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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3년 전의 일입니다. 
딱 이맘때였지요.
그때 전 낙동강에 있었습니다.
강물 위를 흐르는 바람을 동무 삼아 홀로 걷고 있었습니다.
바람은 유일한 길동무였지요.
하얗게 서리 내린 이른 아침부터
밥짓는 연기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해질녘까지 강을 따라 걸었습니다.
낙동강을 왜 갔냐구요? 
가을을 피해 도망갔습니다.
가을이 무서워서요.
아니 가을을 맞는 제 자신이 두려웠는지도 모릅니다.
그러거 있잖아요.
왠지 사고칠 거 같은 기분 말입니다.
52일 동안 낙동강을 따라 걸었습니다.
태백에서 부산 을숙도까지 장장 천삼백리 길입니다.
이 땅 끝에서 끝까지 걸었던 셈입니다.
10월 1일 태백 황지에서 만난 노란 은행잎을
52일 뒤 부산 을숙도에서도 만났으니 결코 좁은 땅은 아니더군요.

이맘때가 되면 낙동강이 그립습니다.
걸었던 길이 그립고,
만났던 사람들이 그립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돼지갈비 7인분을 해치웠던 왜관의 밤도,
그리움에 몸서리를 쳤던 하남의 밤도,
강바람에 얼굴이 다 트도록 걸었던 밀양강 제방길도 다 추억이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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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낙동강에 가을이 왔습니다.
그때 걸었던 제방 위에도 메마른 풀씨가 흩날리고 있습니다.
벼베기를 마친 무논엔 까마귀떼가 내려 앉아 겨울 양식 준비에 바쁩고.
그때 그 바람은 여전히 강물 위를 흐르고 있습니다.
다시 만난 낙동강은 여전히 말이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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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낙동강에서 또 다른 가을을 만났습니다.
처음엔 혼자였고, 추웠고, 그리움에 몸서리쳤지만
다시 만난 낙동강은 포근했습니다.
두 팔 벌려 환영해주었습니다.
헐벗은 은사시나무도, 느리게 흐르는 강물도, 다 그대로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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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에 만난 빈 집은 지금도 그대로입니다.
또 다른 주인을 기다리느라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이지만.
오늘은 제가 이 집의 주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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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따 먹던 곳감도, 홍시도 탐나지 않습니다.
눈으로 마음으로만 봐도 배가 부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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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저토록 고운 빛이 아니었는데.
다시보니 참 곱군요.
세월이 약이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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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만났습니다.
긴 여정의 동무가 되주었던 그 바람.



한동안 장식용으로만 걸려 있던 대형 배낭에 자꾸만 눈이 갑니다.
어느날 문득, 배낭 하나 둘러메고 훌쩍 떠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람을  만나러요.

 
Posted by 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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