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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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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벽화 살다 살다 이렇게 이쁜 벽화는 첨 보네 꽃을 든 소년이 그렸을 거야
봄날 오후 6시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모양이다. 저온현상으로 느지막이 시작된 산촌의 봄이 4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지각생 뜀박질하듯 번개같이 온갖 꽃을 피우더니 연둣빛도 보여주지 않고 그냥 초록으로 치닫는다. 자연에도 질서가 있다. 꽃이 피고 지는 순서. 올봄은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5월의 첫날을 맞았다.
잘 먹고 잘 사는 법? "잘 먹고 잘 사는 법? 그거 별거 아니여. 건강하게 사는 것이 최고지." "겨울에는 청국장에 김치 하나만 있으면 짱~" "밥이 보약이여. 삼시세끼 잘 먹으면 그 보다 더 좋은 보약이 어딨어." 마을회관에 모인 어르신들이 점심 준비가 한창입니다. 함께 모여 식사하고, 웃고 떠들다 보면 금세 하루가 지나간다는 어르신들의 겨울 밥상에는 어떤 것이 오를까요. 하, 큼지막하게 자른 총각무가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구수한 청국장 냄새는 또 어떻고요. 거기에 생배추 찜까지... 직접 짠 들기름이 들어간 쌈장도 예술입니다. 사진부터 몇 장 찍고 어르신들 틈에 끼어 숟가락 하나 얻었습니다. 후식으로 봉다리 커피 한잔씩 마시고 부리나케 자리를 뜨는 어르신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건넌방으로 윷놀이하러 가십니다. 윷놀이 한..
사과꽃 따기(적화) 풍경 "한 알의 사과를 얻기 위해 봄부터 우리 어머니들은 그렇게 힘들었나 보다" 꽃샘추위 속에서 시작되는 전정(剪定) 작업부터, 품질 좋은 사과를 얻기 위해 꽃을 따주는 적화, 제초 작업에, 열매가 맺히기 시작한 뒤에도 적당히 따줘야 하는 적과 작업까지. 가을에 수확하기까지 끊임없이 손길을 필요로 한다. "애기 다루듯 해야 돼. 배고프면 울고 보채잖아. 사과도 똑 같아. 매일 가서 어루만지고 보듬어줘야 실한 사과가 열리지.” 사과 농사 20년 경력의 어르신 말씀이다. “할 일 없으면 시골 가서 농사나 짓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에 그런 생각을 갖고 농촌으로 간다면, 그 사람은 100% 망한다. 곁에서 지켜보면 농사만큼 어려운 일이 없는 것 같다. 육체적인 노동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나름의 기술과 ..
산빛, 봄물 들다 봄색이 짙어졌다. 산꽃이 피고, 지고. 연둣빛은 어느새 초록이 되어 간다. 빈 바구니 들고나간 어르신, 묵직한 바구니 들고 나타나신다. / 무주 설천면
오천마을 이야기 덕유산 자락 구량천변에 자리 잡은 오천(梧川)마을. 여우내, 또는 음지담으로도 불립니다. 40여 가구에 80여명이 거주하고, 그중 40대는 4명이랍니다. 대부분 7~80대 어르신들이 살고 계십니다. 오천마을 이야기책을 만듭니다. 주어진 시간은 한 달. 사람 중심이고. 골짜기에 얽힌 이야기, 산촌의 풍경과 소소한 삶의 흔적들을 담을 예정입니다. 오늘 첫 답사차 방문한 마을에서 처음으로 만난 어르신입니다. 베스트 드라이버십니다. “잠시만요!”했더니, “따라와!”하시길래 집으로 따라갔습니다.... “그나저나 사진은 왜 찍어?” “책에 사진 실어 드릴려고요.” “아이고 험해서, 이왕 찍을 거면 이쁘게 찍어 줘” "넹~" 일단 출발은 순조롭습니다.
4월에 내린 눈 무주에 내린 봄눈. 벚꽃, 산수유꽃, 매화, 진달래, 목련, 그리고 눈꽃이 함께 피었다.
장인의 손 "스무 살 때부터 가죽을 만졌어." 20년은 구두를 만들었고, 40년은 구두 수선을 하고 있다는 어르신. 한 평 남짓 되는 가게에서 60년 세월을 보냈다. 81세의 연세지만, 안경을 쓰지 않고도 눈곱만큼 작은 여러 종류의 못을 단박에 구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