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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920m '하늘 아래 첫 동네'

무주 반딧불딸기 농장을 찾아가다 / 무풍면 조성익·정경숙

 

지명(地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지역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아주 오래 전의 우리말 지명이 일제 강점기 때 한자화 작업을 거치면서 왜곡된 곳도 적지 않으나, 수백· 수천 년 동안 전해져 내려오는 지명은 그 고장의 특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낯선 지역에 가게 되어서도 지명을 통해서 그 지역의 산, 고개, , 골짜기 등의 땅의 모양이나 그 고장의 생활 모습, 역사 등을 대략적으로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찾아가는 마을은 무풍면 삼거리 상오정에서도 한참을 더 산으로 올라가야 하는 큰골이라는 곳이다. 근동(近洞)에서 가장 큰 골이라는 의미쯤 되겠다. 구천동에서 거창 쪽으로 넘어가는 빼재 아래 지역인 상오정에서 무풍 방향 오두재 위에 있는 마을로, 드넓게 펼쳐진 고랭지 배추밭과 10여 농가가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해발 920m에 위치한 하늘 아래 첫 동네다. ‘큰골이란 이름 답게 산꼭대기 구릉지 전체가 드넓은 농토로 펼쳐져 있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져 맥을 못 춘다는 옛 속담은 다들 알겠지만, 구천동 모기가 상오정에 하룻밤 놀러왔다 입이 돌아가 버렸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모기에 대한 얘기니, 한여름이었을 테고, ‘입이 돌아갔다는 것은 몹시 춥다라는 의미다. 무풍면 삼거리 상오정 일대에 전해져 내려오는 말로, 골이 깊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구천동이지만, 상오정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는 얘기다.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길의 끝에서 멈췄다. 수십만 평은 족히 되보이는 넓이의 고랭지 배추밭이 펼쳐지고 딸기 재배 하우수가 골짜기를 꽉 채우고 있다. 이곳에서 9년째 배추와 딸기 농사를 짓는 조성익(69)·정경숙(68) 부부의 딸기 하우스를 찾았다.

무주 반딧불딸기는 지금이 수확철입니다. 6월부터 11월 말까지 매일 딸기를 따줘야 하는데, 일손이 딸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답니다. 인건비 부담도 크지만 이 산골까지 누가 일하러 온답니까? 결국, 우리 부부가 하는 수밖에요.”

무주 여름딸기는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유명 제과업체와 빵 재료 공장에 전량 납품된다. 저온성 작물인 딸기를 무풍에서 재배하게 된 것은 고랭지의 특징이 딸기의 생육 적용 온도와 맞기 때문이다. 낮에는 17~18, 밤에는 10내외로 약간 냉랭하고 온화한 기후 조건을 좋아하는 딸기는 온도가 25를 넘으면 생육이 떨어지고 30이상의 고온에서는 생육이 정지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해발 평균 900m에 이르는 오두재 일대가 여름딸기 재배지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조성익·정경숙 부부는 현재 4,600의 딸기 하우스와 66,000의 고랭지 배추밭을 관리하고 있다. 수치로는 그 감이 오지 않는다. 조성익 씨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봤다. 눈에 보이는 땅 전부에 가깝다.

요즘은 인건비가 너무 비쌉니다. 우리 정도의 작물 재배를 하면서 고정적으로 사람을 쓰면 남는 게 없어요. 어찌 보면 우리 부부 둘이서 감당할 정도의 농사만 짓고 있답니다.”

말은 쉽게 하지만 부부는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밭에서 산다. 특히 요즘은 딸기를 매일 따줘야 하기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도 힘들다. “휴가가 뭐에요? 딸기 농사를 하면서부터는 남들 다 가는 여름 휴가 한번 못 가봤답니다.”라는 정경숙 씨 얘기에 여긴 한여름에도 시원하잖아. 여기서 사는 것이 바로 휴가지.”라며 조성익 씨는 에어콘 바람보다 더 시원한 자연 바람을 맞으며 사는 것으로 위안을 삼자며 아내를 위로했다.

딸기 하우스 밖으로 나왔다. 산 아랫동네는 30도를 웃도는 가장 더웠던 날이었지만 큰골의 바람은 무척이나 시원했다. 끈적끈적한 느낌이 아니라 보송보송한 느낌이랄까. 시원한 바람이 그리우면 다시 올라오라는 부부의 말을 뒤로 하고 산을 내려왔다.

 

·사진 눌산 객원기자

무주신문 제3호 2018-7-2

 

Posted by 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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