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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로 1시간만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봄빛이 완연한데,
무주의 봄은 아직 이르다.
오늘밤에는 눈 예보도 있다.
아침 저녁으로는 벽난로를 피워야 할 만큼 바람도 차다.
그러고보면 대한민국 땅 좁은게 아니다.
강원도 인제 골짜기에는 아직 잔설이 가득하단다.
덕유산에도 아직 눈이 가득 쌓였다.
그 눈 다 녹을려면 이달 말은 되야겠지.
"올해는 꽃이 많이 늦네요."
"아니여, 윤달이 끼서 그러지 늦은게 아니여."
그렇구나.
음력으로 따지면 오히려 빠른거구나.
세상 사람들은 각자의 기준으로 따지니 그럴수밖에.
날짜로만 보면 수북히 쌓여 있어야 할 동백이 이제 막 피기 시작했다.
세상사 어지럽다지만, 계절은 어김없이 바뀌고 있다.
그 귀하던 개불알풀도 땅바닥에 쫘악 깔렸다.
그래도 자꾸 눈길이 간다.
저 앙증맞은 녀석이 얼마나 내 가슴을 뒤흔들어 놨던가.
봄이 왔다고 가장 먼저 소리치고 나타난 녀석이 아니던가.
시절 모르고 한겨울에 꽃을 피웠던 개나리도 한구석에 자리 잡았다.
순리라는게 있는 법,
피고 지는 꽃도 다 순서가 있는 법이다.
그래야 사랑 받는단다.
몽실몽실 피어나는 아지랭이 처럼 매화와 산수유꽃이 어우러졌다.
남도의 봄은 늘 그랬다.
함께였다.
"밭에 가세요?"
"잉~ 인자 날도 풀렸응께 거름도 주고 해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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