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칼럼

강촌(江村)으로 갈까, 산촌(山村)으로 갈까.

눌산 2018. 9. 1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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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반딧불 소식지]

건강한 먹거리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만든 느리게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

무주 부남슬로공동체와 내창마을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휴가여행’, ‘농촌을 주제로 한 최근 3년간의 소셜빅데이터와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농촌여행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농촌여행이 편안한 휴식과 자연 감상에서 '편안한 휴식과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형태로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를 즐기며 사는 태도를 일컫는 신조어인 욜로 라이프와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벨이라는 단어가 사회 전반에 걸쳐 사용되고, 각종 미디어에서 음식관련 콘텐츠의 인기가 지속되면서, 농촌여행 역시 휴식음식 관광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어디를 갈까에서 어디 가서 무엇을 먹을까로 여행의 트렌드가 변화한 것이다. 이에 무주군 관내 체험마을 중 최신 트렌드에 부합하는 마을 두 곳을 다녀왔다.

 

▲ 장안마루의 수백년 노거수 숲에서 마시는 향긋한 연잎차

 

#1 강촌(江村)으로 갈까, 부남슬로공동체

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전통문화와 자연을 잘 보호하며 느린 삶을 추구하는 마을인 부남슬로공동체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금강이 흐르는 전형적인 강마을이라는 지리적 환경이 한 몫을 했다. 주민들은 옛 생활양식을 찾아 복원하고, 지역의 잠재 자원(자연, 생태, 역사, 문화 등)을 찾아냈다. 더불어 건강한 먹거리와 전통 놀이를 체험상품으로 만들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예부터 강마을 아이들은 노는 법부터가 달랐다. 강은 아이들의 놀이터였고, 삶의 터전이었다. 그런 이유로 부남슬로공동체 체험은 주로 강에서 이루어진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돌무덤 물고기잡기 체험이다. 그물이나 낚싯대 같은 도구가 필요 없는 전통 어업방식으로 물속에 돌을 쌓고 물고기가 모여들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돌 밑이나 돌무덤 같은 곳에 몸을 숨기고 사는 동자개나 꺾지 종류의 물고기를 유인하는 전통 고기잡기 방식이다. 물고기를 기다리는 동안, 체험객들은 다슬기잡기와 물놀이를 하며 수생태 체험을 한다. 돌무덤에 물고기가 모여들었다 싶으면 그물로 돌무덤 주변을 에워싼 다음, 손으로 잡으면 끝이다. 체험은 수생태 전문가인 부남슬로공동체 김재구 위원장이 진행한다.

 

부남슬로공동체 수생태 체험. 강마을 아이들이 즐기던 놀이를 체험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슬로푸드 음식점 장안마루

 

돌무덤 물고기잡기가 한 가족 단위로도 진행된다면, 또 다른 원시어업의 일종인 오리 쓸기는 최소 10명 이상의 인원이 필요하다. 생소한 이름의 오리 쓸기는 김재구 위원장이 어린 시절 강에서 친구들과 즐겨했던 놀이다. ‘오리라는 대나무로 만든 활대를 이용해 여러 명이 강을 쓸면서 고기를 잡는 방법이다. 오리 활대를 40~50cm 간격으로 줄에 매달아 강 양쪽에 띄운 후 편을 나눠 상류 쪽으로 줄을 쓸어(끌어) 고기를 한쪽 가장자리로 몬 다음, 그물을 이용해 고기를 잡는다. 김 위원장은 강마을 아이들의 놀이였습니다. 하루 종일 물에서 놀면서 고기를 잡고 즉석에서 어죽을 끓여 나눠 먹던 기억이 떠올라 체험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물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다 보니 어른 아이할 것 없이 즐거워합니다라고 했다.

부남슬로공동체에서 운영하는 식당인 장안마루를 찾았다. 아름드리 노거수 숲 한가운데 자리한 장안마루에는 체험 후 허기진 배를 채워줄 건강한 먹거리 체험이 기다린다. 대표 먹거리로는 연잎밥. 도소마을 연밭에서 재배한 연잎에 대추, 호두, 호박씨, 은행, 연자, 찹쌀, 흑미, 찰흑미 등 12가지 재료를 넣고 찐다. 연대(줄기)들깨무침과 유자청에 버무린 연근, 연잎 된장무침 등 연을 이용한 반찬도 별미다. 마을에서 직접 만든 된장과 간장을 쓰며 화학조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장안마루 대표 메뉴인 연잎밥

