ‘2017 영동곶감축제가 열린다. 축제기간 곶감 나눠주기, 곶감 시식과 판매, 곶감따기 체험 등이 있고, 축제기간 현장에서 저렴하게 구입도 가능하다.

 

[·]  눌산 여행작가

 

주간조선 [2485] 2017. 12. 4 발행

 -- >>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9&nNewsNumb=00248510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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