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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칼럼

[산사랑] '오직' 지리산이었어야 한다는 2년차 귀촌부부 이상대·김랑 씨 가족

by 눌산 2016.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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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이 삶의 최고의 목표이자 살아가는 원동력


<글·사진> 눌산 http://www.nulsan.net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여름 내내 이어지다 보니 에어컨이 동이 날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바다보다는 산으로 피서를 다녀왔다는 이들이 유독 많다. 한낮 기온이야 바다나 산이나 비슷하다지만 산중에는 열대야는 없다. 뜨거운 열기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산아래 동네에 비하면 천국이 아니겠는가. 여전히 30도를 웃도는 늦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리산 자락으로 들어서자 거짓말처럼 열기가 사라진다. 나무 중에서 단풍이 가장 먼저 드는 벚나무의 이파리는 이미 가을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첫눈에 반한 지리산 자락 중산리에 스며들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등산 좀 했다는 사람이라면 중산리의 추억 하나쯤은 있으리라. 중산리에는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는 최단거리 등산로가 있다. 칼바위와 로터리대피소, 법계사를 지나 천왕봉에 오른다. 당일치기가 가능하다는 말만 믿고 멋모르고 따라나섰다면 필시 발톱 하나쯤 빠지는 아픔을 겪는다. 거리가 가깝다는 것은 그만큼 경사가 급하다는 것이니, 대단히 힘든 코스라는 얘기다.

 

창원의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이상대(45)·김랑(49) 부부는 딸 가언이(12)2년 전 이곳 중산리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부부는 지리산 자락 어디쯤 터를 잡고 살고 싶다는 생각에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다 지금의 집을 만났다. 마당 끄트머리에서 지리산 최고봉 천왕봉이 보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땅과 집을 사고 귀촌했다. 이들 부부에겐 오직지리산이어야 했다.

 

제 고향은 이곳에서 멀지 않은 산청 황매산입니다. 지리산이 멀리 보이는 곳이죠. 귀촌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지만, 도시를 당장 떠나고 싶었어요. 그래야 행복할 수 있었으니까요. 1년 동안 창원과 지리산을 오가면서 이 집을 직접 수리했습니다.”

 

솔직히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은 없었다고 했다. 단지 지리산에서 가족과 함께 사는 꿈을 갖고 있었기에 무얼 해서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그리 오래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랑 씨는 가슴 뛰는 행복한 일을 찾았다.”라고 했다.



 

이상대·김랑 부부의 집에서는 천왕봉뿐만이 아니라 중산리 계곡이 내려다보인다. 긴 골짜기를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오래된 마을 뒤로는 대숲이 둘러 있고, 수직에 가까운 산자락들이 도열해 있다. 풍경만으로는 깊은 산중이지만, 골이 넓어 그리 답답한 지형은 아니다. 초록이 깊은 계절에는 자연 속에 포근히 들어앉은 집은 바깥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마당 여기저기 자연스럽게 피어 있는 야생화를 보고 있노라면 타샤의 정원이 연상된다. 이에 대해 이상대 씨는 여름철 손님맞이 하느라 바빠서 풀을 베지 못해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솜씨 좋은 정원사 못지않은 안목으로 집 안팎을 가꾼 부부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있어 30년이 넘은 낡은 집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정성스럽게 가꾼 흔적들로 가득해서 그런지 예쁘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저희들 생각은 전혀 아닌데, 오시는 분들이 아름답게 꾸미고 산다는 얘기들을 많이 해요. 아마도 자연에 거스르지 않는 자연스러움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낮은 단층집이 지리산의 풍경 속으로 스며들었다고 할까요.”

 

많은 귀촌인들이 가지고 있을 고민들을 이들 부부 역시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부부는 고민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사람들과 사뭇 다르다.

 

겨울에는 산삼 밭에서 일하고, 여름에는 양봉 치는 데서 일당 받는 일을 합니다. 겨울이야 옷만 두껍게 입으면 되지만, 여름 양봉 일은 무더위와의 싸움이죠. 벌에 쏘이지 않기 위해 옷 두 겹은 기본이고, 전투화에 그물망까지 쓰면 그야말로 순식간에 땀범벅이 됩니다. 벌이 목덜미라도 쏘면, 들고 있는 꿀통을 던져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 정말 난감하기 이를 데 없어요. 참고 일하는 수밖에....... 하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왜냐고요? 열심히 일하면 우리 가족이 여행을 갈 수 있잖아요? (하하)”

 

상상만 해도 견디기 힘든 노동을 이상대 씨는 내내 웃으며 이야기 한다. 도대체 이 가족에게 여행이 뭐길래…….