 

연밭이 있는 도소마을에 가면 느리게 흐르는 금강을 좀더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금강 트레킹 코스인 금강마실길이 시작하는 곳으로 마을 앞으로 흐르는 금강 물길이 가운데 섬을 중심으로 두세 갈래로 나뉘게 되는데, 이런 이유로 붙여진 지명이 섬소였다. 도소는 섬소의 한자 지명. 무주반딧불축제 기간 동안 반딧불이 탐사지역인 도소마을은 8월말에서 10월초까지 청정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는 반딧불이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부남슬로공동체, 장안마루

전북 무주군 부남면노루재로 524-11

체험 문의 : 010-2704-9045 (김재구 위원장)

 

#2 산촌(山村)으로 갈까, 내창마을

삼면이 층암절벽으로 이루어진 적상산(赤裳山)은 지형 그 자체가 요새나 다름이 없다. 산꼭대기에는 넓은 분지가 형성되어 있고, 절벽 위로는 적상산성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골짜기마다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데, 그 중 내창마을은 적상산으로 오르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무주군 적상면 북창리 내창마을. 이 지명은 적상산성과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한 적상산 사고(史庫)의 보급품 및 군량미 등을 보관했던 창고라는 역사적 의미에서 유래했다. 북쪽에 위치한 창고를 북창이라 하여 북창리라 불리게 되었고, 마을 초입에 마을이 생기면서 그곳을 외창(바깥북창), 그 안쪽을 내창(안북창)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온다.

 

▲ 적상산 내창마을

 

적상산 중턱에 있는 머루와인동굴

 

적상산 안국사와 조선왕조실록이 봉안된 적상산 사고(史庫), 머루와인동굴 등을 오르기 위해서는 이 내창마을을 반드시 지나야 한다. 전형적인 산촌으로, 마을 안 골목마다 성처럼 촘촘히 쌓아 올린 돌담은 내창마을 1경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답다. 본래 있던 오래된 돌담이 무너지고 훼손되어, 최근 농어촌취락지역생활여건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성벽 보수 전문가들까지 참여하여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거쳤다. 지난 2007년에는 전라북도 산간지대의 특징을 가장 잘 간직한 마을로 선정되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직접 마을 조사를 했을 만큼 가치와 의미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마을 입구를 지키는 수령 320년 된 느티나무를 지나 천천히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길 권한다. ‘마을역사 돌담탐방이라는 이름으로 송덕현 위원장이 직접 안내한다.

내창마을의 북창리내창잿들영농조합법인은 이러한 지리적 환경을 활용하여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청정 자연에서 자란 지역 농산물을 사용해 시간과 정성을 담아 요리해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자는 취지 하에 추진하고 있는 슬로푸드마을만들기사업은 이 마을의 자랑거리라 할 수 있다. 현재 준비를 마치고 9월부터 선보일 예정에 있는 약선 요리는 적상산에서 자란 온갖 약초와 채소를 곁들인 건강 밥상이다. 즉석에서 모든 요리를 하기 때문에 사전 예약은 필수다. 마을 영농조합법인에서 상시 운영하는 하늘식당의 시골밥상과 청국장은 주민들이 직접 농사지은 재료로 만들어진다. 또한 상시프로그램으로 운영 중인 피자체험도 인기다.

 

산간지방 특징이 가장 잘 남아 있는 내창마을의 명물 돌담길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내창마을 피자체험

 

내창마을까지 왔다면, 마을 뒤로 이어지는 적상산 드라이브는 필수다. 머루와인동굴을 거쳐 적상호와 적상산 전망대, 적상산 사고, 안국사까지 자동차로 둘러볼 수 있다. 그 중 머루와인동굴은 무주양수발전소 건설 당시 굴착 작업용 터널로 사용하던 곳을 2007년부터 무주 특산품인 머루와인을 특화한 공간으로 꾸몄다. 연평균 기온 13~14도로, 한여름에는 서늘할 정도로 시원하고, 와인 시음과 와인족욕 등 체험도 가능하다.

올 가을에는 자연의 맛과 향을 담은 풍성한 먹거리와 함께 지친 몸과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부남슬로공동체와 내창 슬로푸드마을로의 여행을 떠나보자.

북창리내창잿들영농조합법인

무주군 적상면 북창리 내창길 17-5

체험문의 : 010-4401-5911 (송덕현 위원장)

·사진 / 눌산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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