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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흔적 고스란히 간직한 금강 옛길
며칠 전 무주군청 들어갔다 금강 옛길을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름하여 '예향천리 금강 마실길'이랍니다. 무주 부남면에서 무주 읍내 근처까지 약 19km 구간입니다. 이 길은 깎아지른 듯한 벼랑을 지나고 너른 들녘도 지납니다. 강과 가까이 걸으며 사람을 만나고 역사를 배웁니다. 옛길에 담긴 이야기는 그 자체로 문화입니다.
'금강마실길' 중 가장 아름답다는 벼룻길 2km 구간을 다녀왔습니다. 벼룻길은 강가나 바닷가 낭떠러지로 통하는 비탈길을 말합니다.
천문대 앞에서 시작합니다. 면사무소 바로 옆에 있는 천문대는 사전예약으로 이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지도 한장 달랑 들고 나선 길이라 난감합니다. 식사도 할겸 금강식당 간판을 보고 들어갑니다. 이 고장에서 나고 자란 식당 주인 김기곤 씨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벼랑을 뚫고 난 굴이 장관입니다. 왜정때 물 댈라고 판 수로인데, 해방되고는 수로 대신 길로 이용했지요. 아~들 학교도 다니고 마실도 다니고 그랬지요"
벼랑길 중간에 사람 한명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터널이 있다는 얘깁니다. 얘기를 듣자니 긴장과 흥분은 호기심으로 바뀝니다. 길이 주는 묘한 카타리시스는 옛길을 걸어 본 사람만이 압니다. 고고~~
모 신문사 국장님과 무주 총각이 동행했습니다. 부남 면소재지 대소마을에서 고개 하나를 넘어서자 넓은 사과밭이 펼쳐집니다. 이 지역은 무주 반딧불 사과 생산지이기도 합니다. 그 뒤로 금강이 유유히 흐릅니다.
일단 강으로 내려섭니다. 하지만 잘 못 든 길입니다. 다시 농로로 올라서서 길을 찾아 갑니다. 길은 눈으로 찾는 것이 아니라 냄새로 찾는 법이지요. 동물적 감각으로.
세월의 흔적이 뚜렷한 벼랑길을 찾았습니다. 사람이 뚫은 흔적도 있고, 천년세월 발자국의 흔적도 보입니다. 물이 오른 나무색이 봄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기억속에서 사라진 길에는 낙엽이 수북히 쌓여 있습니다. 푹신푹신한 양탄자 위를 걷는 느낌입니다. 옛길이 주는 묘미이기도 합니다.
이 봄에 처음 만난 금낭화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지요. 이 금낭화가 있다는 것은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이기도 합니다. 꽃이 활짝 피면 장관일 것 같습니다. 새순은 나물로도 먹고, 며눌취라고도 합니다. 어느 나라인가에서는 같은 금낭화를 장군의 하트라고 부른답니다.
연둣빛 물이 오르기 시작합니다. 딱 한달만 있으면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변하겠지요.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변화는 걷는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다시 길을 나서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벼랑길이 이어집니다. 멀리 터널이 보이고 깎아지를 듯한 절벽 사이로 뚜렷한 길의 흔적이 보입니다.
각시바위입니다. 그 아래 동굴이 있습니다. 사람 한명 겨우 지나다닐 만한 폭의 굴입니다. 이 굴이 뚫리기 전에는 바위를 돌아 다녔다고 합니다.
봉길마을 건너에서 시작한 벼룻길은 하굴암마을 대뜰(넓은들)에서 끝이 납니다. 부남면소재지에서 약 2km 거리입니다.
금강마실길 조성 관련 표식이 곳곳에 세워져 있습니다. 총 19km 구간의 마실길은 올 안에 완공된다고 합니다.
옛길을 만든다? 뭔가 맞지 않는 논리입니다. 옛길이란 말 그대로 오래전 부터 이용하던 길이니까요. 새로 길을 만들게 되면 그 느낌이 나지 않습니다. 더구나 목책이나 어떤 구조물을 설치하게 되면 주변 강과 어울리지도 않습니다. 단지 있는 길을 걷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정리하는 정도라면 몰라도. 거창한 개발 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다듬었으면 합니다.
각시바위 아래 굴입니다. 사람 한명 겨우 다닐만한 폭입니다. 서서 다닐 수 없을 정도의 높이 입니다.
대뜰마을까지 벼룻길 탐사는 여기서 끝이납니다. 다시 차를 세워둔 대소마을로 돌아갑니다.
[TIP] 무주군 부남면 대소마을에서 출발합니다. 고개를 넘으면 봉길마을 건너 넓은 사과밭이 나옵니다. 금강을 따라 난 벼랑길은 각시바위를 지나 하굴암마을 대뜰에서 끝이 납니다. 물론 강을 따라 계속 내려가면 무주읍내까지 갈 수 있습니다. 벼룻길 구간은 대소마을 기준 왕복 약 4km, 두 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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