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꽤 오랜 시간 오지여행가란 이름으로 살았다. 오지를 여행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는 일이다. 오지 마을을 찾아가는 길 자체가 트레킹 코스였고, 옛길이었다. 자동차가 갈 수 있는 길이 없으니 걸어갈 수밖에 없는 환경, 전기도 전화도 없는 곳, 이 땅의 오지는 그런 곳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자동차도 간다. 전기, 전화는 물론이고, 스마트폰으로 소통한다. 과거, 오지라고 할 수 있었던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촌은 사라졌다. 대신,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생활 문화다. 현대 문명의 혜택은 받고 살지만, 자연에 순응하며, 초자연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원고가 넘쳐 날려 버린 내용이다.
주제는 삼(三)둔 사(四)가리. 인제군 기린면과 홍천군 내면 일대에 걸쳐 있는 일곱 군데 마을을 일컫는 말이다. 오지 여행 마니아들로부터 성지 대접을 받을 만큼 한때는 우리나라 오지(奧地)의 대명사였다.
...26년 전, 그곳에 첫 발을 내디딘 후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무엇이 좋고, 무엇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그곳에서 얼레지를 처음 만났고, 쏘주 댓병으로 병나발을 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난 그곳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팔자인 모양이다. 그곳 때문에 웃고 울던 날들이 너무 많았다. 이제는 좀 잊고 살 만도 한데 나는 여전히 그곳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날들을 그곳 이야기로 채워나갈지 모를 일이다.
이 계절에는 그곳이 그립다.
사진, 2008년 10월 진동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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