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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이야기

뼈를 묻은 고개, 백두대간 '빼재'

by 눌산 2009.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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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리조트에서 거창으로 넘어가는 37번 국도상의 고개가 빼재입니다. 덕유산(1,614m)과 삼봉산(1,254m)을 잇는 백두대간 상의 고개로 대간종주를 하는 산악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동업령을 지나 중봉-향적봉으로 이어지는 덕유산 산행코스로도 많이 이용되는 곳이고요.

빼재의 유래를 살펴보면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지역은 신라와 고구려, 백제가 접경을 이루고 있는 전략의 요충지로 수많은 민관군이 이곳에 뼈를 묻어야만 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왜구와 맞서 싸운 이곳의 토착민들이 산짐승들을 잡아 먹어가며 싸움에 임했고 그 산짐승들의 뼈가 이곳저곳 널리게 됐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전해집니다. 즉, 뼈를 묻은 고개라하여 뼈재라 불리던 이곳이 경상도 방언으로 빼재가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뼈재에는 수령(秀嶺)이라는 표지석이 서 있습니다. 빼어날 수(秀)자를 써서 한자화한 것이지요. 뼈재가 빼재로, 다시 수령이 된 셈입니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신풍령이라고도 불립니다. 거창 방향 고개 아래 신풍령 휴게소가 들어서면서 그렇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대전-진주간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고개를 이용하는 차량이 줄어들면서 신풍령 휴게소는 문을 닫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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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 표지석이 세워져 있는 빼재. 동업령을 지나 덕유평전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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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km에 이르는 고갯길은 경사가 급하고 굽이가 심해 이용하는 차량이 거의 없습니다. 덕분에 느긋하게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는 그만이죠. 하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이 고개도 곧 잊혀지지 않을까 걱정이됩니다. 고개 아래로 터널이 뚫릴 예정이라고 하니까요. 그렇게 되면 대간종주꾼들에게나 희자되는 먼 기억 속의 빼재로 남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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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쪽 조망입니다. 동남쪽의 가야산을 비롯해 남쪽의 시루봉과 호음산, 남서쪽의 금원산, 기백산 일대, 더 멀리로는 지리산 연봉의 웅장하고 장쾌한 능선이 만들어내는 파노라마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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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에서 삼봉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표지석. 고개 남쪽의 호음산(해발 930m) 자락에는 고랭지 채소밭이 있고, 산자락을 휘감아 도는 임도는 산악자전거 코스로 개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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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산 방향 백두대간 등산로 입구.


고개 아래로 터널이 뚫리게 되면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의 흔적 하나가 또 사라지게 됩니다.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고개의 의미까지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개발은 파괴고, 단절인 셈입니다.


[tip] 거창과 무주를 잇는 37번 국도상에 있는 고개입니다. 대구방향에서 88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무주를 방문하시는 분은 이 고개를 넘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요즘 빨갛게 익은 사과밭 풍경이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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