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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기

한 그루 나무가 주는 행복

by 눌산 2008.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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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들은 나무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들의 나무에 대한 애정은 각별해서 가족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개척자들이 그들의 터전을 황량한 벌판으로 만들때 목숨을 걸고 싸웠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나무 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시각은 각별했습니다.
자연을 생활의 도구나 수단이 아닌 동반자로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자연의 소중함은 누구나 알지만 그걸 실천하느냐 안하느냐의 차이겠지요.

우리 조상들도 나무를 함부로 베지는 않았습니다.
나무를 신으로 모시고 제사를 지내기도 했으니까요.
마을마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당산나무는 마을의 수호신이었고, 큰 어른이었습니다.

모두가 자연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의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합니다.

오래된 얘기지만 한아름은 되는 소나무를 벤 적이 있습니다.
나무 탁자 다리로 쓰기 위해서요.
그 나무를 베고 난 후 며칠간 악몽을 꾸곤 했습니다.
그때 생각으로는 벌을 받아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베고 난 나무의 밑둥을 보고 놀랬던 건 나무에서 흘러 나온 수액이 꼭 사람이 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에서 막걸리 한 잔을 붓고 절을 했습니다.
반성과 사죄의 의미에서요.
그 후 악몽을 꾸진 않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물론 그 후 살아 있는 나무를 벤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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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난로를 피워야 할 만큼 꽤 차기운 아침입니다.

벽난로용 나무는 간벌 현장에서 가져옵니다.
나무 보일러를 사용하는 집들이 많아 나무를 필요로 하는 집들이 많습니다.
가까운데는 주변 어르신들이 경운기를 이용해 나무를 운반하고,
저는 숲 맨 끄트머리에서 가져옵니다.
집 주변에도 있지만, 아무래도 젊은 사람이 좀 고생 더하는게 낫다는 생각에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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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나무를 넣었더니 연기가 많이 나는군요.
잘 마른 장작은 연기도 덜 나고  화력이 좋습니다.
물론 생나무보다 빨리 타기 때문에 적당히 섞어 사용하는게 좋습니다.

강원도 달둔이란 마을에서 만난 어르신 얘기가 생각납니다.
새끼곰을 잡아다 집에서 기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워낙 깊은 산중이라 충분히 가능한 얘기지요.
새끼곰이 얼마나 장난끼가 많은지 군불을 지피면 저도 따라 한답니다.
손인지 발인지 모르지만 툭툭쳐서 나무를 집어 넣는거죠.
그러곤 밖으로 나가 굴뚝에서 연기나는 모습을 보고 좋아한다는군요.
나무를 넣고, 다시 나가서 연기나는 굴뚝을 쳐다보고.
상상이 되시나요?

갑자기 제가 새끼곰이 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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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비가 내리면서 어르신 댁 감나무 이파리가 모두 떨어져 버렸습니다.
은행나무 이파리는 더 노랗게 물들었고, 산색은 더 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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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 2층에서 내려다 본 당산나무입니다.
비가 붉은 융단을 깔아 놓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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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베란다에 낙엽이 떨어지면 매일 빗자루로 쓸어 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무모한 짓이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그냥 놔둡니다.
가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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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로 적상산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부터 이번 주말은 많이 바쁠 것 같습니다.
단체 손님도 받고, 장작도 패고.
내일은 '무주 마당불축제'도 가야합니다.
기온이 떨어져 걱정했는데,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거대한 모닥불 앞에 앉아 있으면 덥거든요.
따뜻할 것 같습니다.


무주 마당불축제에 대해 모르시면 아래 글 참조하십시오.
-->> http://ozikorea.tistory.com/374, http://ozikorea.tistory.com/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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