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사람이, 늘 여행하며 사는 사람이 긴 여행이라...., 뭐 별반 다를 것 없겠지만, 작심하고 떠나는 길이니 긴 여행입니다. 50일 예정이지만, 60일, 아니 더 걸리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홀로, 낙동강을 갑니다. 태백 황지에서 부산 을숙도까지, 천삼백리(521.5㎞) 물길 따라 걸어갑니다. 강을 따라 걸으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면 가슴에 담고, 좋은 사람을 만나면 며칠 눌러 앉기도 하겠지요. 졸리면 자고, 땡기면 한잔을 마시고, 그리우면 글을 쓰고 싶습니다.
60리터 배낭에 옷가지 몇 담고, 필름 커메라와 디지털 카메라, 그리고, 또 뭐가 있는지..... 산행과는 다를 것 같습니다. 준비물이 좀 단순하겠지요. 끼니 때우는 것도 그렇고, 그리우면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으니 그렇습니다. 고단하면, 따뜻한 물 펑펑 나오는 찜질방이나 여관방에서도 잘 수도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요.
하늘빛 황홀한 가을 문턱에 떠나면, 아마 흰눈이 내릴 때쯤 끝이 나겠지요. 부산에서 눈을 만나기는 힘들겠지만
어딘가에서 들려올 첫눈 소식과 함께 낙동강 긴 강행을 마감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곤 유명한 부산의 꼼장어 구이에 쓴 쐬주 한잔 곁들이면, 아주 아주 행복할 것 같습니다.
아! 왜 걷느냐구요? 그냥 입니다. 그럴듯한 이유를 찾아, 좀 생각해보았는데요, '그냥' 이라는 답 이외에 또 다른 이유를 찾질 못했습니다. 그냥 강을 따라 걷다보면 그 이유가 떠오를지는 모르겠습니다. 무슨 거창한 이유야 없겠지만, 혹여라도 걷다가 그 이유가 생각나면 말씀 들겠습니다.
낙동강 강행은 긴 여행의 시작입니다. 다음으로 한강을 따라 걷고, 섬진강을 따라 걷고, 또 어디 어디를 걷겠지요.
앉아서 만나는 사람, 편안히 다가오는 사람보다는 힘들여 걸어서 만나는 사람이 더 애틋할 것 같습니다.
사람이, 그 사람이 그 사람이겠지만 두 손들어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이 더 좋으니까요.
2005-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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