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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득한 사람이 있다.
꽃으로 치자면 '현호색' 같은 사람.
너무 흔해서가 아닐까.
하지만 그 기억은 오래간다.
은근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요란하지 않다.
특별히 튀지 않으면서 오랜 여운을 주는.
현호색은 습한 곳을 좋아한다.
계곡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이유다.
지난 밤 비에 촉촉히 젖은 이파리.
꽃잎은 금방이라도 날아 오를 듯 힘이 넘친다.
양귀비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속명 corydalis는 종달새란 뜻의 그리어스에서 유래되었다.
그래서 일까, 꽃잎이 새의 부리를 닮았다.
현호색 꽃말은 '보물주머니, 또는 '비밀'이다.
긴 꽃잎 끄트머리 어디쯤에 보물이라도 숨겨 두었나 보다.
비밀스럽게.
모데미풀이 아닌지.... 하얀 꽃을 피우는 녀석인데.
적상산에 거대한 군락을 이루고 있다.
현호색 무리 속에 홀로 핀 개별꽃.
그래서. 튄다.
현호색을 제대로 담을려면 땅바닥을 뒹굴어야 한다.
워낙 키가 작아서.
고개를 낮추고 보면 새의 부리를 닮은 꽃잎이 먹이를 달라고 아우성 친다.
적상산 등산로 주변에서. 2009-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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