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는 지금 얼레지철이다. 그렇다고 아무데서나 만날 수 있는 흔한 꽃이 아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봄의 첫 손님치고는 대단히 화려하고 요란한 몸짓으로 산중의 분위기를 휘어잡는다.
얼레지를 만날 수 있는 3월이 가장 행복하다. 섬진강의 매화나 산수유꽃도 있지만 아직. 매마른 낙엽만이 나뒹구는 깊은 산중 한가운데 저리도 화려하고 요염한, 청순미 가득 넘쳐흐르는 얼레지를 만나는 일이 어디 흔한 일이겠는가.
알록달록한 모양새가 이파리부터가 일반적인 식물들과 다르다. 봄의 전령답게 얼레지는 이른 봄 나무에 잎이 나오기 전 꽃이 피었다가 잎이 나올 무렵이면 열매를 맺고 생을 마감한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뿌리가 아주 깊이 박혀 있다.
강원도 지방에서는 묵나물로도 먹는데 뿌리가 깊어 나물을 뜯을때 줄기부분만 '뽕' 소리를 내며 빠진다. 나물 뜯는 아주머니들이 우스갯소리로 얼레지를 '뽕나물'이라 불러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자줏빛 이파리가 낙엽을 뚫고 올라 온다.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낙엽에 덮여 처음에는 보이지 않지만 애기 손바닥만해질 무렵이면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자줏빛은 점점 녹색으로 변하며 꽃잎을 서서히 드러낸다.
산중에는 아직 겨울의 흔적이 그대로이지만 이파리가 활짝 열리면서 곱게 들어 앉은 얼레지의 꽃봉우리가 탄생한다.
따스한 봄기운에 얼레지는 부지런히 잉태의 순간을 맞게 된다. 여섯장의 꽃잎이 톡톡 터지는 순간. 새생명은 탄생한다.
얼레지를 처음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양식물이 아닐까 할 정도로 꽃은 크고 화려하다. 이른 봄 피어나는 꽃이기에 더욱 그렇다. 강원도 산을 즐겨 찾는 이라면 이 얼레지에 대한 각별한 사랑이 있다. 언뜻보면 요염한 여인의 자태가 느껴지기도 하고 수줍은 소녀의 청순함이 묻어나기도 한다. 산중 한가운데서 만난 이런 미모의 여인 앞에 어느누가 감동하지 않을까.
대부분 자줏빛이지만 아주 가끔은 순백의 얼레지도 만날 수 있다.
꽃이 시들어가는 모습
꽃이 지고 나면 씨가 맺힌다.
얼레지의 생은 짧다. 하지만 이른 붐 산중의 주인으로. 봄의 전령으로 역활을 톡톡히 해낸다. 소리 소문없이 다가와. 떠날때도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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