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여행

시라카와고(白川郷)

눌산 2018. 2. 24.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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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일본에서 태어났다.

첩첩산중이었고. 지붕이 뾰족하고 높았고.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렸고. 추웠고. 처마밑까지 눈이 쌓여 주로 방안에 있었고. 방에는 큰 화로가 있었고. 외삼촌은 토끼를 거의 매일 잡아 왔고. 외할아버지는 매일 나무를 했다.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큰 도시라는 나고야란다.

이 정도가 어릴 적에 어머니로부터 전해 들은 얘기의 전부이다.

외할아버지 가족은 해방된 해 고향 순천으로 돌아왔다. 어머니 나이 아홉 살 때.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나고야를 거쳐 시모노세키까지 한 달이 걸렸고. 그곳에서 부산행 관부연락선을 탔다고 했다.

 

 

이곳은 시라카와고(白川郷)이다. 나고야에서 다카야마를 지나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고 도착했다. 시라카와고는 일본 전통가옥촌으로 어머니가 얘기했던 모습과 가장 흡사한 곳이다. 어머니의 흔적은 알 수도 찾을 수도 없다. 대신, 그곳에 머무는 내내 어머니 생각을 했다.

애초에 어떤 기대도 할 수 없었다. 기억만으로는 그려지지가 않았다. 이곳에 와서야 그랬구나, 했다. 내 어머니가 유년기를 보냈던 산과 강과 들이다. 눈앞의 풍경이 짧은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어릴 적 당신에게 들었던, 채 한 줄이 안되는 이야기들. 이제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산지와 고원, 구릉이 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 기후현 시라카와고(白川郷)는 험준한 히다 산맥의 남쪽 끝자락으로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 특성에 맞는 독특한 형태의 지붕이 이색적이다. 백여 동에 이르는 갓쇼즈쿠리(合掌造) 전통 가옥이 잘 보존되어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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