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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기640

우리는 '식구' 같은 밥그릇을 쓰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야옹이와 다롱이는 식구다. 다롱이는 따라쟁이다. 야옹이 뒤를 언제나 졸졸 따라 다닌다. 그것도 이 집 안에서만. 집을 벗어나면, 먼 산 바라보듯, 아쉬움의 눈빛으로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그리고는 간절한 눈빛으로 기다린다. 또 있다. 사냥을 못한다. 나름, 무진 애를 쓰는 모습이 보이지만, 나방 하나도 제대로 못 잡는다. 그런 다롱이를 야옹이는 자식 처럼 이뻐한다. 아무리 심한 장난을 쳐도 다 받아 주면서 말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두 녀석이지만, 둘은 가족이다. 함께 밥을 먹는 '식구'다. 2013. 6. 6.
살고 싶은 집 "눌산은 허름한 집에 살아야 될 팔자야." 오래전, 뭐 좀 볼 줄 안다는 지인이 내게 해 준 말이다. 거의 쓰러져 가는 70년 된 화전민의 오두막에 살 때였다. 그 곳에 있는 내가 가장 행복해 보였단다. 생각해보면, 그 오두막 생활 3년이 내게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지인의 말 처럼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이기도 했다. 뭐랄까, 한마디로 설명은 어렵다. 그냥, 좋았다. 산에서 흐르는 물을 먹고, 그 물로 알탕을 하고, 지천으로 널린 산나물을 먹고 살았지만, 딱히 불편하다거나 부족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지금도 그 오두막 생활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경상북도 영양의 어느 오지마을이다. 대부분 빈집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 진다. 갑자기 비포장도로가 나타나더니 휴대폰은 먹통이 .. 2013. 6. 4.
다롱아~ 뭐해? 녀석, 참 호기심도 많다. 어제는 종일 비가와서 꼼짝 못하고 있다가 비가 그치자 아침부터 졸졸 따라 다닌다. 신기한 것도 많고, 참견 할 것도 많다. 녀석은 아직도 애긴 줄 안다. 1년 전, 이맘때 이 집에 올때와 별반 달라진게 없어. 뭐지? 꼼짝 않고 뭔가를 바라보고 있다. 벌? 너 그러다 벌에 쏘인다. 작년인가, 야옹이 엉아처럼. 야옹이가 날아다니는 벌을 건드려 쏘인 적이 있었다. 눈이 퉁퉁 부었었지. 비가 그쳤다. 예보와는 달리 많아야 2~30mm 정도 내렸다. 그래도 단비다. 꽃가루가 쌓여 지저분했는데, 말끔히 청소가 됐다. 난생 처음 내 손으로 심은 꽃이다. 작약. 비에, 꽃이 활짝 피었다. 뒤란 당산나무는 초록이 더 짙어 졌다. 이번 주말부터 무주 반딧불축제가 열린다. 비 개인 후 반딧불이가 .. 2013. 5. 28.
문 좀 열어 주세요~ 숫컷인데도 새끼 가졌냐고 물어 볼 정도로 뱃살이 축 쳐져 있던 녀석이, 이젠 살이 빠져 날씬해졌다. 털이 너무 빠져 방에 못 들어오게 했더니 난리도 아니다. 간절한 눈빛으로 "문 좀 열어주세요~"하는 표정이다. 말도 한다. 그렇게. 믿거나 말거나. 혼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방법창을 열다 안 열리면 뜯어 버린다. 그런데 문을 열 줄은 아는데, 닫을 줄은 모른다. 조만간 그러하지 않을까. 나는 다롱이를 믿는다. 내가 졌다. 의자 밑 핑크색 방석이 다롱이 자리다. 좋냐? 니가 좋으면 나도 좋다. 2013. 5. 11.
