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무주산골영화제 메인스테이지는 등나무운동장입니다. 대개는 공설운동장이라 부르지만 무주에는 어디에도 없는 등나무운동장이 있습니다.
등나무운동장은 1996년부터 10여 년 동안 무주에서 30여개의 공공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고 정기용 건축가의 작품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당시 군수와 건축가의 공동작품입니다. 당시 군수가 심어 놓은 240여 그루의 등나무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조물을 세워 지금이 등나무 그늘을 만든 것입니다.
얘기는 이렇습니다. 당시 군수는 “높은 사람들은 본부석 그늘에 앉아 있고, 주민들은 땡볕에서 벌선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공설운동장에 등나무 240여 그루를 심었습니다. 고 정기용 건축가는 평범한 발상이지만 군수가 주민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라는 사실에 감동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그림자 프로젝트’입니다. 군수가 거의 다 설계해 놓은 것에 자신이 한 일은 군수의 말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번역해 낸 것뿐이라고 했습니다. 고 정기용 건축가는 자신의 저서인 ‘감응의 건축’(2008)에서 ‘등나무운동장은 무주에서 10여 년 동안 한 일 중 가장 인상 깊고 감동적이며 필자를 많이 가르치게 한 프로젝트다’라며 ‘서울에는 상암월드컵경기장이 있고 무주에는 등나무운동장이 있다’라고 소개하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오늘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등나무운동장에서 보냈습니다. 하루종일 등나무운동장에는 영화제 관람을 위해 전국에서 찾아 온 청년들로 북적였습니다. 5월 초에 보랏빛 등꽃이 만발했던 운동장에 그보다 더 화사하고 향기로운 사람 꽃으로 가득했습니다. 무주생활 11년 만에 이렇게 많은 청년들을 보게 된 것은 처음입니다. 덕분에 오랜 시간 담아 두었던 옛이야기처럼 등나무운동장의 가치를 생각해보는 하루였습니다.
5일 개막한 제7회 무주산골영화제는 오는 9일까지 무주읍 예체문화관과 산골영화관(반디 · 태권관), 등나무운동장, 지남공원, 덕유산국립공원, 향로산자연휴양림, 무주전통생활체험관, 무주전통문화의 집 등 9개 상영관(25개국 101편의 영화 상영)을 중심으로 개최됩니다. 한국영화장편영화 경쟁부문인 ‘창’섹션에서는 동시대 최신 한국독립영화를, ‘판’섹션에서는 국내 · 외 최신 개봉작과 개봉 예정작, 고전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락’섹션에서는 영화와 라이브 연주(& 무성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숲’섹션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낭만적인 야외상영장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는 덕유산국립공원 대집회장 상영합니다. 무주가 가지고 있는 문화콘텐츠를 영화와 결합한 마을로 가는 영화관(향로산 자연휴양림)‘길’ 섹션에서는 “별밤소풍(별자리 찾기 + 영화상영)‘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뮤지션들이 참여하는 산골콘서트를 비롯해 산골공방과 산골미술관, 산골책방, 산골소풍(반딧불이 신비탐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펼쳐질 예정입니다. 모든 영화와 공연은 무료입니다.
개막식과 야외상영을 하는 무주 등나무운동장에는 산골콘서트와 산골책방 등이 있는 하이브로우 존 낭만스테이지가 있습니다. 등나무운동장의 멋스러운 등나무 그늘과 함께 한낮 더위를 시키며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7회 무주산골영화제 홈페이지 www.mjf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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