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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과 섬진강의 분수령이 되는 장수의 오지, 상교마을
금강의 발원지는 전라북도 장수 신무산(896.8m) 자락입니다. 이 신무산을 기준으로 북쪽으로 흐르는 물은 금강이 되고, 남으로 흐르는 물은 섬진강이 됩니다. 수분리가 금강 물줄기라면, 그 반대편 상교마을은 섬진강 물줄기인 셈입니다. 하나의 산을 기준으로 두 물길이 나뉘어 남해와 서해바다로 흘러갑니다. 두 마을의 중심에는 수분령(水分嶺)이 있습니다.
19번국도, 장수와 남원 사이에 있는 수분령(水分嶺)입니다. 말 그대로 물줄기가 나뉘는 곳이란 뜻입니다. 눌산은 이 고개를 참 많이도 넘어 다녔습니다. 고향가는 길이니까요. 요즘도 이 국도는 섬진강 여행길의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강원도 홍천 서석에서 시작해 경상남도 남해 미조항까지 이어지는 19번국도 전체 구간 중, 옛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몇 안되는 구간입니다. 하지만 이 길의 운명이 바뀔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보시다시피 4차선 확포장 공사가 한창이니까요.
여행을 즐기는 이들의 공통점은 길에 대한 호기심이 크다는 것입니다. 눌산 역시 그렇습니다. 수분령에서 국도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호기심을 자극하는 산길이 하나 보입니다. 바로 상교마을 길입니다. 길에 대한 이력이 붙은 눌산은 그 길의 분위기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의 마을'로 통하는 길이라는 것을요. 그렇게 찾게 된 마을이 지금 찾아가는 상교마을입니다.
수분령휴게소 앞에서 산길을 따라 10여 분 오르면 바로 이런 풍경을 만납니다. 영화 셋트장을 연상케하는 분위기입니다. 오묵한 산속 한가운데 오룻이 들어 앉은 마을 풍경이 참 편안해 보입니다.
텅 빈 마을은 언제나 고요합니다. 빈집이 더 많다보니 그렇습니다.
마을은 또 다른 길과 길로 연결 됩니다. 하나는 마을 주민들이 산나물 뜯으러 다니는 길이고, 또 다른 길은 산너머 밭으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그 길들은 다시 마을과 마을을 연결합니다. 마실길인 셈이지요.
세상을 다 발 아래 두고 사는 산꼭대기 마을입니다. 강남 고층빌딩 못지 않은 조망과 사방이 산으로 둘러쳐진 최고의 조경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떠나고 없습니다. 어디로 갔을까요.
주인 없는 빈집에도 봄은 찾아왔습니다. 그래, 쓸쓸함은 덜 합니다.
물질문명의 혜택은 고도의 산업화를 이루었지만,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당사자들의 몪이되었습니다. 얻은 만큼 잃게 되었고, 남은 것이라고는 생채기 뿐입니다.
토담에 그려진 한 폭의 그림입니다. 꽃은 사람의 마음을 넉넉하게 합니다.
궁벽한 삶은 사람들을 산으로 내몰았습니다. 하지만 이 시대의 사람들은 그 시절을 그리워 하며 다시 산으로 들어갑니다. 참 아이러니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누군가 봐주는 사람들이 있어 꽃은 피어납니다. 언젠가 이 집에도 따스한 온기로 가득 찰 날이 있겠지요.
하나의 길을 택해 걸어갑니다. 길은 산으로 산으로 올라갑니다. 그 끝이 어디인지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길의 끝에는 반드시 '사람의 마을'이 있을테니까요.
쓸모없는 나무라고 홀대받던 낙엽송에도 봄물이 오르니 근사합니다. 이런 숲길이라면 한없이 걸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길동무를 만났습니다. 같이 가자, 민들레야.
길은, 수분리의 금강 발원지 뜬봉샘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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