 

문화유적 답사를 즐겨했던 남편과는 여행지에서 만났어요. 각자 혼자 여행하다, 결혼하고 둘이 여행하고, 그러다 딸이 태어나면서는 셋이 여행을 다니죠. 남편이 직장일로 바쁘면 딸하고 둘이 여행을 하기도 했고요. 어디 가고 싶다고만 하면 남편이 예약해 주었고 오히려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했죠. 남들은 이런 우리 가족의 생활을 잘 이해하지 못해요. 가언이는 창원에 살 때부터도 학원도 안 다녔거든요. 그런데 주변에서 그래도 괜찮냐며 걱정하더라고요. 저희 부부는 학원을 안다니는 게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말이죠. 졸지에 아이를 방치하는 부모로 인식되어 버렸어요.”

 

자연과 함께 건강한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부모님 덕분에 가언이는 공부는 싫은데 책을 좋아하는 아이, 이따금 엄마, 우리 기내식 먹으로 갔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아이가 되었다.



 

농가 게스트하우스 마리의 부엌

 

이상대·김랑 부부는 농사를 짓지 않는다. 가족이 먹을 만큼의 텃밭 정도만 하고 있다. 도시에서 자란 김랑 씨는 어려서부터 작은 텃밭을 직접 가꾸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시골에서 살게 되면 작은 텃밭을 꾸미며 살아야겠다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그 속에서 자라는 채소를 바라보는 일이 무엇보다 즐거웠던 김랑 씨는 덕분에 텃밭의 채소로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자신이 만든 요리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고..... 그래서 김랑 씨가 중산리에서 찾은 일이 농가 게스트하우스다.

 

처음부터 게스트하우스의 꿈을 갖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지리산 속에서 살다 보니 이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마리의 부엌을 가족들만의 공간으로 두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마음에 모든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던 것이 시작이었다. ‘마리의 부엌은 시끌벅적 푸지게 놀고먹고 하는 집이 아니라 그저 조용히 쉬어가는 집이다. 그러기 위해 까다로운 몇 가지 규칙도 만들었다. 현재 게스트 룸으로 활용하고 있는 본채, 아래채, 황토방, 3개 방 이상은 늘리지 않는다는 것이 그것이다. 또한 어떤 경우에도 15명을 초과하지 않는다. 이건 부부가 정한 약속이다. 게스트에 대한 규칙으로는 술은 가벼운 반주 정도만 허용하고, 이성 친구 불가, 숯불에 고기를 구워먹는 것도 안 된다. 대신 머무는 동안 읽을 수 있는 책을 비치했고, 지리산에서 생산되는 황차와 야생차, 커피를 무한 제공한다.

 

마당이 없는 아파트 생활을 하는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들이 많이 옵니다. 아이들과 마당을 거닐며 꽃과 나무 얘기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지리산에 대한 추억이 많은 50대도 많이 오시죠. 처음에는 여기저기 많이 둘러볼 계획을 갖고 오지만 결국은 하루 종일 집안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자연스럽게 고요한 산골의 정취에 스며드는 것이지요. 이것이 우리 부부가 원했던 마리의 부엌분위기예요.”




이 집의 또 하나의 자랑은 안주인 김랑씨가 차려주는 밥상이다. 저녁과 아침 기본 2식을 제공하는 마리의 부엌에서는 사전에 의논하면 취사도 가능하긴 하지만, 무조건 김랑씨의 밥상을 받아야 한다. 음식 재료의 대부분은 직접 재배한 채소와 산나물로 자연밥상이다.

 

얼마 전부터는 근처에 새로 문을 연 귀농귀촌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선배의 입장에서 귀농 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부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해 올바른 삶의 가치관이 가장 중요합니다. 돈 벌기 위해 산골로 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바보죠. 나와 내 가족의 삶이 가장 우선시 될 때 성공적인 정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대 씨는 2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원만한 정착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올바른 삶의 가치관이라고 했다. 육체적인 노동도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느꼈다.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부부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여행을 떠났다.

 

귀촌한 첫 해인 지난 해만 빼고 거의 매년 긴 여행을 했어요. 이번에는 알프스 지역을 중심으로 42일 간 여행을 갑니다. 가을 단풍이 한창일 무렵에 한국에 돌아오겠네요. 여행 42일 동안, 거의 대부분이 캠핑이며 관광지는 지양하고 시골 깊숙한 곳을 여행할 계획이예요. 언제나 그랬듯 우리 가족은 불편한 여행을 즐길 겁니다. 걷고, 또 걷겠죠. 그리고 그 속에서 진한 가족의 사랑과 진정한 자유를 느끼고 돌아오겠습니다.”

 

마리의 부엌 블러그 http://blog.naver.com/lsd0135


한국 산지보전협회 격월간 산사랑 9+10월호 (http://kfca.re.kr/sanFile/web10/sub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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