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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기183

간밤에 내린 눈. 밤새 눈이 내렸다. 그동안 내린 눈이 다 녹아 밋밋한 겨울풍경이었는데, 보기에는 좋다. 눈 치울 일 생각하면.... 오늘은 안 치운다. 그대로 두고 녹기를 기다려 볼란다. "게으른 사람이 흙집 짓는다."라는 말이 있다. 흙집은 적당히 쌓고, 마른 다음 다시 쌓고를 반복하는 작업이다. 부지런하면 욕심을 부려 적당한 양보다 더 쌓게 된다. 결국, 마르기 전에 쌓은 흙이 무너진다는 얘기다. 산골 생활도 비슷하다. 부지런 한 사람보다 게으른 사람이 더 잘 적응하고 잘 산다. 긴 겨울 버틸 수 있는 '게으름'이 필요한데, 부지런한 사람은 산골의 고요를 견디지 못한다. 2013. 12. 20.
다롱이는 누워서 잔다. 일주일만에 집에 왔더니 다롱이 녀석은 살이 더 쪘다. 어제 온 손님이 보자마자 "새끼 가졌어요?" 라고 물어 본다. 다롱아~ 숫컷이 새끼 가졌냐는 소리 들으면 되겠냐?? 벽난로를 피워 놨더니 종일 소파에서 잔다. 먹고, 자고, 또 먹고, 자고... 소파에서 뒹굴다가 누워서 잔다. 자는 모습이 가히 예술이다. 나 찍어요? 응. 2013. 12. 14.
야옹이와 다롱이 야생에 가까운 야옹이는 추위에도 강하다. 그에 반해 다롱이는 코가 빨개질 정도로 추위에 약하다. 녀석들은 만나면 코부터 비비고 핥고 난리부르스를 떤다. 암수 한쌍이 사랑이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두 녀석은 다 숫컷이다. 다롱이가 배 나온 것을 보고 새끼 가졌냐고들 물어보지만, 숫컷이 맞다. 며칠 전 얼마나 추웠는지 야옹이까지 방에 들어와 내 자리를 꽤 차고 앉았다. 왠만해서는 방에 들어오지 않는 야옹이기에, 봐줬다. 그렇게도 좋을까. 전생에 부부였을꺼야. 오늘밤 비가 그치면 추워진단다. 박스를 이용해서 다롱이 집도 새로 만들어 놨고, 요 며칠 깔끔하게 감기몸살도 떨쳐 보냈으니 겨울 맞을 준비는 끝낸 셈이다. 2013. 11. 24.
다롱아~ 단풍구경 가자~ 비 개인 아침, 안개가 자욱하다.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챙겨 들고 나간다. 다롱아~ 단풍구경 가자~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좋아하는 다롱이, 누가 보고 있으면 녀석의 개인기인 나무타기를 선 보인다. 하지만 오늘은 사냥 중이다. 저 나무 구멍에 다람쥐가 살거든. 저런! 사냥은 기다림이야. 넌 저 구멍으로 들어갈 수 없잖아. 허술하기 짝이 없는 다롱이의 다람쥐 사냥은 언제나 실패다. 요즘 등산객이 많이 지나 다닌다. 눌산을 졸졸 따라 다니는 다롱이를 신기해 한다. 그리고는 꼭 한 마디씩 하고 간다. "새끼 가졌나 봐~" "이 보세요. 저 고추 달렸거든요!" 내가 보기에는 표준 몸맨데, 왜 다들 살 찐 고양이로 보는거야. 적상산에서 맞는 여섯 번째 가을이다. 다롱아~ 일곱 번째 가을도 이 자리에서 맞을 수 있을.. 2013. 11. 3.
