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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에서 얼레지는 흔한 산나물 중에 하나다.
이맘때면 동네 할머니들과 함께 얼레지를 뜯으러 다녔다. 학교 운동장 몇 배는 되는 군락지도 흔하다 보니 한 자루 정도는 금방 뜯는다. 처음에는 잔뜩 욕심을 부리다 보니 그거 둘러메고 산을 내려오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다음에는 딱 배낭 하나 정도만 뜯는 여유가 생겼지만 그 많은걸 두고 내려오면 밤에 얼레지 밭 꿈을 꾸곤 했다.
얼레지는 섬유질이 많다 보니 줄기에 탄력이 있다. 잡아당기면 뽕 소리가 난다. 그래서 인제 할머니들은 얼레지를 뽕 나물 또는 얼룩취이라고도 부른다. 뜯어 온 얼레지는 삶고 말려서 된장국을 끓여 먹었다. 부드러우면서 섬유질 때문에 식감도 좋다.
흔하다면 흔하고 귀하다면 귀한 이 얼레지는 군락을 이루고 자란다. 처음 만난 곳도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는 인제 곰배령에서였다. 보랏빛 얼레지 무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마치 무희가 춤을 추는 듯했다. 그거 보려고 매년 봄이면 부지런히 도 다녔다. 그러다 결국 그 골짜기에서 터 잡고 4년을 살았다.
얼레지는 거의 전국에 분포하지만 인제에서 만난 얼레지와는 많이 다르다. 대궁은 남쪽보다 더 굵고 짧고 꽃도 색감이 더 진하다. 얼레지는 시시각각 다양한 꽃 모양을 보여 준다. 해가 뜨면 꽃을 활짝 피웠다가 해가 지면 새 부리처럼 꽃잎을 다물어 버린다. 한낮에는 멕시코 모자처럼 꽃잎을 뒤로 재낀 모습도 독특하다.
오늘은 날씨가 흐려 대부분 새 부리 모양을 하고 있다.
꽃말은 '바람난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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