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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괴산을 걷다!

by 눌산 2017.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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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의 고장 괴산! 괴산의 속살을 만나다.

 

괴산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빼어난 명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중부내륙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까지만 해도 교통의 오지였기 때문이다. 현재 괴산 최고의 명소는 단연 산막이 옛길이다. 산막이 옛길은 충북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사오랑 마을에서 산골마을인 산막이 마을까지 연결됐던 총 길이 4km 정도의 옛길을 따라 만든 산책로이다. 지난 한 해 방문객이 150만 명이었다니, 대단한 인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번 괴산 걷기의 주제는 산막이 옛길이 아니다. 워낙 유명하니까 접어두자는 얘기. 먼저 괴산읍내로 향했다. 그 지역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곳이 읍내이기 때문이다. 가장 괴산다운, 괴산의 모습을 만나러 간다.

 

 

괴산 움직이는 농부시장 '문전성시'
괴산 사회적기업·마을기업협의회 주최로 매달 첫째, 셋째주 토요일 AM 10:00 ~ PM 5:00 괴산군민가마솥앞에 열린다.

소농이 주를 이루는 괴산지역 농민들의 농가소득 창출과 새로운 지역관광자원 개발 일환으로 시작했다. 신선한 제철 농·특산물과 먹거리 그리고 농가에서 직접 제작한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괴산 군내 25여 농가가 참여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로컬 푸드 매장인 셈이다.

 

괴산 고추유통센터 광장에 있는 지름 5.68m, 높이 2.2m, 둘레 17.8m, 두께 7에 달하는 대형 가마솥이다. 괴산군이 2005년 세계 최대 조리 기구를 만들겠다며 51000만원을 쏟아 부어 제작했다. 당시 수천 명의 밥을 한 번에 지을 수 있다며 성금 모금과 고철 모으기 군민 운동까지 벌였다는 웃지 못 할 사연도 있다. 그러나 정작 솥이 너무 커 밥을 지을 수 없었고, 호주의 질그릇이 이 가마솥보다 더 큰 것이 확인돼 기네스북 등재마저 실패했다. 이 어마 무시한 솥은 감자와 옥수수 몇 번 삶은 게 전부다. 솥이 워낙 크고 두꺼워 밥을 지을 수 없었다는 얘기.

 

 

 

군민 가마솥 광장에서 괴산군청 방향으로 200m 거리에 있는 홍범식 고택’. 조선 중기 중부지방 양반 가옥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홍범식 고택'1910829일 경술국치에 강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순국열사 홍범식 전 금산군수(1871~1910)가 태어난 곳으로 문화재청에 등록된 명칭은 '괴산동부리고가'로 되어 있고 고택앞 안내판에는 '일완 홍범식고택'으로 표기되어 있다.

 

괴산대교를 건너 읍내로 향한다. 중심도로인 읍내로. 입구에는 산막이 시장이 있다. 시장 이름까지 바꿀 정도의 산막이 옛길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주요 상권이 밀집돼 있는 중심도로다 괴산읍은 20161231일 기준 인구 10,127면의 소읍(小邑)이지만, 활기가 넘친다. 식사를 위해 찾은 식당 아주머니 왈, 이유는 인근 대학생들 때문이란다. 30년 미용실을 운영하다 3년 전 식당으로 전업했다는 아주머니는 학생들 아니면 상권 다 죽었지하신다.

 

괴산의 는 회화나무 ()‘ 자를 쓴다. 그런 의미에서 느티나무와 관련이 있다. 괴산 군내 산재해 있는 느티나무만 답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먼저 읍내 느티나무를 만나러 간다.

괴산도서관 앞 괴산군 지정 보호수 제1호 느티나무, 수령이 약 800년이다.

 

 괴산군 지정 2호 보호수는 괴산경찰서 내에 있다. 수령은 약 500년이다.

 

 

충북유형문화재 제163호인 괴산도서관 맞은편 골목에 있는 동헌. 괴산 현감(縣監)이 집무를 보던 동헌으로 조선 초기에 건립된 것으로 일제강점기 이후에는 관청으로 사용되었고 괴산군 엽연초 생산조합(葉煙草生産組合)의 관사로도 쓰였다.

 

 

괴산(槐山). 언뜻 듣기에는 괴이한 산이 많은 곳이라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괴산의 는 회화나무 괴(), 즉 느티나무를 지칭하는 것이다. 조선시대 최고 행정기관인 의정부를 지칭하는 괴부(槐府), 왕궁을 뜻하는 괴신(槐晨), 외교문서를 관장하던 승정원을 괴원(槐阮)이라 부른 것 등을 보면 ''자는 아무렇게나 쓰이는 글자가 아니었음을 알 수가 있다. 어느 분야 혹은 인물이나 지명 등 으뜸이 되는 의미로 쓰인 것이다.

괴산이 왜 느티나무의 고장이 되었는지는 지명유래를 보면 알 수 있다.

