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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매화는 이제 한창인데, 축제는 끝났다네요.
지랄같은 봄날씹니다.
그래도 이 계절에 화사한 꽃잔치를 볼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간만에 오랜 여행친구따라 섬진강 옛길을 넘었습니다.
독립군으로 활동한지 꽤돼서 그런지 뒤따라 걷는 일도 괜찮더군요.
맘 맞는 친구 있으면 1년 열두 달 걷기만 해도 좋겠지요.
섬진강 강마을 유곡마을에서 구례 장보러 다니던 옛길, 누룩실재를 다녀왔습니다.
구례읍 사동마을에서 시작합니다.
백련사가 들목입니다.
재너머 유곡마을은 다무락마을이라 불립니다.
다무락은 전라도 사투리로 돌담을 얘기하는데요,
사실 돌담은 대부분 사라지고 콘크리트 담장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사동마을에는 옛스러운 돌담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돌담과 대나무숲, 산수유꽃이 어우러진 고샅이 정겨운 사동마을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빈집입니다.
그래도 인위적인 분위기의 민속촌 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사동마을을 뒤로하면 고갯길입니다.
자동차가 다닐만한 폭의 길은 누룩실재 잿마루까지 내내 완만한 오르막입니다.
몸에 적당히 열이 오를 만큼만의 오르막은,
느린 걸음으로 걷는 사람들에게 딱 맞는 길입니다.
잿마루는 평탄한 길입니다.
간간히 진달래와 생강나무꽃이 보입니다.
이른봄에 느낄 수 있는 싱그러움 가득한 길입니다.
고개를 내려서면 소나무 군락입니다.
멀리 섬진강이 내려다 보이는, 지루할 틈 없는 길입니다.
이런 길은 가장 편안한 복장이 좋습니다.
특히 아무리 짧은 길이라도 신발은 트레킹에 적합한 전문화를 신는게 좋습니다.
청바지에 구두 신은 분들도 보이더군요.
당연히 발에 무리가 가고,
눌산 처럼 시간이 흐른다음에 고생합니다.^^
마을이 가까워지면서 매화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유곡마을은 상위와 하위마을로 나뉘는데,
두 마을 모두 온통 매화 천지입니다.
섬진강 쪽에 비해 개화는 느리지만 바람에 실린 매향은 더 찐합니다.
이제부터 걸음은 더뎌집니다.
상위마을입니다.
멀리 섬진강이 보입니다.
땅바닥에는 온통 개불알풀 천지네요.
천연 비료라는 자운영도 보입니다.
자운영 얘기 좀 하겠습니다.
섬진강에 매화, 산수유꽃이 피고나면 벚꽃이 핍니다.
복사꽃이 피고, 배꽃까지 피고나면 자운영이 피어 납니다.
이꽃 저꽃 다 떠나고 난 후 피는 자운영은 넓은 들판을 붉게 물들입니다.
장관이죠.
하지만 그때가 되면 꽃놀이 인파가 모두 떠난 뒤가 됩니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못본다는 얘기지요.
4월 말경에 섬진강에 가보세요.
매화, 산수유, 벚꽃 보다 더 멋진 자운영밭을 만나게 될 겁니다.
섬진강 자운영 -> http://www.nulsan.net/180
느리게 걸어서 유곡마을까지 3시간 걸렸습니다.
마을 바로 앞으로 섬진강이 흐르지만 사진을 담지 않았습니다.
그 넓던 대나무밭이 사라졌고, 강주변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중장비로 박박 긁고 있더군요.
뭔가를 얻기 위해 하는 일들이지만,
언제나 중요한 것을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사라지는 것이 많을수록, 시간이 흐르고나면 아쉬움이 클텐데 말입니다.
[tip] 구례읍 사동마을 백련사가 들목입니다. 반대로 유곡마을에서 시작한다면, 구례구역에서 구례읍내 방향 다리를 건너자마자 좌회전해서 5km 정도 가면 유곡마을입니다. 다무락마을이라는 표지판이 서 있습니다. 유곡마을 모정 앞에 차를 세우고 상유마을을 지나 누룩실재를 넘으면 구례읍이 나옵니다. 총 3시간 내외 거리.
구례 터미널에서 유곡마을까지는 버스를 이용해도 되는데, 시간은 모릅니다. 택시를 이용할 경우 14,000원 나옵니다.
구례 터미널에서 유곡마을까지는 버스를 이용해도 되는데, 시간은 모릅니다. 택시를 이용할 경우 14,000원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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