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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이야기

무주 마실길, 산 넘고 물 건너 장보러 가는 길

by 눌산 2012.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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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에 마실길이란 이름의 길이 두 군데 있습니다. 하나는 금강 마실길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백두대간 마실길입니다. 이 두 길은 무주 읍내에서 만난 결국은 하나로 이어집니다.

백두대간 마실길은 '언제나 봄날'이 있는 서창마을을 지나 갑니다. 서창마을에서 읍내까지 4시간 거립니다. 아주 옛날에는 이 길을 걸어 장을 보러 다녔습니다. 아마도 먼 동이 틀 무렵 출발하면 어둠이 내려야 집에 돌아왔을 겁니다. 걷는 거리만 왕복 8시간 거리니까요.

명절을 하루 앞둔 날 그 기분 좀 내보고 싶어 읍내까지 걸어봤습니다. 그리고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봐, 돌아오는 길을 차를 타고 왔습니다.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작은 카메라와 보온병, 커피만 챙겨 집을 나섭니다.
 




며칠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길에는 눈이 다 녹고 없습니다. 간밤에 내린 눈이 적상산만 하얗게 덮고 있습니다.





출발은 임도라 평탄한 길입니다. 오동재 넘는 코스가 가장 힘들죠. 유일한 고개니까요. 이 쯤이 딱 중간입니다.





고개를 넘어서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응달이 많아 아직 눈이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오동재를 넘기 전 깜짝 놀랄 일이 있었습니다. 갑자기 사냥개 10여 마리가 우르르 뛰어 내려오는 겁니다. 순간 멧돼지 무리로 알고 도망 칠 궁리를 했죠. 알고보니 사냥개였습니다. 개들은 피투성이가 되어 씩씩거리고 있었습니다. 뒤이어 개 주인이 나타나고, 연유를 물어보니 멧돼지 사냥을 하고 오는 길이랍니다. 처참한 개들을 보니 가고 싶은 맘이 뚝 떨어집니다. 돌아갈까 하다 혹시라도 멧돼지를 만나면 한판 붙어보지 뭐, 하는 심정으로 계속 갔습니다. 결국은 안 만났죠.^^





오동재를 넘어가면 길이 갑자기 사라집니다. 지난 번 포스팅에도 설명했지만 한마디로 개판입니다. 만천하에 무주 마실길이라고 알려 놓고는 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는 것이죠. 이 곳에서 초행길이라면 절대 못찾아갑니다. 눌산은 그냥 감으로 길을 찾아 갔습니다.





이 길은 산림 간별작업을 하면서 새로 닦은 것으로 보입니다. 적당히 눈이 쌓여 있어 걷기에는 오히려 좋습니다.

무주 읍내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3시간 40분.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장작더미 위에서 놀던 야옹이가 갑자기 뛰어 내려옵니다.
어디갔다 왔어?
장 보러 갔다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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