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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금강9

새벽, 금강 사위는 아직 어둠이 짙었다. 일출 시각까지 아직 여유가 있다. 세상 모든 만물이 잠에서 깨어나기 전이다. 침잠(沈潛)의 시간이다. 힘차게 흐르던 여울물도 이 순간만은 ‘쉿!’, 고요히 흐른다. 여명의 순간은 길어야 30분 남짓. 저 멀리 적상산부터 시작된 여명이 금강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아직은 여린 빛이 새벽의 푸른빛을 서서히 걷어내기 시작하더니 맞은편 산자락을 붉게 물들인다. 그리고는 아주 느리게 산의 낮은 곳을 향해 내려온다. 그 순간, 하늘이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찬란한 태양이 앞산 자락에 고개를 내밀었다. 물가에서 숨죽인 채 절정의 순간을 지켜보던 오리 떼들이 그때서야 날갯짓을 시작한다. “나 혼자가 아니었구나.” 2023. 3. 20.
꿈속 같은 금강의 새벽, 오롯이 ‘나홀로’의 공간, 잠두마을 옛길 걷기 문득, 금강의 새벽 풍경이 궁금했다. 몇 해 전, 금강에서 만난 상고대가 떠올라서일까. 바로 금강으로 달렸다. 큰 산 아래 살면서, 불과 10여 분 거리에 금강이 흐른다는 것은 복이라면 복이다. 목적지는 37번 국도 잠두2교 아래다. 강가에 도착한 시간은 7시 10분. 사위는 아직 어둠이 짙었다. 일출 시각까지 아직 여유가 있다. 세상 모든 만물이 잠에서 깨어나기 전이다. 침잠(沈潛)의 시간이다. 힘차게 흐르던 여울물도 이 순간만은 ‘쉿!’, 고요히 흐른다. 여명의 순간은 길어야 30분 남짓. 저 멀리 적상산부터 시작된 여명이 금강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아직은 여린 빛이 새벽의 푸른빛을 서서히 걷어내기 시작하더니 맞은편 산자락을 붉게 물들인다. 그리고는 아주 느리게 산의 낮은 곳을 향해 내려온다. 그 .. 2023. 3. 13.
春雪 지난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날씨가 한 달 가까이 지속되고, 한낮에도 영하의 날씨가 계속됐으니.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라고 하지만, 좀 심했다. 허나,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다. 절기 얘기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새싹이 움을 틔우기 시작한다는 경칩 날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무지막지한 봄눈이 내렸다. 산촌에 사는 사람들은 봄눈을 무서워한다. 무거운 습설에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긴 겨울 동안 얼어붙었던 땅이 녹으면서 지반의 흔들림으로 인한 재해를 겪기도 한다. 대신 봄눈은 순식간에 녹아 흐른다. 그래서 산골에는 봄 홍수라는 말이 있다. 눈 녹은 물이 여름 홍수 못지않게 계곡은 넘쳐흐른다. 겨울을 아쉬워하는 마음이지, 봄을 재촉하는 마.. 2018. 3. 11.
[주간조선] 이야기가 있는 소읍(小邑) 기행 7 / 전북 무주·충남 해미 이야기가 있는 소읍(小邑) 기행 일곱 번째 / 전라북도 무주·충청남도 해미 4월의 꽃길을 따라… ▲ 금강변 마실길 20㎞ 구간 중 가장 아름다운 잠두마을 37번 국도 옛길에는 벚꽃과 복사꽃이 어우러진 환상의 꽃길이 열린다. ‘봄볕엔 며느리를 내보내고 가을볕엔 딸을 내보낸다’는 말이 있다. 가을볕에 비해 봄볕 자외선 지수가 더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긴 겨울 끝에 만난 봄볕은 세상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옹기종기 담벼락에 기대어 앉아 따사로운 봄볕을 쬐는 마을 어르신들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포근하다. 볕 좋은 한낮 낮은 토담 아래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누렁이는 또 얼마나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가. 바야흐로 꽃 피는 봄이다. 계절의 흐름이 빠르니 느리니들 하지만 이 꽃 저 꽃 피고 지.. 2017. 4. 19.
금강에는 초록물이 흐른다. 어디가 숲이고, 어디가 강인지...., 5월의 금강에는 초록물이 흐른다. 2016. 5. 9.
