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신문] 제대로 만든 한우 / 반햇소 F&C 전병술 대표
천하일미 무주 한우, 반햇소 맛있소 맛보소
제대로 만든 한우 / 반햇소 F&C 전병술 대표
산골의 봄은 쉬이 오지 않는다. 매서운 바람과 함께 불어 닥친 눈보라가 춘설(春雪)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이 내렸다. 덕분에 화사한 봄이 우리 곁으로 빠르게 다가오리라. 한겨울을 맨땅에서 견뎌낸 고수가 짙은 향을 품듯이 자연이나 사람들의 세상이나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함은 별반 다르지 않다.
어느 날부터 무주에 한우 열풍을 몰고 온 인물이 있다. 주인공은 무주농공단지 내에 있는 반햇소 F&C 전병술(49) 대표다. 무주 만남의 광장에서 시작해 현재 적상면소재지로 이전한 한우전문점 ‘반햇소’는 그의 아내 양정아씨와 조카에게 운영을 맡기고 전대표는 지난 연말부터 가동을 시작한 반햇소 F&C 운영에 전념하고 있다.
공장 규모가 상당해 보인다고 했더니 “반햇소 F&C는 축산물 가공 공장입니다. 대지가 10,700m², 건평은 1,320m²(약 400평) 규모로 한우 떡갈비와 소시지, 햄을 만들고 있지요.” 라며 우리나라에서 지역 육가공품 공장으로는 거의 최대 규모라고 했다. 초현대식 시설에 철저한 위생관리를 하고 있어 생산된 제품은 즉시 냉동 창고로 이동한다. 이에 전대표는 “우리 제품에는 아질산나트륨(sodium nitrite)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즉, 냉장 보관 기간이 짧다는 얘깁니다. 건강한 먹거리라고 할 수 있죠.”라며 맛과 건강한 먹거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질산나트륨(sodium nitrite)은 햄이나 소시지 등의 육가공품을 만들 때 고기의 선홍빛을 고정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인 식품첨가물. 하지만 독성이 강하고 다른 물질과 결합해 발암물질을 생성할 위험도 높기 때문에 그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전대표는 천일염 대신 죽염을 쓴다고 했다. 육가공품의 가장 큰 문제가 짠맛인데, 죽염을 씀으로 해서 짠맛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제조 원가가 높은 편이다.
“우리 아이들이 먹을 음식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건강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맛을 우선으로 추구하다보면 잃는 게 더 크죠. 제조 원가가 더 들지만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처음부터 천일염 대신 죽염을 쓰고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축·특산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표고버섯, 깻잎, 모싯잎, 쌀 등 대부분의 제품 원료는 지역 생산물을 사용한다. 지난 3월 16일에는 농업기술센터 요청으로 곤충·미나리·버섯 작목반과 함께 개발한 미나리·고소애·망태버섯을 첨가한 떡갈비를 개발해 품평회도 가졌다. 익숙한 한우 떡갈비와 달리 고소하고 향긋한 풍미를 느낄 수 있어 호평을 받았다.
지역에서 산다는 것, 고향 무주에 사는 것에 대해 전대표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고향에 대한 애정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겁니다. 저 역시 내 고향 무주를 사랑합니다. 무주는 나를 키웠고, 현재의 사업을 할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이 무궁무진합니다. 무주 칡소를 브랜드화하는 작업을 통해 무주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대표는 무주 칡소연구회 회장을 맞고 있다. 위탁 관리하는 소까지 포함해 칡소만 80두를 사육하고 있다. 칡소는 한우 품종의 하나로 우리가 알고 있는 얼룩소가 바로 칡소다. 칡덩굴 같이 짙은 갈색과 검은색 무늬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사육 두수를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이미 시식을 통해 상품의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한우에 비해 가격은 두 배 비싸지만, 맛도 두 배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반햇소 F&C에서 생산된 육가공 제품은 OEM 방식으로 전국에 납품되고 있다. 판로 개척과 농공단지 내 시식·체험·판매장 개설 등 앞으로의 일들이 산적해 있지만, 그가 꿈꾸는 세상은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이미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공장 내 빈 건물을 내 놨다. 매주 댄스교실을 열고 있는 것. 조만간 도서관을 겸한 공간도 열 계획이고, 주말에는 프리마켓을 열어 지역 주민과 도시민들이 어울릴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적상면 길왕마을이 고향인 전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전으로 나가 유통관련 일을 했다. 하지만 흙과 멀어지면 몸이 아픈, 도무지 이해되지 않은 체질 때문에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다. 물론 그의 아내 양정아씨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의 표현을 빌자면 “죽어라” 일만 했다. 적상산이 바라보이는 밀모 언덕에서 배추·고추·감자농사와 논농사까지 합쳐 3천여 평을 지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도 저는 친구들과 놀 여유가 없었어요. 절골에서 돼지를 사육했는데, 한겨울이면 얼어붙은 계곡물을 길러다줘야 했고, 표고에 인삼농사까지 지었으니까요. 흙과 가까이 지내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을 보면, 무주에 살아야 할 팔자인거죠.” 부부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덕분에 반햇소 한우정육식당을 운영한 지 10여년 만에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육가공품 공장까지 설립하게 된 것이다.
사랑의 기금에 매년 100만원, 푸드뱅크에 매월 육가공품 기증, 복지관에도 행사가 있을 때 마다 틈틈이 기부를 하고 있다는 전대표는 소문을 내지 않고 지역을 위한 봉사와 기부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전대표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늘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일벌레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성공한 사업가”라는 소리를 듣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그가 그리는 미래는 아주 가까이 있어 보인다. 사람들은 ‘다음에‘라는 말을 즐겨 하지만, 전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지금, 당장!‘이다.
글·사진 눌산 객원기자
무주신문 창간준비1호 201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