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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기640

장인의 손 "스무 살 때부터 가죽을 만졌어." 20년은 구두를 만들었고, 40년은 구두 수선을 하고 있다는 어르신. 한 평 남짓 되는 가게에서 60년 세월을 보냈다. 81세의 연세지만, 안경을 쓰지 않고도 눈곱만큼 작은 여러 종류의 못을 단박에 구분한다. 2018. 3. 11.
春雪 지난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날씨가 한 달 가까이 지속되고, 한낮에도 영하의 날씨가 계속됐으니.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라고 하지만, 좀 심했다. 허나,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다. 절기 얘기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새싹이 움을 틔우기 시작한다는 경칩 날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무지막지한 봄눈이 내렸다. 산촌에 사는 사람들은 봄눈을 무서워한다. 무거운 습설에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긴 겨울 동안 얼어붙었던 땅이 녹으면서 지반의 흔들림으로 인한 재해를 겪기도 한다. 대신 봄눈은 순식간에 녹아 흐른다. 그래서 산골에는 봄 홍수라는 말이 있다. 눈 녹은 물이 여름 홍수 못지않게 계곡은 넘쳐흐른다. 겨울을 아쉬워하는 마음이지, 봄을 재촉하는 마.. 2018. 3. 11.
벽화 인생은 꽃잎실은 강물처럼 흘러만 간다네 / 무주 도소마을 / LG V10 2018. 2. 23.
이 계절에는 그곳이 그립다. 『필자는 꽤 오랜 시간 오지여행가란 이름으로 살았다. 오지를 여행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는 일이다. 오지 마을을 찾아가는 길 자체가 트레킹 코스였고, 옛길이었다. 자동차가 갈 수 있는 길이 없으니 걸어갈 수밖에 없는 환경, 전기도 전화도 없는 곳, 이 땅의 오지는 그런 곳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자동차도 간다. 전기, 전화는 물론이고, 스마트폰으로 소통한다. 과거, 오지라고 할 수 있었던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촌은 사라졌다. 대신,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생활 문화다. 현대 문명의 혜택은 받고 살지만, 자연에 순응하며, 초자연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원고가 넘쳐 날려 버린 내용이다. 주제는 삼(三)둔 사(四)가리. 인제군 기린면과 홍천군 내면 일대에 걸.. 2017. 11. 11.
길 위에서 만난 가을 가을이 깊었다. 무서리에 여름내 그 기세등등하던 풀이 죽고, 칡넝쿨이 누렇게 타 들어간다. 붉은 단풍잎은 한순간이 마른 낙엽이 되어 날린다. 이제, 먼 산 골짜기 이깔나무 차례다. 산자락 한구석을 노랗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화려한 날 보내고, 겨울을 기다린다. 2017. 11. 8.
적상산 서창 마을, 10번째 가을 무주 적상산 서창 마을, 10번째 가을. 이즈음이면 완전한 가을빛이어야 하는데, 예년에 비해 늦다. 가을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 2017. 10. 27.
가을, 좋다 진득한 사람이 좋다. 콤비네이션보다 치즈피자가 좋고, 독주로 한방에 가는 것보다 부드럽게 새벽을 맞는 게 좋다. 수다보다 잡담이 좋고, 형광등보다는 백열등이 좋다. 단풍도 화려한 색감보다 이런 은은한 빛깔이 강렬하다. 인생은? 좀 찐하고 화려해도 나쁘지 않겠다. 2017. 10. 25.
가을걷이, 농부의 웃음, 농부의 푸념 “아이고 허리야, 인자 힘들어서 농사도 못 지것어. 아~들 주려고 허는 거지 나 묵을라고는 안 허지.” “남는 것도 없어. 인건비나 나오려나. 허허” “농부는 걷어 들이는 재미여. 이런 재미 없으면 농사 못 져.” “해가 좀 반짝 났으먼 쓰것 그만. 그래야 바싹 마르지.” 농부의 손놀림이 바쁘다. 막바지 수확의 기쁨도 잠시, 3년 묵은 도라지를 밭떼기로 대전 도매상한테 넘겼다는 농부는 농자재값, 인건비 빼고 나면 남는 것도 없단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싸다는 소리 나오고, 농부 입장에서는 너무 싸다 한다. 유통 과정의 문제라는데. 뭔가 잘못돼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뼈빠지게 고생하믄 그 대가는 나와야 할 거 아니여, 근디 안 나와. 인자 팔 것은 안 허고 아~들 하고 우리 묵을 거나 좀 해야 쓰것어.. 2017. 10. 16.
꽃보다 잎, 벚나무 단풍 땅바닥에 동전 잎이 떨어져 있다. 붉게 물든 벚나무 이파리가 그렇게 보입디다. 오백 원짜리 동전을 발견한 것보다 더 기분이 좋습디다. 덕유산에서 내려와 잠시 쉬는 데 땅바닥에 쫘악 깔린 벚나무 이파리가 눈에 띈다. 벚나무는 나무 중에 가장 먼저 꽃이 피고, 단풍이 든다. 단풍나무 못지않은 사랑을 받는 이유다. 큼지막한 이파리에 노랗고 붉은 물이 든 벚나무 가로수길도 나름 유명세를 치르는 이유다. 벚나무 이파리를 보고 있자니, 오래전에 정선에서 만난 어르신 생각이 났다. 탄가루 날리던 비포장도로를 타고 한참 들어갔더니 산비탈 옥수숫대 너머로 듬성듬성 몇 가구의 집들이 있었다. 요즘은 레일바이크로 유명해진 구절리 안쪽 한터마을 얘기다. 그곳에서 마른 옥수수를 탈곡하던 어르신 왈, “수달래 피는 이 골짜기를 .. 2017.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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