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강원도 여행을 하려면 호남- 경부- 중부- 영동- 중앙고속도로를 타야합니다.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최소 네개의 고속도로를 경유해야만 강원도 땅에 닿을 수 있습니다. 소요시간 또한 기본이 다섯시간입니다. 물론 먼거리지만. 남도와는 사뭇 다른 강원도의 겨울은 수고에 대한 댓가치곤 제겐 과분합니다.
눈이 좋습니다. 언젠가 대관령이 폭설로 고립되었을때 고립을 위해 달려 간 적이 있습니다. 그런대로 통행이 가능하던 대관령으로 부족해 곧바로 진고개로 달려가 나홀로 눈 쌓인 고갯길을 넘었드랬습니다. 달랑 견인차 한대 뿐인 진고개 휴게소에서 마신 자판기 커피 맛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맛이었지요.
남도에는 봄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강원도는 아직 겨울이 한창입니다.
겨울산은 가장 솔직합니다. 적나라한 숲의 모든것을 보여주니까요. 앙상한 나뭇가지만으로 매서운 북서풍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지만 눈쌓인 숲은 오히려 포근합니다.
고랭지 채소밭은 눈밭으로 변해버렸습니다.
한강의 최상류 골지천변에 있는 구미정입니다.
무게에 짓눌려 무너질까 깨끗이 눈을 쓸어 내린 양철지붕만이 사람의 마을이란 것을 말해줍니다. 지붕에 그대로 눈을 이고 있다면 분명 빈집일 것입니다.
하룻밤에 1미터 이상 눈이 내린 임계를 지나는 동안 단 한사람도 만날 수 없었습니다. 동토의 땅 강원도의 봄은 아직 멀었나 봅니다.
두겹 세겹으로 쌓인 눈은 한낮 햇살에도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산 밑 오두막에는 누가살까. 군불 지핀 아랫목에 앉아 오손도손 정담 나누는 노부부를 상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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