너무도 다른, 야옹이와 다롱이 다르다. 둘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다르다. 잠자는 버릇도, 노는 것도, 성격도, 먹는 것도, 애교도... 다롱이는 천방지축이다. 생김새는 영락없는 호랑이 상인데... 하는 짓은 철없는 강아지다. 잠버릇 또한 고약하다. 저렇게 놀다. 그냥 뒤집어 잔다. 사냥은? 폼은 그럴듯 한데 마무리가 없다. 날씨가 더운지 종일 저러고 놀다 자다를 반복한다. 귀여운 녀석. 우리 다롱이 곧 생일이구나~ 축하한다~ 반면에 야옹이는 생각이 많은 놈이다. 평소에는 고요를 즐긴다. 대신 무척 예민하고 날센돌이다. 쥐? 다람쥐? 새? 걸리면 한 방에 간다. 최고의 사냥꾼. 이렇게 잘 생긴 얼굴에 상처가 마를 날이 없다. 도데체 누구하고 싸우는 걸까. 다 확인해봐도, 몇 되지 않은 동네 냥이는 아닌 것 같고. 왜냐면 동네 냥이.. 2013. 5. 8.
'언제나 봄날'은 지금, 초록빛 순식간이다. 연둣빛 물이 오르는가 싶더니, 금새 초록빛이다. 적상산의 봄은 딱 10% 남았다.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한 연둣빛이 9부 능선까지 치고 올라왔다. 하루나 이틀이면 이 넓은 천지간이 초록을 변한다. 다롱아~ 나가자~ 귀신 같이 알아 듣는다. 다롱이는 여전히 초등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냥하는 폼은 잡혔는데, 마무리가 안된다. 그저 구경하는 수준. 엉아 따라 다니면서 사냥을 배우라 그랬잖아~!! 적상산은 연둣빛과 초록,붉은 빛이 뒤섞여 있다. 가을의 화려함과는 다른, 봄빛이다. 뒤란의 당산나무는 완전한 초록빛이다. 불과 일주일 사이, 잠시 한 눈 판 사이 세상이 뒤집어져버렸다. 2013. 5. 5.
'언제나 봄날'의 아침 어제 낮까지만 해도 하얗게 쌓였던 적상산 눈이 사라졌다. 그 틈에 산벚꽃, 산복숭아꽃이 자리를 잡았다. '언제나 봄날' 뒤란의 벚꽃도 활짝 폈고, 당산나무에는 연둣빛 물이 들기 시작했다. 아침이면 문 열어 달라고 창문을 두들기던 다롱이도 꼼짝 않고 제 집에 들어 앉아 있다. 실내 보다 밖이 더 따뜻하단 얘기다. 봄볕이 좋구나. 너도 좋냐? 겨우내 묵은 때가 봄비에 다 쓸려 내려갔다. 벚꽃은 만개했고, 마을 숲 느티나무에 연둣빛이 감돈다. 이제야 봄, 답다. 한 줌 햇살이 들어 앉았다. 오늘은 다롱이 대신 내 자리다. 2013. 4. 22.
4월에, 눈 제목이 좀 그렇다. 때는 4월하고도 20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지금 현재 상황이다. 새벽부터 내리던 비가 순식간에 눈으로 바뀐다. 참 지랑같은 봄이다. 산벚꽃이 눈에 덮여버렸다. 잠두마을 벚꽃구경 가야하는데.... 눈 구경 가야겠네~ 2013. 4. 20.
나무 타는 다롱이 벽난로 옆에 꼭 붙어 하루종일 자는 녀석이지만, "나가자~" 소리만 하면 바로 튀어 나온다. 2층 방이나, 보일러실에 가 있으면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나올때까지 기다린다. 의리 하나는 최고다. 산책을 하면 내내 졸졸 따라 다닌다. 중간중간 개인기도 선보이면서. 개인기는 바로 나무타기. 다롱이 잘했어! 한마디에 신났다. 나 뿐만이 아니라 지나가는 등산객한테도 나무타기 개인기를 자랑한다. 참 희한한 녀석이야. 걱정은. 손님이 오면 자기가 먼저 방에 들어 간다. 절대 놀라지 마시길. 용맹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여전히 호기심 많고 장난끼 가득한 7개월 전 모습 그대로다. 2013.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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