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끄트머리 해남 땅 끝에 섰다. 이제 더 이상 발디딜 곳이 없는 육지의 마지막이다. 아니 바다를 향한 첫발을 내 딛는 순간이다. 여명이 밝아오고, 어디선가 모여들기 시작한 여행자들은 하나 둘 보길도 행 배에 오르기 시작한다. 고산의 숨결을 찾아, 순수의 땅을 찾아 길 떠난 사람들 틈에 끼어 본다
@ 뒤로 보이는 산이 뾰족산(195m)입니다.
보죽산으로 뾰족한 모양 때문에 뾰족산이라고도 부릅니다.
날씨가 맑은 날으면 추자도와 제주도까지 보인다고 합니다.
청별 선착장에서 보옥리로 들어오다 만나는 망끝전망대와 함께 일몰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고산의 숨결 어린 섬 안을 가득 채운 명승절경
배는 스르르 육지 땅 끄트머리를 밀어내며 바다 한가운데를 향해 미끄러져 나간다. 옹기종기 모인 섬마을 사이사이를 헤집으며 용케도 부딪침도 없이 바다를 홀로 가르는 폼세가 노련한 조련사의 손놀림을 닮았다.
보길도 행 배는 차도선이다. 관광버스와 김을 실어 나르는 대형 트럭도 몇 대 실리고, 주민들과 여행자의 승용차로 가득하다.배가 돛을 내린 곳은 청별항, 보길도의 관문이다. 한바탕 하선의 어수선함 속에 미지의 세계를 찾아든 여행자들의 소란스러움이 잦아들쯤 항구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 고산 윤선도 유적지, 세연정
보길도의 상징이 된지 오래인 예송리해변을 찾은 육지 사람들을 감탄하게 만드는 것은 한 손에 꼭 쥐어지는 둥근 조약돌과 상록수림. 그 뒤에 우뚝 솟은 격자봉(435m)은 예송리 마을을 둥근 활 모양으로 감싸고 있어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주민들에게는 바로 앞 바다에서 양식한 미역이나 톳을 말리는 자연건조장 역할을 하고, 낯선 땅에 들어 선 여행자들에게는 이 땅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다.
@ 보옥리 공룡알 해변
섬안에 숨겨진 또 다른 보물, 보옥리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함께 보길도는 고산 윤선도 유적을 빼놓을 수가 없다. 윤선도는 섬 전체를 대상으로 산과 계곡 그리고 바위와 조화를 이루는 곳에 집과 정자를 짓고 연못을 조성하여 무릉도원을 구축하려고 했다고 한다. 1640년부터 10여 년에 걸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세연정은 약 5,000여평 규모의 동양 최대의 민간정원으로 인공적으로 조성하였지만 전혀 인공의 느낌이 들지 않는 조선 정원의 백미로 손꼽힌다. 그 조경미 뿐만이 아니라 어느 곳에서 보든 전체를 볼 수 없는 각각의 내밀한 공간성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은밀한 사적공간이 되어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 은거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이 세연정과 인접한 부용동에서 보길도 여행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섬안의 숨겨진 보물과도 같은 보옥리를 둘러보지 않고는 보길도를 말할 수 없는데, 그것은 외진 곳에 위치한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비교적 완만한 섬 동쪽에 비해 절벽으로 이루어진 서쪽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연유도 있다.
@ 뾰족산 하산길에 보이는 공룡알 해변
@ 뾰죽산 일몰, 어둡기 전에 내려와야 합니다.
동백숲이 우거져 해가 떨어지면 하산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완도읍 화흥포에서 소안도를 거쳐 보길도까지 들어가는 철부선이 하루 10회 이상 운항하고, 해남 땅끝에서는 노화도를 경유하는 배가 있다. 여름 성수기에는 수시로 증편이 되 배편은 그리 나쁘지 않다.
땅끝에서 숙박도 가능하지만 이왕 섬여행을 한다면 보길도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보옥리 뾰족산 민박(061-552-3941), 보길도 관광안내소(061-553-5177)
@ 보옥리 마을과 적자봉(430m), 뾰족산도 그렇지만 동백숲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 섬사람들에게 있어 바다는 산이고, 들입니다.
보길도 주변 섬들은 전복이나 톳 양식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 배가 섬을 떠납니다.
터미널에 드나드는 버스들처럼 수없이 들락거리는 여객선들,
그래서 섬은 외로워보이지 않습니다.
@ 땅끝 전망대가 보입니다.
뭍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땅의 끝이지만, 섬사람들에게는 땅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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