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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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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에서 초록으로! 열흘 만에 연두가 초록이 되었다. 순식간이다. 봄이 짧아졌다. 꽃이 피고 지는 게 한순간이다. 꽃가루가 날리고, 미세먼지 날리는, 여전히 봄이지만, 한낮은 여름 날씨다. 사람도 자연도 뒤죽박죽이다. 순리라는 게 있는데 말이다.
촉촉한 산길 끝에, 나만의 아지트 있다. 비가 그치고, 하늘이 열린다. 산봉우리에 걸린 구름이 골짜기를 타고 흐른다. 촉촉한 산길을 오른다. 이런 날은 임도가 좋다. 7부 능선 위로는 여전히 연둣빛이지만, 그 아래로는 이미 초록빛이다. 이즈음에만 볼 수 있는 산빛이다. 탁 트인 시야와 적당히 넓은 폭은 우선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안전하다는 의미다. 임도의 매력은 또 있다. 급경사가 없다는 점이다. 적당히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면서 산허리를 휘감아 넘어간다. 좀 더 느리고, 좀 더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촉촉한 산길이 끝나는 곳, 나만의 아지트다. 멀리 금강이 흐른다. 더 멀리 산 너머에는 구름이 흘러간다.
[경상북도 김천] 5월의 청암사계곡 사람마다 좋아하는 계절이 있다. 눈을 좋아한다면 겨울이 좋다 할 것이고, 뜨거운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한겨울의 텅빈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초록이 물든 5월의 숲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계곡도 그렇다. 계곡하면 한여름의 시원함이 먼저 떠오른다. 요즘처럼 초록과 연둣빛이 어우러진 싱그러운 5월의 계곡은 자주접하지 못한다. 아마도 이계절에 계곡을 한번이라도 만나본 사람이라면, "난 여름보다 5월의 계곡이 좋아"하지 않을까. 누군가 내 앞에 있었다면, 아마도 슈렉을 보았다는 착각을 하고 말았을 것이다. 나무도 물도 바위도 사람도 모두 초록물이 드는 5월의 청암사계곡이다. 성주를 다녀오는 길에 청암사로 향했다. 고즈넉한 절집 아래 송림에 누워 낮잠이나 자려고. 한데, 계곡의 싱그러움에 스며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