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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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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골목, 안동 운흥동 벽화마을 안동 운흥동 벽화마을 다녀왔습니다. ‘2017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이 열리고 있는 행사장과 안동역을 사이에 두고 있는 마을입니다. 마을 앞으로는 천리천(川)이 흘러 홍수가 나면 하천이 범람해 침수되기 일쑤였던 저지대에 위치해 있습니다. 더구나 안동역과 접해있어 주거지역으로는 좋지 못한 환경입니다. 2012년 마을미술 프로젝트 공모에 당선된 지역 작가들이 안동 명소와 미로 찾기, 숨은그림찾기 등을 테마로 한 작품으로 운흥동 벽화마을을 조성했습니다. 이삭 대신 골프공을 줍는 ’밀레’의 같은 작가의 재해석이 담긴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화려하고 예쁜 다른 지역의 벽화와는 달리 지역실정에 맞는 작품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문난 벽화마을은 아니지만, 오래된 마을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미로 같은 ..
지금 가면 딱 좋습니다. 해인사 소리길 말문 닫고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걷는 ‘해인사 소리길’ 제대로 듣고자 한다면, 말문을 닫아야 한다. 그때서야 비로소 귀가 열린다. 허나 온갖 소음과 자기주장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말문을 닫고 귀를 열리게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소음의 공해에 묵직해진 어깨의 무게를 내려놓고 오로지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최적의 길이 여기에 있다. 그곳은 바로 가야산 ‘해인사 소리길’이다. 천년고찰 해인사를 품은 가야산(1430m) 최고봉은 상왕봉이다. 낙동강의 지류인 가야천의 발원지로 가을 단풍이 계류에 제 몸을 비춰 냇물이 붉은 빛을 띤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홍류동(紅流洞) 계곡을 품고 있다. 해인사 소리길은 이 홍류동 옛길을 복원한 길이다. 옛 사람들은 홍류동 계곡을 넘나들며..
영화 '남부군'에 등장하는, 장수 덕산계곡 트레킹 영화 ‘남부군’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 하나. 이현상 휘하의 빨치산 500명이 계곡에서 목욕하는 장면이다. 1년 만에 처음으로 옷을 벗고 물속으로 뛰어든 곳은 바로 전라북도 장수 장안산 군립공원 덕산계곡 용소다. 몰랐다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윗용소의 평범함에 비해 아랫용소는 우람한 물줄기가 쏟아지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소(沼)가 장관이다. 용소 아래 방화동에는 일찍이 휴양림이 들어서면서 오토캠핑장과 가족휴양촌, 산림문화휴양관과, 숲속의 집 등이 조성돼 있어 가족 피서지로 유명하다. 방화동 계곡을 따라 상류로 오르면 걷기 좋은 숲길이 이어진다. 장안산에서 흘러내린 덕산계곡의 울창한 원시림과 기암괴석이 하류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주차장에서 용소까지는 2.5㎞ 거리로 하늘을 가린 숲길은 가벼운 트레킹 ..
금성대군과 단종의 한(恨) 많은 고갯길, 고치령을 넘다. 경북 영주, 강원도 영월, 충북 단양 삼도(三道)가 만나는 십승지의 고장, 충북 단양군 영춘면 의풍리에서 영주시 단산면 좌석리까지 십승지 중 한 곳인 의풍리. 의풍 삼거리는 경북 영주와 강원도 영월, 충북 단양이 나뉘는 삼도 접경이다. 삼거리에서 길은 각각의 고장으로 이어진다. 대신 좁고 높고 험한 고갯길이다. 영월 쪽은 김삿갓 묘가 있는 좁고 긴 노루목 골짜기이고, 베들재를 넘으면 단양, 마구령과 고치령을 넘으면 영주 땅이다. 한때는 오지 여행 마니아들의 인기있는 걷기 코스였다. 지금도 여전히 좁은 길이지만, 대부분 포장이 되었고, 고치령의 단양 땅만 비포장길이다. 수없이 걸었던 길인지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왕이면 옛 모습을 조금이나마 만날 수 있는 고치령(古峙嶺, 770m)을 넘었다. 의풍 삼..