신라의 삼국통일 무렵 가잠성을 지키다 순사한 찬덕장군의 공을 기리기 위해 김춘추가 하사한 괴산의 옛 이름인 괴주(槐州)가 이후 지금의 괴산(槐山)으로 불리게 된다. 이 지역은 삼국시대 접경지대로서 백제와 신라 고구려 사이에 충돌이 잦았던 곳이다. 신라 진평왕(眞平王) 28(606)에 신라장수 찬덕(讚德)이 가잠성을 지키고 있을 때 백제의 대군이 침입 백여 일을 포위 공격하여 성은 완전히 고립되는 바람 앞에 등불 같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신라에서 여러 번 원군을 보냈으나 그 때마다 번번이 패하게 되고 성안은 식량과 물이 떨어지고 군사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성주인 찬덕이 의롭게 싸우다 죽을 것을 역설하였으나 군사들은 항복하여 목숨을 보존하길 원하였다. 찬덕은 운명이 가까워 온 것을 깨닫고 "너희들은 내가 죽은 후에 항복하라. 나는 죽어 귀신이 되어 백제 놈들을 잡아갈 것이다."라고 외친 뒤 앞의 느티나무에 머리를 들이받고 장렬하게 죽었다. 후에 이 소문을 들은 김춘추(金春秋)는 찬덕장군의 높은 뜻을 기리기 위해서 가잠성을 '괴주(槐州)'라 부르게 하였다. 이것이 지금의 괴산(槐山)이라 부른 유래라고 전해진다

느티나무로 괴산의 상징이자 자존심이다.

현재 괴산군에는 수령 100년 이상 된 느티나무만 해도 100그루가 넘고 300년 이상 된 느티나무도 50그루가 넘는다. 이 중 1996년에 천연기념물 382호로 지정된 장연면 오가리 우령마을 느티나무가 단연 최고다. 느티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경우는 전국에 19그루가 있는데 우령마을 느티나무는 충북에서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수령이 900년 가량이고 위(상괴목) 아래(하괴목) 두 그루 외에도 한 그루가 더 있어 마을 사람들은 삼괴정이라 부른다.

 

천연기념물 382호로 지정된 우령마을 하괴목

 

상괴목은 키가 25m, 가지 폭이 26m, 가슴 높이의 줄기 둘레가 8m다. 하괴목은 키가 19m, 가지 폭이 22m, 가슴 높이의 줄기 둘레가 9.4m로다.

 

괴산읍 검승리 괴강관광지에 있는 괴산농업박물관. 규모에 압도되어 들어가지 않았다. 관련기사를 검색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온통 문제투성이다. 수억 원을 주고 구입한 유물이 창고에 방치돼 있다는 둥....

 

 

괴강관광지에 있는 괴강 캠핑장

 

괴산 송덕리 동제장(洞祭場)

충청북도 괴산군 장연면 송덕리에 전해오는 민속신앙 성격을 띤 마을 제사로 예부터 전해오는 풍수신앙과 탑 숭배 신앙이 잘 드러난 점에서 역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2013년 충청북도 민속 문화재 제22호로 지정받았다. 마을 주민들은 느티나무에서 서낭제를 지냈고, 매년 음력 정월 초하루에는 느티나무 맞은편에 있는 오층석탑 앞에서 마을의 평화를 기원하는 산신제를 지냈다.

 

느티나무와 마주보고 있는 석탑. 고려시대 일명사 경내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나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

 

괴산읍 검승리에 있는 성불산 산림휴양단지로 향한다. 1년 전 개장한 이곳에는 자연휴양림, 생태공원, 도덕산생태숲, 미선향테마파크, 산림문화휴양관, 세미나실, 한옥체험관 등 시설이 있다. 숙박용 시설과 캠핑장이다. 매달 5일 오전 9시부터 휴양단지 홈페이지에서 당월 예약을 시작하는데, 10초면 모든 주말 객실 예약이 완료될 만큼 인기가 있단다.

 

성불산 산림휴양단지에서는 제2회 미선향축제(331~42)가 열리고 있다. 지난 주말 기준, 야외에는 꽃이 피지 않았다. 이번 주말(48)이 적기로 보인다. 꽃이 피면 2주일 정도는 볼 수 있다고 한다.

 

 

 

실내 분재 전시장. 향이 얼마나 강한 지 현기증이 날 정도다.

 

미선나무는 열매의 모양이 전통부채의 일종인 미선(尾扇)을 닮아서 붙여졌다고 한다. 꽃은 멀리서 보면 개나리를 닮았다. 대신 미선나무 꽃은 개나리와는 다르게 향이 강하다.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우리나라 특산이라서 미선나무 자생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괴산 장연면 송덕·추점리와 칠성면 율지리 등 3곳과 충북 영동, 전북 부안 등 전국 5개 미선나무 군락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괴산군 칠성면 쌍곡리 쌍곡계곡 일대에서도 미선나무 꽃 축제가 열렸다. 성불산 휴양단지보다 쌍곡리 일대 개인 농원에 잘 가꾸어진 미선나무 정원이 더 볼만 하다. 마을 주민들이 주축이 된 이 축제는 주로 미선나무 묘목 판매가 이루러진다.

 

 

성불산이나 쌍곡리 일대 축제장이 인위적으로 가꾸어 놓은 곳이라면, 송덕리 미선나무 자생지는 야생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지난 주말 기준 개화가 안 된 상태였다. 역시 이번 주말 정도면 개화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괴산 걷기는 느티나무 답사가 목적이었다. 미선나무 꽃향기에 취해 시간을 허비하다 보니 계획했던 느티나무를 다 만나지 못했다. 대표적인 장연면 오가리 우령마을 천연기념물 느티나무와 괴산경찰서, 괴산 도서관 느티나무는 만났고, 괴산읍 대덕리 애한정 앞 세 그루의 느티나무, 인산리 역고개 느티나무, 감물면 구월리 느티나무, 청안면 백봉2리 손동마을 느티나무 등은 만나지 못했다. 요즘 한창 나무에 물이 오르기 시작하는 시기이긴 하지만, 연둣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5월 초순경이 느티나무 답사시기로는 최적이다. 봄빛에 빛나는 찬란한 고목의 자태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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