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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휴앤정 곽희섭 대표

"저 나무가 저 자리에 서 있었던 시간이 백 년 가까이 됩니다. 이 땅의 주인인 셈이지요."

 

안성면소재지에서 덕유산IC 방향으로 가다보면 하이목 마을 입구 눈에 띄는 현대식 건물이 있다. 곽희섭 대표가 40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 지은 카페 휴앤정이다. “이런 시골에! 카페라니!” 우선 규모에 놀라고, 멋진 실내 분위기에 두 번 놀란다.

쉴 휴(), 머무를 정()을 써서 편안하게 쉬어가라는 의미로 휴앤정라는 간판을 걸었습니다. 이런 시골에도 번듯한 문화공간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답니다.”

대도시 근교에서나 볼 수 있을 멋진 카페를 운영하는 곽희섭 대표는 안성면이 고향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유학을 갔다. 서울에서 직장생활과 사업을 했고, 갑자기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카페 옆 한옥은 60년 된 곽희섭 대표의 본가다. 서울에 살면서도 장손이라 1년에 몇 번씩 다녀갔다. 편찮으신 어머니를 여동생이 잠시 모시고 있었는데, 동생이 결혼을 하게 되면서 서울생활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예기치 못했던 일이다. 20164월에 내려와 카페 건물을 짓고 1224일 문을 열었다.

카페와 한옥 본가 마당의 고목이 된 밤나무와 살구나무가 인상적이다. 조경업을 하는 곽 대표의 나무 사랑은 상상 이상이다. 한옥 옆에 카페를 지으면서 고목을 살리기 위해 건물을 비켜 지었다. “저 나무가 저 자리에 서 있었던 시간이 백 년 가까이 됩니다. 이 땅의 주인인 셈이지요. 사람은 잘 살아야 백 년입니다. 나무는 그 몇 배는 더 이 땅을 지킬 것입니다. 그래서 나무를 키웁니다. 나무는 땅을 빛나게 하고, 그 땅에 들어 선 집을 돋보이게 하기 때문입니다.” 한옥에 대한 애정 또한 넘쳐 본가를 들어 옮기는 엄청난 작업도 했다. “폭우에 침수된 집을 살리기 위해 한옥을 그대로 들어 올려 높였습니다. 한옥은 한 세대로 끝나지 않고 다음 그 다음 세대까지 물려 줄 우리의 문화유산이니까요.”라며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지난 가을 뜨락콘서트란 이름의 작은 음악회를 기획했는데, 연주자들 사정 때문에 연기가 됐어요. 1년에 한번 정도는 지역 어르신들을 모시고 음악회를 열 생각입니다. 차를 마시는 공간이지만, 문화가 있는 지역 명소로 만드는 게 제 꿈입니다.”

건물을 짓고 마을 주민들을 초대해 마당에서 작은 잔치를 벌였다. 식사 대접 정도지만, 즐거워하는 어르신들을 보며 지역 문화 공간으로 자신의 집을 기꺼이 내 줄 생각이다. 볕 좋은 날을 택해 뜨락 콘서트부터 열 계획이다. 곽 대표가 꿈꾸는 지역의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무주 카페 휴앤정

전북 무주군 안성면 원통사로 10

 063-3622-858

·사진 눌산

 

2017 무주 안성면 소식지 안성애인(愛人)

Posted by 눌산

 

 

 

반원형으로 크게 휜 골짜기가 영락없는 활 모양이다. 그래서 지명도 궁대(弓垈)다. 덕유산 서쪽 사면 아래 큰 분지인 무주 안성면 소재지에서도 십리 가량 떨어진 외진 골짜기. 어제 오늘 한낮 기온이 좀 높긴 했지만, 마을에 들어서면 몸으로 느껴질 만큼 포근하다. 좀 높은 지형에 올라 내려다보면 큰 분지 안에 또 하나의 작은 분지가 들어 앉아 있는 모양새다. 그럴 수밖에. 바람을 막아주고 볕을 오래 머무르게 하는 지형 덕이다. 궁대마을에는 13가구, 30여 명의 주민이 산다. 대부분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다. 마을 이장 말로는 다른 마을에 비해 장수 노인이 많다고 했다.

 

 

 

우연히. 궁대마을에서 열아홉에 시집와 평생을 사셨다는, 92세 되신 어르신을 만났다. 말씀도 잘 하시고, 듣는 것도 무리가 없다.

“여그는 우리 조카집이여. 저 몬당에 있는 파란 지붕이 우리 집인디 마당에서 본께 조카며느리 혼자서 꼼지락거리고 있드라고. 손 좀 거들어 줄라고 왔어. 낼 김장헌다고 파 좀 다듬어 주고 마늘 까.”

“구십 둘이여. 울 영감도 삼년 전 구십 둘에 갔는디. 나는 아직 멀었것지? 영감이 데리러 오먼 몰라도.”

“큰배골 알아? 고방리 지나서. 거기서 가마 타고 시집왔어. 근디 시집올직에 저 안성재에 신작로를 낸다고 큰 소낭구들을 베 제쳐 놨더라고. 가마꾼들이 심들어 못 간다고 걸어가라대.”

 

 

 

“그때는 열아홉이믄 노처녀여. 열여섯에도 가고 그랬는디.”

“안성으로 시집가믄 보리밥 안 묵는다고 해서 왔는디, 웬걸 배골 보다 못햐. 근디 그때는 이타저타 말이라도 함부로 해깐디. 보리밥이라도 묵고 산 것이 다행이여.”

“근디 장가는 갔소? 간 것도 같고 안간 것도 같고...”

말씀도 잘 하시고, 귀도 밝고, 눈까지 밝은 어르신, 오래오래 사십시오.

Posted by 눌산

 

 



“아이고 허리야, 인자 힘들어서 농사도 못 지것어. 아~들 주려고 허는 거지 나 묵을라고는 안 허지.”
“남는 것도 없어. 인건비나 나오려나. 허허”
“농부는 걷어 들이는 재미여. 이런 재미 없으면 농사 못 져.”
“해가 좀 반짝 났으 쓰것 그만. 그래야 바싹 마르지.”


농부의 손놀림이 바쁘다. 막바지 수확의 기쁨도 잠시, 3년 묵은 도라지를 밭떼기로 대전 도매상한테 넘겼다는 농부는 농자재값, 인건비 빼고 나면 남는 것도 없단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싸다는 소리 나오고, 농부 입장에서는 너무 싸다 한다. 유통 과정의 문제라는데. 뭔가 잘못돼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뼈빠지게 고생하믄 그 대가는 나와야 할 거 아니여, 근디 안 나와. 인자 팔 것은 안 허고 아~들 하고 우리 묵을 거나 좀 해야 쓰것어."

농부의 푸념 섞인 말 한마디 한마디에 씁쓸하다. 농부는 수확의 기쁨을 맘껏 누려야 한다. 농부가 웃어야 도시도 웃는다.

10월 15일 무주 안성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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