[충남 금산] 오롯이 나 홀로 걷고 싶은 당신, 금산 보석사로 가시라 절집 본래의 모습보다 숲길이 더 유명한 사찰이 있다. 오대산 월정사나 능가산 내소사 전나무 숲길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명소가 된지 오래이다. 몇 백 미터에 불과한 산사의 이 짧은 숲길들이 여행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이유는 뭘까. 제대로 된 숲길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산사의 고즈넉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포장도로와 생뚱맞은 거대한 구조물들은 오히려 여행자들의 외면을 받기 마련이다. 없다 보니 남은 숲길이 귀한 대접을 받을 수 밖에. 보석사 전나무 숲길은 200여 미터에 불과하지만 좁은 진입로에 빽빽이 들어찬 전나무가 인상적이다. 유명 사찰에 비해 조금은 덜 번잡하다. 평일이라면 고요한 산사의 정취를 즐기기에 더 없이 좋다. 보석사 숲길은 봄에는 연둣빛 신록, 가을에는 은행나무 단풍길이..
괴산을 걷다! 느티나무의 고장 괴산! 괴산의 속살을 만나다. 괴산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빼어난 명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중부내륙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까지만 해도 교통의 오지였기 때문이다. 현재 괴산 최고의 명소는 단연 ‘산막이 옛길’이다. 산막이 옛길은 충북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사오랑 마을에서 산골마을인 산막이 마을까지 연결됐던 총 길이 4km 정도의 옛길을 따라 만든 산책로이다. 지난 한 해 방문객이 150만 명이었다니, 대단한 인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번 괴산 걷기의 주제는 산막이 옛길이 아니다. 워낙 유명하니까 접어두자는 얘기. 먼저 괴산읍내로 향했다. 그 지역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곳이 읍내이기 때문이다. 가장 괴산다운, 괴산의 모습을 만나러 간다. 괴산 움..
따뜻한 봄날 걷고 싶은 길, 여덟 곳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체는 동면을 한다. 사람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런 이유로 봄은 생명의 계절이다. 긴 겨울 축적 된 기운을 모아 새순을 돋고, 꽃을 피운다. 사람은, 가슴을 열고, 오감으로 대지의 힘찬 기운을 받아들인다. 문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욕구가 넘쳐나고, 움츠린 어깨와 굳은 몸에 생기가 돈다. 자연과 가장 가까이 마주하는 방법으로 걷기만큼 좋은 수단이 또 있을까. '걷기'의 의미는 죽자 사자 이를 악물고 걷는 고행의 길과는 다르다. 굳이 거리와 시간에 의미를 부여할 이유도 없다. 보고 싶은 만큼, 걷고 싶은 만큼만 걸으며 자연과 호흡하면 되는 것이다. 오래 묵을수록 좋은 것들이 많다. 길도 그렇다. 사람의 발자국을 먹고 자란 옛길은 발바닥으로 전해져 오는 감촉이 다르다. 길에서 향기가 난다..
사람을 만나고, 자연과 하나되는 트레킹의 매력 금강변 마실길 2코스, 잠두마을에서 서면마을까지 7.2km 요즘 걷기가 대세다. 아니 열풍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걷기 관련 상품이 봇물을 이루고, 한집 건너 아웃도어 용품 전문점이 들어서 있다. 2층을 올라가는데도 엘리베이터를 타던 사람들까지 걷기에 열광한다. 그 이유가 뭘까. ‘걷기’에는 절차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배낭 하나 둘러메고 떠나면 그만이니까. 복잡한 요즘 세상에 참 단순하기 그지없는 여가생활 아닌가. 바로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걷기에 열광한다. 등산을 즐기던 이들까지 합세해 이젠 온 나라가 거대한 하나의 길로 연결되었다. 등산보다 ‘걷기’에 더 매력을 느낀다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등산과 걷기의 차이는 뭘까. 등산은 수직이동이다. 정상을 향해 오르는. 그에 반해 걷기는 산 아랫도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