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여행의 의미는 다릅니다. 휴식과 재충전, 또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 등. 저 같은 경우는 특별한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갑니다. 이번 보길도 여행도 그렇습니다.
보길도 여행이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보길도와 마주 선 노화도와의 사이에 다리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은 해남 땅끝이나 완도에서 보길도 행 배를 타야 했습니다. 지금은 노화도를 경유해 다리를 건너 보길도로 들어가면 됩니다. 배타는 시간은 줄었지만 전체적인 시간은 비슷합니다. 중요한 것은 배삯이 저렴해졌다는 것이죠.
땅끝-노화도. 차량 14,000원(운전자 포함), 승객 4,900원.
노화도에서 꽃상여를 만났습니다. 예전에는 호상이라면 잔칫집 분위기였죠. 만장을 든 아이들은 길게 줄을 섰습니다. 달라진 것은 만장이 한 두개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상여꾼 구하기도 힘든 세상인지라 만장을 든 아이들 모습 보기도 힘들어졌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시절 만장을 들면 50원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아무나 들 수 없었지요. 상가집 아이와 친하다든가 소위 말하는 '줄'이 있어야 들 수 있었습니다. 50원이 욕심나기도 했지만 만장을 들지 못하면 왕따 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노화도와 보길도를 잇는 다리입니다. 배로 넘나들던 두 섬이 하나가 되면서 생활의 변화까지 생겼답니다. 그동안은 보길도 사람들이 목욕을 할려면 완도나 해남까지 나다녔지만 지금은 노화도를 주로 이용한다고 합니다.
보길도 청별항 도착-예송리 해수욕장-윤선도 유적지-세연정-동천다려-끝으로 망끝 전망대. 보길도 여행의 기본 코스입니다. 사진은 예송리 해수욕장 풍경입니다.
보길도는 양식장이 많습니다. 육지 사람들의 논밭과도 같은 바다는 생활의 터전이 됩니다.
다음은 세연정입니다. 3월 초순이지만 동백이 아직은 이릅니다.
예년에 비해서도 개화가 더딘 편입니다.
제가 주로 머무는 곳은 보옥리 마을입니다. 보길도의 서쪽 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예송리의 반대편으로 어디서든 근사한 일몰을 만날 수 있는 곳이죠. 망끝 전망대나 뾰족산이 일몰 포인트입니다.
보옥리 동생 녀석이 만나자 마자 전복 한개를 건네줍니다. 그냥 먹으라고요. 얇게 슬라이스 친 전복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맛이 없을 겁니다. 약간의 비릿한 냄새가 역겨울 수도 있으니까요.
보옥리에서 민박을 치는 동생 녀석을 처음 만난게 5-6년 전입니다. 횟감이 부족해 삼겹살을 구워 먹고 있는데 대뜸 "전복과 삼겹살을 바꿔 먹읍시다."하는 겁니다. 저 녀석이 제정신인가 했는데. 전복이 흔한 안주감인 보길도에서는 삼겹살을 더 좋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삼겹살 다 주고 전복으로 밤을 새웠던 적이 있습니다.
이번 여행 역시 대낮부터 전복을 안주 삼아 한잔 했습니다.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전복 사진은 없습니다. 이유는 낮술때문입니다.^^
보옥리는 보길도에서 가장 높은 산인 격자봉 아래에 있습니다. 격자봉과 망월봉이 뒤로 감싸고 앞으로는 뾰족산이 우뚝 선 작은 포구입니다. 관광지화 된 다른 마을에 비해 비교적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풍경이죠.
사진의 집은 초가집입니다. 집이 낡아 이엉을 새로 얹지 못하고 천막으로 비가림을 대신한 것입니다. 보옥리에는 특히 돌담이 많습니다. 섬마을이 다 그렇 듯 바람때문인데요, 관광지에 비해 한적하게 마을을 둘러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집집마다 가득한 동백 분재가 볼만 합니다.
역시 양식장이 많습니다. 돌탑을 쌓으며 사람들은 소원을 빕니다.
담쟁이 덩쿨이 멋진 그림을 그려 놓았네요. 봄비가 내렸으니 담쟁이에도 새순이 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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