4월의 강마을 풍경 성급하게 다가왔던 봄이 순식간에 떠나버렸다. 예년에 비해 유달리 풍성했던 벚꽃이 하룻밤 사이에 모두 꽃잎을 떨구었고, 연둣빛은 더 짙어져 초록으로 치닫는다. 산빛에 물빛이 더해진 강마을은 산촌에 비해 초록이 더 깊다. 산빛 물빛이 하나가 된 금강이다. 장수 신무산(897m) 자락 뜬봉샘에서 발원한, ‘비단 강’ 금강(錦江)은 진안 용담호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충청남북도를 거쳐 군산만에서 서해바다로 스며든다. 장장 천리(394.79㎞)를 내달리는 동안 금강 물길은 곳곳에 적잖은 비경을 만들어 놓았다. 그 중 사람 손 타지 않은, 가장 아름다운 곳이 무주를 지나는 20여km 구간이다. 요즘 강마을에는 사과꽃따기가 한창이다.꽃을 적당히 따줘야 질 좋고 맛좋은 사과가 열린다. 품종은 홍로. 수확하기 전까지 사.. 2016. 4. 20.
겨울 강 유년시절을 섬진강 강마을에서 보냈다.겨울이면 썰매를 타고, 아이스하키를 하고 놀았다.아이스하키라고 뭐, 별다를 건 없다.나무를 깎아 스틱을 만들고, 또 나무로 만든 공을 치고 노는 것이다.얼음 위에서 하는 놀이다 보니 물에 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그럴 때는 나뭇가지를 주워다 불을 피우고, 옷을 말렸다.그대로 집에 들어가면 혼나니까.뭐든 스스로 해결해야 했던, 행복한 유년의 기억이다. 하지만 그런 강이 이제는 좀 낯설다.산밑에 산지가 오래되서 그런지, 강은 이따금 찾아가는 추억의 장소 정도랄까. 금강이다.4대강 공사에 이 금강이 들어가 있긴하지만, 대청댐에 스며들기 전까지는, 여전히 강다운 모습이 남아 있다.인간의 손이 닿은 강은 썪어가고 있다.하지만 금강 상류는 수초와 모래톱이 자연정화 역활을 한다... 2014. 12. 26.
[전북 무주] 금강의 아침, 가을을 만났다. 계절의 변화는 어김이 없다. 그렇다. 자연의 이치라는 게 그런 것이다. 하루 아침에 여름이 떠나고, 그 자리를 가을이 채우는 중이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개망초가 시들해지고, 쑥부쟁이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 꼿꼿하던 앞마당 풀도 제 풀에 지쳐 스러지고 있다. 금강에 가봤더니 실감나는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코스모스가 하늘거리고, 물결은 더 흐트러져 흐른다. 물억새는 어느새 갈색 물이 올라 고개를 숙이고, 바람을 즐긴다. 아, 늦은 휴가를 즐기는 피서객들도 보인다. 대신 아침 찬공기에 겉옷을 하나 더 걸친 모습이다. 이따금 드는 생각이지만, 자연은 사람 위에서 논다. 가소롭다는 듯, 발 아래 인간세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그 얘기다. 세상 이치라는 게 순리가 우선이라는 것, 앞서서 설.. 2014. 8. 27.
강 건너 외딴집 찾아가는 길 여러분은 어떤 집에 살고 싶은가요? 도시도 마찬가지지만, 시골에도 다양한 모양과 구조의 집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오늘 신문기사를 보니 60m에 달하는 기다란 직육면체 집도 있더군요. 자연을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그런 구조를 염두해 두고 설계한 유명한 건축가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자연을 중심에 둔 설계라고는 하지만, 가장 자연하고 거리가 먼 집이 아닌가 합니다. 문만 열면 자연인데, 굳이 집안에까지 자연을 끌어 들일 필요는 없다는 얘기지요. 시골에 살면서 집안 생활만을 염두해 두었다는 얘깁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취향이 있겠지만, 눌산은 여전히 오래된 오두막을 꿈꿉니다. 허름하지만, 흙냄새가 나는 그런 집 말입니다. 금강변에 자리한 '작은목살이골'이란 곳을 다녀왔습니다. 지명에서 묻어나듯 예전에는 금.. 2012.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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