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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이야기

금강 마실길, 잠두마을 옛길

by 눌산 2020.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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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산복숭아꽃, 조팝나무꽃 어우러진 옛길

이 길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의 무주살이는 많이 밋밋했을 것 같다. 아침에도 가고, 저녁에도 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수시로 드나들었다. 친구가 오면 이 길로 데리고 갔다. 함께 커피도 마시고, 길을 걸었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이 길을 자랑했다. 또 기회만 생기면 매체를 통해 세상에 알리고 사람들에게 이 길을 걸어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 어디냐고 누가 물으면 나는 한강이라고 말했다.  잘 가꾸어진 주변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 이상의 풍경을 자랑할만한 곳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 길은 사람 손때 묻지 않은 촌스러운 길이다. 오래전 금산과 대전을 오가는 버스가 다녔다고 하나 이젠 그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대신 사람의 발자국에 다져진 길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풍경과 하나가 되었다.

이 길의 매력은 봄이다. 벚나무 가로수에 꽃이 피면 덩달아 산복숭아꽃과 하얀 조팝나무 꽃이 함께 피어 조화를 이룬다. 하지만 요즘은 꽃이 피고 지는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었다. 아마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현상으로 보인다. 현재 벚꽃은 필 기미도 없고, 산복숭아꽃만 흐드러지게 피었다. 조팝나무 꽃 역시 벚꽃과 비슷하게 개화할 것 같다.

이 길을 관리하는 무주군의 담당부서에서 지난해 정자를 세우고 조팝나무를 길가에 쭈욱 심어놨다. 본래부터 많이 있던 수종으로 주변과 가장 잘 어울리는 조팝나무를 심은 건 아주 잘한 일이다. 보기 좋다고 생뚱맞게 그 지역과 아무 상관없는 꽃과 나무를 심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아직은 어린 묘목이라 꽃이 피어도 존재감은 덜하겠지만 잘 자라주면 몇 년 뒤에는 또 하나의 명물이 될 것 같다.

잠두마을 옛길 입구. 무주에는 금강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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