벽난로를 사랑하는 다롱이 어젯밤, 그리고 오늘밤 최저기온이 6도까지 뚝 떨어졌다. 강원도 산간지방에는 첫서리도 내렸다지? 겉옷 걸쳐 입고, 벽난로까지 피워더니 왠지 겨울 분위기 난다. 톱밥을 벽돌 모양으로 찍어 낸 벽난로용 연료가 있다. 지인이 몇개 가져왔는데, 괜찮다. 이런저런 과정이 없으니 편하고, 화력도 생각보다 좋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참나무 장작에 비해 세 배는 되지 않을까 싶다. 간만에 난로를 피웠더니 훈훈하고 좋네. 다롱이는 더 좋아한다. 추위를 얼마나 타는지 벽난로하고 뽀뽀도 하는 녀석이 아니던가. 순식간에 고개가 꼬꾸라졌다. 2013. 10. 3.
19시 4분 초등학교 동창생의 전화를 받았다. 36년 만의 통화다. 이름도, 얼굴도 가물가물하다. 이산가족도 아닌데, 36년 만이라니. 동창생들 모임방이라는 데를 들아가 봤다. 아, 그래. 바로 이 얼굴들이었어. 수박서리하고, 닭서리하던 그 녀석들 아닌가. 뒷동산에서 나무로 깎아 만든 총으로 전쟁놀이를 하고, 섬진강에서 은어 잡아 구워 먹고 놀았던 그 녀석들. 반갑다기 보다는, 아련한 기억들이 먼저 떠오른다. 언제 얼굴 한번 봐야지?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그것 밖에. 그리고. 유난히 붉은 하늘을 만났다. 어젯밤 19시 4분에. 2013. 9. 4.
펜션 고양이 펜션 고양이는 주말과 평일이 다르다. 노는 모습도 다르고, 잠자는 모습도 다르다. 아이들 손님에게 인기가 많은 다롱이는 주말이 피곤하다. 하지만 나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아이들을 싫어 하는 야옹이는 전혀 다르다. 주말이면 외박이 기본이고, 집 주변만 맴돈다, 가끔은 얼굴을 보이기도 하지만, 다롱이 만큼은 아니다. 평소에는 이러고 놀고, 잔다. 뉴스만 보면 머리가 아프지만, 이 녀석들 때문에 웃고 산다. 고맙다. 2013. 9. 1.
대화 야옹이와 다롱이를 보는 사람마다 '개냥이'라고들 한다. '개냥이=개+고양이'라는 뜻이렸다. 하지만 녀석들은 분명 고양이다. 고양이 사료를 먹고, 멸치나 생선류만 먹는다. 아마도 눌산을 졸졸 따라 다니는 모습을 보고 하는 말이다. 손님이 많은 주말에는 그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없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고양이 특유의 성격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에는 언제나 졸졸 따라 다닌다. 뒤란이나 2층을 따라 다니면서 녀석들은 이 집 주인이나 되는 듯이 참견까지 한다. 야옹이와 다롱이가 대화를 한다. 무슨 얘기를 할까, 아마 이런 얘기를 하지 않을까. "너 요즘 너무 나대는 거 아니야?" "나도 엉아를 닮고 싶단 말이야~" 온 동네를 제 집 드나들 듯이 휘젓고 다니는 야옹이에 비해 다롱이는 이 집을 혼자서는 벗어나지 .. 2013. 8. 28.
다시, 고요 2주에 한 번, 정기적으로 찾아야 하는 곳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한 달 간의 여름 휴가시즌에 발이 묶여 가지 못했다. 오늘, 대전과 전주를 동시에 찾았다. 7시간 동안의 도시 나들이 후. 몽롱한 이 기분, 참 낯설다. 자동차 에어콘 바람 때문이다. 에어콘 알레르기가 있어 무주에서는 가급적 문을 열고 다니지만, 도시에 나가면 어쩔 수가 없다. 머리가 아파 창문이 열리는 커피집에 들어 가 한 시간을 보냈다. 야옹이 다롱이 사료를 사고, 마트 구경도 했다. 사실, 마트에 가면 사람 구경이 더 재밋다. 도무지 딴 세상 사람들 같은 무표정한 표정들과 산더미 처럼 쌓인 물건들, 먹음직스럽지만, 선뜻 손이 가지않는 조리 음식들. 모든 게 넘쳐 흐른다. 그런데 왜 표정들이 그럴까. 맛있는 음식과 멋진 옷, 갖고 싶은.. 2013.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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