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신문] 금강 마실길 1코스
금강천리 400km 구간중에 가장 아름다운 무주 금강마실길 1코스를 걷다!
부남면 도소마을에서 대문바위-벼룻길을 지나 무주읍 잠두마을까지
“무주하면, 산(山)이지“라고들 한다. 과거에는 산골, 오지의 인상이 강했다면 요즘은 덕유산 설경과 적상산의 단풍 등 내로라하는 명소들은 죄다 산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무주에는 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금강이 무주를 거쳐 흐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외지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우리나라에서 한강·낙동강에 이어 3번 째로 긴 강인 금강이 무주를 지난다. 금강의 발원지는 무주와 이웃한 장수읍 수분리 신무산 자락에 위치한 뜬봉샘이다. 발원지에서 금강 하구둑까지 약 400km에 이르는 구간 중, 가장 아름다운 구간은 어디일까. 강을 따라 걷는 도보여행자 카페 회원인 차혜련씨는 단연 무주를 지나는 20여km를 금강의 백미로 꼽았다. 부남면 도소마을에서 남대천과 합류하는 서면마을까지 조성된 ‘금강마실길’을 따라 걷다보면, 차씨가 손꼽은 가장 아름다운 금강을 만날 수 있다.
금강마실길은 1,2 코스로 나뉜다. 적당히 걷기 좋을 만큼의 거리로 코스를 구분해 놓았다. 오늘 소개하는 곳은 1코스, 부남면 도소마을 앞 강변에서 시작해 무주읍 잠두마을 직전까지다. 마을 앞으로 흐르는 금강 물길이 섬을 가운데에 두고 두세 갈래로 나뉘는데, 이런 이유로 붙여진 지명이 ‘섬소’였다. 도소는 섬소의 한자 지명.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무주 최고의 늦반딧불이 출현 지역 중 한 곳이다. 부남슬로공동체 김재구 위원장은 “늦반딧불이는 8월 말부터 늦으면 10월 첫 주까지 볼 수 있습니다. 후텁지근한 기온과 부드러운 바람이 도와준다면 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반짝이는 반딧불이의 군무를 만날 수 있습니다.”라며 청정 지역임을 자랑했다.
부남면소재지까지는 자동차도로와 농로를 번갈아 걷는다. 덤덜교 다리를 건너면 부남파출소다. 오른쪽으로 잠시 눈을 돌리면 대문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자동차도로가 뚫리기 전 산자락과 바위 절벽 사이의 소롯길로 다녔다. 대문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금강을 굽어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위치에 있어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다.
길은 대소마을에서 부남면사무소 뒤로 이어진다. 강변을 따라 내려가는 나무 덱 위를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하류로 향한다. 언덕 아래로 걷던 길이 끝날 즈음 잠시 사과밭을 만나고, 이어 벼랑길로 접어든다. 봇둑길이라고도 불리는 벼룻길 구간으로 ‘벼룻길’은 강가나 바닷가 낭떠러지로 통하는 비탈길을 말한다. 지금은 ‘사람의 길’이 되었지만 오래 전에는 수로(水路)였다.
강 건너 봉길 마을을 마주 보며 약 1㎞쯤을 내려가면 ‘선녀와 나무꾼’ 전설이 깃든 각시바위가 앞을 막는다. “옛날 천상(天上)에서 내려온 선녀가 목욕을 하고 올라가려다 천의(天衣)를 잃어버리고 오르지 못하자 인간세계에 남아 결혼하고 아들 셋을 낳았는데, 후에 선녀가 천의를 찾아 입고 하늘로 올라가고 있을 때 하늘에서 내린 벼락을 맞고 떨어져 바위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다. 각시바위는 한 사람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굴이 뚫려 있다. 일제강점기에 굴암리 대뜰까지 농업용수를 대기 위해 사람들이 일일이 정을 쪼아 만든 인공 수로(水路)로, 이 굴이 뚫리기 전까지 사람들은 각시바위를 넘어 다녔으며, 율소마을 앞의 대티교가 놓이기 전까지 율소마을 주민들이 부남면 소재지로 가기 위한 유일한 통로였다. 장 보러 다니고 학교 다니던 길이었던 셈이다.
각시바위 아래 굴을 통과하면 너른 들이 펼쳐진다. 말 그대로가 지명이 된 ‘대뜰(넓은들)’이다. 이곳부터 굴암리를 지나 잠두마을 옛길을 만나기 전까지는 포장도로다. 한낮에는 따가운 햇살을 마주 하며 걸어야 하는 구간이다. 벚나무 가로수가 도열한 잠두마을 옛길 구간 입구에서 금강마실길 1코스는 끝이 난다.
강을 따라 걷는 도보여행의 매력에 대해 차씨는 ‘지루할 틈이 없을 만큼 수시로 만나는 자연과 사람들’이라고 했다. 산과 강 사이에 난 길을 걷다 보면, 아름다운 풍경뿐만이 아니라 마을을 만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농수로였던 곳이 지금은 옛길이라는 이름으로 도보여행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사라질 뻔했던 길이 이렇게나마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글·사진 눌산 객원기자
무주신문 제12호 2018-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